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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순 칼럼

작물보호제 안전사용! 정착됐나?

[박학순의 주섬주섬]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 본격 영농철 만화방초가 일렁이고 백화(百花)가 활짝 피어 눈부시게 흐드러져 영농 의욕을 소실케 하는 즈음이다. 


며칠 전 일상의 운동을 마친 후 습관처럼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놀랐다. 관계가 꽤나 오래되긴 했지만 평소 소소한 일상을 나누지 않은 지인으로부터 수 통의 부재 전화가 표시돼 있다. 다급한 듯 SNS에도 몇 차례 메시지를 적어 두었다. 


내용인즉, 660㎡ 규모의 하우스에 취나물을 재배하고 계시는 고향의 노모께서 작물보호제 비선택성 제초제(하이로드)를 영양제로 오인, 배부식 분무기를 이용해 살포했는데 되살릴 방법이 없느냐 물어온 것이다. 난감했다. 혹여라도 미련을 갖지 않도록 단호한 답변으로 갈음했지만 안타까움과 끝은 영 개운치 않았다.

  
예전에 비해 오용(誤用)으로 인한 약해 사례가 현저히 줄긴 했지만 일선 소농 현장에서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문제다. 물론 오지나 고령농에 이르기까지 안전사용교육의 손길이 미치기 쉽지 않은 한계는 경험상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뿐만 아니다.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실시한 농산물 안전성 조사 결과 전국적으로 특별히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하여 이례적으로 부적합 된 사례가 많은 작물보호제 품목(터부포스·포레이트 성분)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농촌진흥청이나 전국작물보호제유통협회에서는 판매 시 대농업인 안전사용기준 준수와 대체 가능 약제의 병행 사용을 권장하는 등 올바른 사용을 위한 홍보 노력을 펼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례는 물론 오인과 부주의에 기인한 오용의 문제이고 안전사용기준 미준수나 동일 약제의 연용에 기인한 것이어서 약제 고유의 안전성과 직계된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동종의 오용의 문제가 지속된다면 제2의 안전성이라 할 수 있는 ‘사용상 안전성 확보’에 커다란 결격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벼이 여길 문제는 아니다. 사용자에 의해서만 확보될 수 있는 안전성이기에 그렇다.

 

 

농업인에 의한 ‘제2의 안전성’ 확보 중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작물보호제는 일일섭취허용량(ADI)과 최대잔류허용기준(MRL),안전사용기준(PHI) 등 3회에 걸쳐 안전이 담보돼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안전장치다. 최근의 사례는 아니지만, 오래전 일부 소비자단체에서는 겹겹으로 확보된 과학적 안전 조건임에도, 이를 신뢰하기보다는 오히려 일선 농업인의 ‘올바른 사용’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작물보호제 및 농산물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수 차례 제기하기도 했다. 논리 비약이다. 이런 논리라면 그 어떤 물질의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일선의 올바른 사용상 수칙 준수는 엄중하다. 비과학적 논리 비약의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농업인 안전사용을 위한 정부와 산업계, 일선 지도기관 및 시판, 농협의 제반 노력이 탁상에만 머무르거나 더욱 면밀(detailed)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특히 작물보호제 제조업계와 작물보호협회의 컬래버(collaoration)가 엇박자여서는 더욱 안될 말이다. 협회를 믿고 공적 교육의 손길이 어디든 미치게 해야 한다. 대농업인 교육현장이면 물리적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스마트한 방식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들이 전하는 여러 방식의 무수한 여타 교육효과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물보호제 잔류에 가장 대범한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잔류기준을 발표하지 않고 계도를 통해 수확 전 사용기준을 철저히 준수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잔류기준은 여러 가지를 오랫동안 섭취했을 때 예상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의 기준초과 농산물 섭취 시의 문제가 아니며 개개 기준이 오히려 혼란을 일으킬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농산물단체를 통한 계도에 방점을 두는 체계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잔류에 민감한 나라에 속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작물보호제의 진화와 일선 지도기관의 노력, 농업인의 사용인식 변화와 GAP, 잔류허용기준 강화제도(PLS) 정착 등으로 올바른 사용과 안전농산물 생산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음은 불문가지다. 지난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농산물 등 안전성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산단계 부적합 건은 1.87%인데 이마저도 즉각 폐기 또는 출하연기 하는 등 조치된다. 유통 판매단계 부적합률은 0.33%로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에 버금가거나 더 낮은 부적합률이다. 이제 섭취 단계의 관행농산물 안전성을 의심하는 것은 차라리 기우다. 


그렇다 해도 수확 전 사용금지 기간 준수를 의심하는 소비자들의 의구심 해소를 위해서는 부단한 대농업인 홍보 노력을 지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의 주장이 비록 과학적이지는 않다 하더라도 전혀 일리가 없는 문제 제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문명 이기(利器)의 혜택은 사용법 준수라는 전제하에 보증되는 것이다. 자동차 없는 삶을 생각하기 어렵지만 운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그 어떤 흉기보다 무서운 무기로 돌변할 수 있는 것이 자동차다. 작물보호제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신물질 개발을 위한 긴 시간과 천문학적 비용, 낮은 확률은 상상 이상이지만 일선 농업인의 ‘사용상 안전성 확보’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개발과정에 투여된 그 어떤 수고도 무용지물일 수 있으며 용인받기 어려울 것이다.


‛석유를 지배하는 자는 국가를 지배하지만 식량을 지배하는 자는 인류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안정적 식량확보 및 공급을 위한 작물보호제의 역할과 중요성은 여간 작지 않을 것이다. 작물보호제 고유의 안전성 확보는 당연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자재의 존중과 지속가능을 위한 진정한 충분조건의 완성은 어쩌면 철저한 ‘사용법 준수’를 통한 대소비자 ‘안심(安心) 심리’를 제공할 때인지도 모른다. 보다 꼼꼼히 챙겨 먼 곳을 내다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