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유사 이래 처음으로 계통농약 ‘1조원 시대’를 예고했다. 농협경제지주는 2024년도 계통농약 매출 ‘1조 14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농협조직의 계통 이용률을 90%까지 끌어 올리고, 국내 농약 전체시장의 65%를 계통농약으로 채운다는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농협경제지주는 이를 위해 △원예용 농약의 계통 활성화를 추진하고 △소규모 농협의 물량결집을 통한 통합구매 및 비축구매 할인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구매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계통 미참여 업체의 신규계약 추진 및 시판 전용상품의 계통전환으로 상품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한 △방제력표 매뉴얼화로 표준화된 방제처방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아리·제주농약 활성화 및 계통이용 지원제도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처럼 농협경제지주의 올해 계통농약사업은 농협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한 국내 농약시장 안정화에 초점을 맞췄다. 농협은 올해에도 농협케미컬·팜한농·경농·동방아그로·한국삼공·바이엘·신젠타·아다마·한얼싸이언스 등 14개사와 계통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연간 1조 1400억원의 계통농약 구매·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9706억원보다 1694억원(17.5%)을 늘려 잡은 목표치로, 국내 농약시장의 65%에 달하는 점유율(MS)로 예측된다.
특히 농협은 올해 계통농약 시담(示談) 과정에서 원예, 수도, 공동방제 등 시장세분화 전략을 통한 가격안정을 도모했다. 이에 따라 △원예용 시장확대를 위한 원예농약 가격 집중관리 △시장 환경을 고려한 공동방제용 약제 가격 안정화 △가격차손 발생품목 실거래가격 반영(차손율 상위 품목 가격관리) △장려금 과다 지급업체 가격거품 제거(제네릭 원제품목) 등의 구매방향을 설정했다.
올해 농협 계통농약의 대농업인 공급가격은 실비주의 원칙에 따라 실구매원가(인수가격-장려금)에 공급실비를 감안해 지역농협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또 지역농협 관내 시장여건에 따라 공급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영(시가주의)하고, 이용고 배당을 통한 환원사업을 유도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아울러 지역농협에서 직접 제조사와 협의를 통해 ‘물량장려금(률)’을 약정하도록 유도하고, 지역연합구매(물량결집) 등을 통한 구매교섭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계통이용실적 일정비율 이상인 농협에는 ‘계통이용장려금’을 지원하되 이용실적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등 지역농협의 계통사업 활성화에 가속도를 붙이기로 했다.
농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통농약의 연중 상시구매물량 확대를 통해 가격과 수급 안정을 도모해 나갈 방침이다. 지난 1월 마무리된 정기신청 이후에도 용도별·작물별 가격·수급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상시구매·비축 시스템을 가동하고, 정기신청 이외 필요물량은 농협에서 제조사에 직접 발주(수시신청)하도록 했다.
농협경제지주가 취합한 2024년 농협 계통농약 정기신청 금액은 이달 2일 현재 8985억원으로 지난해의 8626억원과 비교해 359억원(4.2%)이 증가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표1]
원예용 농약 계통 활성화·제도개선 지속 추진
농협경제지주의 올해 계통농약사업 세부 추진계획을 보면, 먼저 원예용 농약의 계통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2023년 기준 국내 농약시장(1조 7500억원)의 37%를 차지하는 시판용 원예농약(6470억원)을 계통농약으로 흡수해 농협 전체 계통공급액을 2023년 9706억원(55%)→2024년 1조 1400억원(65%)→2025년 1조 3000억원(75%)→2026년 1조 4000억원(85%)으로 해마다 10%씩 끌어올리는 ‘농협주도 농약시장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그림1]
농협은 이에 맞춰 원예용 신규품목 프로모션 실시 등으로 시판농약의 계통 전환을 유도하고, 농약 패키지 상품(농약 용도별 묶음, 농약+영양제) 공급체계 구축으로 경쟁력(원가수준 공급)을 확보하는 등 원예용 계통상품 확대를 꾀하기로 했다.
아울러 원예용 농약의 예약구매장려금 신설과 인센티브 제도를 개편했다. 신설된 예약구매장려금 지급대상은 중본계통 매입액(2023. 1. 1~11. 30 실적 기준) 대비 5% 이상 신청 사업장별(사무소)로 인수율 50~75% 미만 0.5%→75~95% 미만 0.7%→95%~이상 1.0%의 장려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원예농약 공급실적에 따른 ‘원예상품 판매왕’을 선정·우대하는 등의 인센티브 제도를 개편하는 한편, 밭작물 기계화 중점 추진 품목(콩, 마늘 등)을 대상으로 원예작물 농기계 구매대금 및 판매장 매대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다.
농약 구매량 5억 미만 농협 물량결집 통합구매
농협은 올해 소규모 농협의 물량결집 통합구매와 비축구매 할인공급을 통한 계통농약 판매가격 경쟁력 강화로 농업인 이용 증대를 유도하기로 했다. [그림2] 우선, 농약 구매량 5억원 미만의 320여 소규모 농협을 대상으로 물량결집(통합구매)을 통한 물량장려금 수취율을 높여 판매가격을 인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농협 자재유통센터의 보관능력을 활용해 비수기 사전 할인구매를 확대한다. 이를 통해 비축한 물량은 소규모 농협·덤핑판매 시군 등에 직배송을 통해 신속히 공급하고, 용도별·월별 농약 집중공급 시기에도 할인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림3]
신규 거래처 발굴…시판상품 계통 전환 추진
농협은 계통농약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성보화학 등 시장매출 상위 비(非)계통업체의 신규 계약 등을 통해 계통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시판 전용 상품의 계통 전환을 통한 물량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그림4] 먼저, 성보화학 등 시장매출 상위 자체 거래업체와 신규 계약을 체결해 시판물량을 흡수하는 한편 지역본부와 연계한 비계통 상품의 신규 계약으로 지역농협의 구매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여기에 273개 시판 전용 상품을 비롯한 유통되는 모든 농약 제품을 순차적으로 계통 전환해 공급물량 확대를 도모하기로 했다. [그림5]
아리·제주농약 활성화·계통이용 지원제도 지속
농협은 올해에도 아리농약의 수급·가격관리 및 마케팅 강화를 통한 사업활성화에 나선다. 또한 ‘제주농약’의 활성화를 위해 도매상 대응 및 지원제도 강화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아리농약의 2023년 사업실적은 283억원으로 전년(272억원) 대비 12억원(4.1%) 증가했으나 상대적으로 매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표2] 농협은 이에 따라 아리농약의 수급불안 원제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상시구매를 통해 수급안정을 추진하고, 시판상 경쟁상품(아리 기계유 등)의 경우 원가수준 이하공급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매출장려금을 활용한 탄력적인 운영을 통해 상품별 공급물량에 맞춰 차등화 된 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특히 농협은 도매상이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제주지역의 계통농약 공급 활성화 전략의 일환으로 제조사 매출 상위 직거래 상품 공급 확대를 통해 제주지역 도매상에 맞서고, ‘계통전용상품’을 운영하는 한편 도매상 물량 선점(10~11월)에 대응해 조기 예약구매·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제주지역 특화 가격차손제도 운영과 농가 직배송 서비스도 지원한다. [표3]
시판상 가격문란 대응…가격차손 지원제도 강화
농협은 이외에도 시판상 가격 문란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농협(판매장)의 가격차손 지원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계통이용률 75% 이상의 농협을 대상으로 계통구매액의 2.5%를 사후(연말)에 지원하던 가격차손제도를 개선해 올해부터는 계통이용률 50% 이상의 해당 시·군에 계통구매액의 3%를 사후(연말) 또는 사전(매월)에 지급하는 특별지원제도를 신설했다. [그림6]
교육 다각화·방제력 매뉴얼 제작…전문성 강화
농협은 계통농약 담당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 다각화와 농협 방제력 매뉴얼화를 통한 농업인 신뢰도 제고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먼저 산학연계 등 외부 교육기관과 현장 수요 중심 교육과정을 신설해 계통농약 담당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신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식물보호(산업)기사 자격 취득 희망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방제력 매뉴얼화를 통한 표준화된 방제·처방 정보를 제공한다. 농약 전문가 조직(처방사, 식보사)을 활용해 지역 맞춤 처방력을 수집해 지역별·월별 주요작물 대상 병해충 발생 정보와 방제·처방(약제사용) 매뉴얼을 제작해 농업인들에게 배포하기로 했다. [그림7]
친환경 영양제 예약신청·공급…계통사업 기반구축
한편, 농협은 올해 친환경 영양제의 예약신청·공급을 통한 계통사업 기반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농약을 대체할 수 있는 병해충관리용 유기농업자재 30개 품목에 대해 평균 7%의 추가장려금을 지급한다.[표4] 또한 지역별 시판 묶음판매 중점품목을 분석해 차기 예약신청에 반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