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대한골프협회(KGA)가 발표한 ‘2021 한국골프지표(Korea Golf Index)에 따르면, 2021년 현재 국내 골프 인구는 31.5%인 1176만명으로 조사됐다. 이전 조사인 2017년보다 16.4% 증가한 수치다. 이중 ‘지속 골프 활동인구(23.2%)’는 865만명이고 ‘신규 골프 활동인구(8.3%)’는 311만 명이다. 20세 이상 인구 10명 중 3명 정도가 골프 활동 인구로 추정됐고, 신규 활동인구 중 남성(65.2%)이 여성(34.8%)보다 많았다.
골프 활동인구가 이용한 장소(복수 응답)의 순위는 의외다. 대부분 진녹빛의 필드를 상상하지만 ‘실내 스크린(65.4%)’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실내 골프연습장(48.1%)’, ‘골프장(41.1%)’, ‘실외 골프연습장(34.7%)’ 순이다. 이는 지난 2017년 ‘실내 스크린(70.2%)’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결과와 다르지 않다. 그만큼 실내 골프연습장이 많이 증가했다는 반증이다.
골프 활동의 주된 목적은 ‘친분을 위하여(60.3%)’ 골프 활동을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취미활동을 위해(57.9%)’, ‘스트레스 해소(39.6%)’, ‘건강을 위하여(31.5%)’, ‘골프 실력 유지 및 향상(22.5%)’, ‘사업상 필요에 의해(16.1%)’, ‘기타(0.4%)’의 순으로 나타났다.
골프의 평균 스코어는 99.8타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비율의 타수 유형은 ‘120타 이상’이 27.6%, ‘90~99타(27.4%)’, ‘100~109타(18.6%)’, ‘80~89타(16.4%)’, ‘110~119타·80타 미만(5.0%)’ 순이다. 매번 ‘보기 플레이어’라며 불만이신 주말 골퍼분들 너무 실망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갑자기 골프 통계를 꺼내든 이유는, 며칠 전 스크린 골프와 관련해 경험한 재미 나지만 웃픈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통계에서 보듯, 증가한 실내 스크린 골프만큼이나 지역별 연령대별 동호회가 적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참여하고자 밴드로 운영되는 근처 스크린 골프 동호회에 가입한 적이 있다. 운동 이후에도 교감을 나눈이들끼리는 소소한 일상과 골프 관련 정보를 주고 받으며 공간을 활력화하기에 부지런을 떤다.
소위 ‘읽씹’을 주로 하던 바여서, 얼마 전 무심히 주고받는 회원들의 대화를 읽어 내려가려는데 하나의 댓글이 눈에 훅 들어왔다. 스코어가 나타난 스크린 사진도 함께였다.
“농약 먹고 오신 분 있어서 무서버여ㅎ.”
눈을 의심했다. 뭐지? 하며 자세히 보니 성적이 우수한 참가자 중 한 명의 닉네임이 ‘농약먹고나샷’이다. 농약과 실력이 시너지화 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연계됐다고 보는 것 같다. 동반자들은 그를 ‘농약맨’이라 호칭하며 아무 일 없다는 듯 희화화하고 대화를 주고받는다.
깜짝 놀라면서도 이내, 혹시 농약회사 다니며 농약을 홍보하려 하나? 등 갖가지 상상의 나래를 펴며 불쑥 물었다.
“궁금해서 그러는데 혹시 농약맨은 무슨 의미인가요? 우리 모두가 아는 농약(農藥) 말씀하시는 겁니까? 혹시 농약회사 다니시나요?”
다행히 친절한 답변을 접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별 의미는 없어요~ 초창기에 친구들이랑 칠 때 만든 거예요.”
빠른 답변에 “제가 그쪽에 관심이 많아서 여쭈어본 겁니다.” 했더니 느닷없이 “네~ 도움이 못 돼서 죄송합니다. 기회 되면 같이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한다.
그는 진정 농약에 대한 도움을 필요로 해서 물어본 것으로 오해하고 오히려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을 사과라도 하듯 엇박자 답변을 준 것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상면(相面)이 아닌데다 감정이 묻어나지 않은 글로서 대화하다 보면 자칫 다툼으로 비화할 수 있음을 잘 안다. 하지만, 자극적인 표현을 담아 마지막으로 오지랖을 부려보기로 했다.
“‘농약먹고나샷’ 닉네임을 접하다 보니 마치 몸에 소름이 돋는 듯합니다. 혹시 닉네임 변경 의사가 있으신지요.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자신의 상징인데 더 밝고 좋은 닉네임으로 변경하시면 더욱 빛이 나지 않을까요?”
역시 신속한 답변이 이어졌다. “아~ 제 아이디 보시고 웃어 주시는 분들이 많아 그냥 놔둔 건데 농약은 좀 그런가요∼? 바꾸겠습니다.”
기꺼이 수용 의사를 보이는 그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는 “주변에선 그런 해학적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에둘러 표현하며 상황을 갈무리 했다.
물론 짧지만 같은 공간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대화를 지켜본 이들이 자그만치 198명이다. 아니 당시는 아니어도 이들은 대부분 나눈 대화 내용을 주마간산(走馬看山) 식으로라도 읽어 볼 것이다. 나름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무슨 이유에서 그런 아이디를 스크린 골프장에 부여했는지는 모른다. 아니 이유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스크린 골프존의 공간이란 어쩌면 나라 전체의 골프인구가 접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희화화 된 아이디를 접하며 느꼈을 농약에 대한 이미지가 과연 올바르게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뇌리(腦裏)를 지배하며 쉬이 떠나지 않았다.
‘농약먹고나샷’ 아이디를 보며 그저 웃어 주시던 골퍼분들의 저변의 인식도 아마 예상과 다르지 않을 것인데 굳이 그런 억지웃음을 유발해야 하는 상황은 더욱 아닌 듯 싶어서였다.
의도와 명분이 좋다고 해서 결과까지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듯, 자신의 사소한 행위가 미칠 수 있는 영향까지를 고려할 수 있다면 행위는 더 진중하고 사려는 더욱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