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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용 칼럼

아포리아 “K-농업”

‘K-농업’은 어떻게 정의되고 있을까. 단순히 ‘K-농업’은 ‘한국농업’,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K-농업’을 국내외에 강조하고 싶다면 체계적으로 특징과 내용을 압축, 정리해야 한다. 한국농업만이 가지는 조건과 문제, 문제의 극복 수단과 방법은 어떠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메카니즘 속에서 결과가 성공적이었는지를 ‘K-pop’처럼 정의(정체성)해야 한다.

 

Aporia, 한마디로 ‘교착상태’를 의미한다. 도대체 지금 내가 혹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르는 수수께끼 같은 상황과 상태에 놓여있을 때 한숨을 쉬면서 토해내는 탄식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암울한 상태라고나 할까. 출발은 철학적인 차원의 풀리지 않는 교착상태를 의미하고 있다. 현실에도 이러한 아득한 상태로 인식할 상황도 있다.


얼마 전 농업관련 대표적인 전문지 경영인들과의 만남에서 현재의 농정에 대해 간단히 물어 본 적이 있다. “현 농정의 지향가치 내지는 목표는 뭡니까?” 현 정부가 들어선지 1년반 정도가 지나고 있다면 몇 번에 걸쳐 농업정책에 관련된 종합적인 청사진이 마련되었을 터. 그러한 바탕 아래 농정이 전개되고 있을 것이기에 질문에 대한 답은 비교적 쉬울 것으로 보았다. 특히나 전체적으로 줄어든 예산과 달리 농업예산은 증가했기에 방점을 찾기는 쉬웠을 것으로 보았다.


대개 정부가 바뀌면 지향하는 가치를 앞세워 “000 정부” 정도로 표현한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 현 정부 농정에서도 대통령 보고 시 표지에 부제로 이러한 방향, 지향 가치가 제시되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도 업무보고의 부제목은 ‘멈추지 않는 농업 혁신, 미래로 도약하는 K-농업!’이다. 이것이 지금의 농정 지향 가치, 방향으로 볼 수 있다.


현 농정의 지향 가치에 대한 질문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 당연해서 혹은 문득 떠오르지 않아서. 암튼 망설이는 시간이 지나고, “글쎄요. 찾기가 어렵습니다”라는 응답은 몇 번의 의사 교환 후의 얻어진 결론이었다. 내년도 농업분야 전체 예산은 증가했고 대부분 직불제로 모아지고 있다는 정도의 상황설명이 이어질 뿐. 사실 많은 농업정책과 언론에 관련된 사람들도 망설여지는 부분이다.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K’를 접두어로 붙이기 시작한 것은 아마 ‘K-pop’의 영향으로 보인다. K-pop에 대한 정의와 특징에 대해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다(Wikipedia). 프랑스 국립오디오연구소는 K-pop을 “합성된 음악, 날카로운 댄스 루틴, 패셔너블하고 화려한 의상의 융합”으로 정의하고 있다. 주요 특징으로 시청각 콘텐츠, 체계적인 예술가 양성, 하이브리드 장르와 초국가적 가치 등을 제시해 놓고 있다. 체계적인 마케팅, 자리바꿈과 포인트 안무, 패션 등도 특징적인 면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K-농업’은 어떻게 정의되고 있을까. 궁금하였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K-농업’을 정리한 내용을 찾기가 어려웠다. Naver에 이 단어를 입력하고 찾아보았다(10.8. 12시 경). 먼저 농민신문사의 “‘K-농업’ 가능성·미래…박람회에 다 모였네”가 뜬다. “쌀로 만든 빵·맥주·화장품…우리 쌀과 K-농업의 미래 본다”(파이낸셜뉴스), “아프리카에 K-농업 전파한다…‘K-라이스벨트 추진단’ 출범”(정책뉴스), “기업 배척하는 K-농업…공허한 농식품부의 ‘혁신 계획’”(조선비즈) 등을 볼 수 있다. 


인터넷 상에서 나타난 ‘K-농업’을 가만히 보면 ‘한국농업’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저 Korea의 앞 글자 ‘K’를 접두어로 사용하고 있는 정도이다. 하지만 ‘K-농업’을 국내외에 강조하고 싶다면 체계적으로 특징과 내용을 압축, 정리해야 한다. 한국농업만이 가지는 조건과 문제, 문제의 극복 수단과 방법은 어떠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메카니즘 속에서 결과가 성공적이었는지를 ‘K-pop’처럼 정의(정체성)해야 한다. 그러나 찾기 어렵다.


‘K-농업’의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K-농업’은 성공적이었어야, 과거는 바람직하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지금과 미래는 바람직해야 한다. 그 결과 국가와 농업인들이 빈곤이 아닌 풍요를 누리고 있어야,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나라와 사람에 권유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제시한 미래 지향의 ‘K-농업은 무엇인가.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가. Aporia란 지적에 답이, 정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