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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언

[기고] 봄철 별미 ‘냉이’에 거는 기대

하기훈 농업연구사(농촌진흥청 생물소재공학과)

꽃샘추위에 넣어두었던 패딩을 꺼냈다 입었다 하다 보니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이다. 낮에는 제법 덥기도 하다. 우리가 봄을 느끼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가 향긋한 봄나물이 아닐까 싶다. 그중에서도 무쳐도 먹고 국으로도 먹는 냉이는 봄철 대표 별미다. 냉이 특유의 쌉쌀하고 독특한 향과 맛은 봄을 알리는 신호탄인 동시에 춘곤증을 물리치는 힘이 된다.


냉이는 배추과(Brassicaceae) 작물에 속하는 토종 식물로 전 세계에 분포한다. 여러 나라의 고문헌을 살펴보면 꽤 오래전부터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고전 의학서인 ‘본초강목’에서는 “냉이는 경기(驚氣)하는 데 좋고 뱃속을 고르게 하며 오장에 이롭다”라고 기록돼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냉이를 상처의 출혈을 멈추고 소변 배출량을 늘리며 체온을 낮추는 등 의학적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한 티베트, 인도, 유럽 등지에서도 냉이를 약용으로 활용한 기록이 있으며, 영국 요크셔 지역에서는 냉이 씨앗 꼬투리를 열어 내부 씨앗 색을 확인했을 때 씨앗이 노란색이면 부자가 될 것이고 초록색이면 가난해질 것이라는 재미있는 풍속이 전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간기(肝氣)를 잘 통하게 하고 속을 풀어주며 오장을 잘 통하게 한다. 밭이나 들에 나서 겨울에 죽지 않으니 국을 끓여 먹으면 피가 간에 들어가게 하고 눈을 밝게 한다”라고 적혀 있다. 또한, 씨도 “오장을 풀어주고 풍독과 사기를 없애며 청맹과 눈이 아픈 것을 치료하고 눈을 밝게 하며 장예를 없애주고 열독을 풀어주며 오래 먹으면 눈에는 아주 좋으니 사월 초파일에 채취하여 쓴다”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아 오랫동안 민간의 약재로 사랑받아온 것으로 생각된다.


냉이 성분, 암 예방·노화 방지 효과


최근 이러한 냉이의 효능에 주목하여 전통적 지식을 과학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냉이에는 콜린(choline),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 페놀류(phenolics), 플라보노이드류(flavonoids) 등 다양한 기능성 물질들이 들어 있다. 이 물질들은 항염, 항산화, 항암, 콜레스테롤 저하 등 약리학적 효능이 있다고 보고돼 있다. 


그중 글루코시놀레이트라는 성분은 냉이, 고추냉이, 브로콜리 등 배추과 작물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 성분은 배추과 특유의 쌉싸름한 맛을 결정짓는데, 암 예방과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매우 주목받고 있다. 배추과 작물마다 서로 다른 글루코시놀레이트를 가지고 있으니 냉이뿐만 아니라 배추와 친척 사이인 근연종 식물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2014년 유전자원을 사용하며 생기는 이익은 개발국과 원산국이 나누어야 한다는 ‘나고야 의정서’ 발효 이후 생물자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나물 이상의 가치를 품고 있는 냉이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농촌진흥청을 비롯해 연구소와 대학 등에서는 고부가가치 품종을 만들고, 작물의 기능성 물질을 연구해 식의약 소재로 활용하고자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기울인 노력은 앞으로도 우리가 봄마다 식탁에서 맛있는 냉이를 만날 수 있도록, 그리고 고부가가치 식의약 소재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