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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순 칼럼

‘비료 포장의 슬림화···’ 실현할 때다!

[박학순의 주섬주섬]

 

영농자재 특히 비료의 포장단위를 현행보다 소형으로 슬림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현행 일괄 20kg으로 포장, 판매되고 있는 비료 1포의 무게가 고령농업인의 노동력에 큰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어 10kg 내지는 15kg으로 줄여 생산함으로써 일선 고령 농업인의 농작업 부담을 경감시켜 주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18년에 고령인구 비율 14.3%로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진입했고, 오는 2026년이면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기는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농가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추세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현실이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농가 수는 전년보다 2.3% 줄어 99만 9000가구로 나타났다. 농가 수가 100만 가구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농가 인구 역시 208만 9000명으로 전년대비 3.5%가 줄었다. 고령에 따른 농업 포기와 전업(轉業) 등이 주요인으로 분석되지만, 농가인구 200만 시대 붕괴 또한 초읽기에 돌입했다. 


농업인 고령화의 문제는 작금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농촌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전년 대비 2.8%포인트 늘어난 52.8%로 드러났다. 농업인 둘 중 한 명 이상은 65세 이상 노인이란 의미다. 농촌의 고령 인구가 전체의 절반을 넘긴 것 또한 농업 조사 시작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고령 인구 비율이 18.2%인 점을 고려하면 농촌의 고령인구 비율은 그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이 같은 현실 고령 농업인의 노동력을 배려한 영농자재의 생산 공급을 바라는 요구의 당위성은 여간 크지 않을 것이다. 만시지탄의 감마저 없지 않다. 


영농자재 시장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작물보호제(농약)는 이미 오래전 포장 박스의 무게를 경량화 하는 등 효율적 영농현장을 고려한 제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어 금번의 주장이 탄력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제형에 따라 다르지만, 100g이나 1kg 단위의 제품이라 낱개 유통이 가능한데다 박스단위라 해도 10kg 내외여서 비료 무게에 비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해 영농부담이 그만큼 경감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비료의 포장단위가 새삼 수면 위로 노출된 데에는 수십 년간 변화돼 온 농촌노동력 때문이다. 20kg의 비료 수십 포대를 옮기는 작업의 중압감은 고령 농업인에게는 언감생심이며 청년 농업인이라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소의 경량 포장단위로의 변화를 통해 버거운 영농자재로서의 이미지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당연히 낮은 가격 등 비료 업계에 일고 있는 위기의 냉풍(冷風)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일각에서는 포장 경량화로 인한 제반 요소 및 물류비용 증가 등으로 인한 가격 인상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대의를 추구하다 보면 제반 회사들이 추구하게 되고 종국에는 대세를 이루어 고객인 농업인의 영농편익으로 안착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일각의 우려에 공감하면서 “공식적으로 농업인의 요구가 있게 되면 결국 수용하게 될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현실적으로 제도나 규정을 통해 소포장을 강요하거나 현행을 제한하기는 어렵다”며 다소 오불관언(吾不關焉) 식의 입장을 전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반면 일선 자재판매 관계자는 “업계는 오래전부터 그냥 해 왔으니 그러려니 하며 필요성에 둔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고객인 농업인의 현실적 어려움을 고려하고 지속가능 농업 측면에서 볼 때 소포장으로 인한 가격인상 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에둘러 주문한다. 


물론 당장의 조치나 행위를 하기에는 업계가 직면한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선 현장의 노동력 변화를 고려한 비료 업계의 노력과 헌신을 바라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성은 적잖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