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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기술

내년 인공수분용 배 꽃가루 미리 챙기세요!

가지치기(전정) 시기 늦추고 물에 꽂아두는 방법으로 꽃가루 생산
장기적으로 과수원 내에 ‘꽃가루받이 나무’ 20~30% 이상 심어야

최근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간쑤성 등 일부 지역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겨울철 배나무 가지치기를 할 때 꽃가루받이 나무(수분수)의 가지를 모아 물에 꽂아두는 방법으로 꽃가루를 확보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과일나무는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묻게 하는 수분 과정을 통해 열매를 맺는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재배하는 ‘신고’는 꽃가루가 없는 배 품종이기 때문에 꽃가루 수급 상황이 불안정할 때는 꽃가루 확보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농진청은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겨울철 가지치기를 할 때 꽃가루받이 나무(수분수)의 가지를 모아 물에 꽂아두는 방법으로 꽃가루를 생산하도록 권고했다. 2월 중순 이후 잠에서 완전히 깬 꽃가루받이 나무의 가지를 잘라 가지 끝이 잠길 정도의 물에 꽂아두면(수삽) 약 2주 뒤 꽃이 피기 시작하며, 이 같은 물꽂이(수삽)로는 꽃 100개당 꽃가루 120mg씩을 확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꽃 피는 시기, 꽃가루 양, 자가불화합인자 등을 고려해 주로 재배하는 품종 대비 20∼30% 규모의 ‘꽃가루받이 나무’를 과수원 내에 심어야 한다. 이때 꽃가루받이 나무는 하나의 품종을 심기보다는 두 가지 이상의 품종을 섞어 심는 것이 좋다.

 

가령, 배나무의 수술과 암술 모두 기능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자가불화합성 인자(S인자)가 같은 꽃가루로는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가불화합성 인자가 달라야 정상적으로 열매를 맺는다. 따라서 ‘추황배’, ‘원황’, ‘화산’, ‘만황’, ‘슈퍼골드’ 등은 자가불화합성 인자가 다르고 꽃 피는 시기는 비슷하며 꽃가루가 풍부한 ‘신고’가 꽃가루받이 나무로 적합하다.

 

새로 나무를 심지 않고 꽃가루받이 나무 품종의 가지 윗부분을 잘라 주로 재배하는 품종에 접을 붙여도(고접) 된다.

 

한편, 자체적으로 생산한 꽃가루는 인공수분 전 가까운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미리 의뢰해 꽃가루 활력과 순도를 확인하고, 발아율에 따라 증량제(석송자)를 섞어 사용하면 효율적이다. 증량제란 인공수분을 할 때 꽃가루에 섞는 이끼류 포자(석송자)로 꽃가루에 증량제를 섞어 쓰면 순수 꽃가루만 쓸 때보다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석송자는 분홍색이어서 인공수분 뒤 작업 여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발아율이 70% 이상이면 증량제를 5배, 발아율 50~70%는 3~4배, 40~50%는 2배를 사용하고, 발아율이 40% 이하일 때는 순수하게 증량제 없이 꽃가루만 사용해야 한다.

 

농진청은 또 무인기(드론) 등 꽃가루 소모량이 많은 인공수분 방법은 꽃가루 과잉 사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꽃가루 수급 상황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실시하거나 자제하도록 권했다.

 

홍성식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배 꽃가루 자급률이 낮아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며 “꽃가루를 직접 채취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은 맛도 좋고 꽃가루받이 나무로도 손색이 없는 품종을 선정해 심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