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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순 칼럼

[박학순의 주섬주섬] 여전한 ‘가리지날’의 유혹

농약에 대한 소비자 믿음...올바른 사용에서부터

 

진짜 물건과 비슷하게 만든 물품은 유사품(類似品)이라 부른다. 겉으로는 비슷하나 본질은 완전히 다른 가짜는 사이비(似而非)라 부른다. 고급 브랜드의 상품을 모방하여 만든 가짜 상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은 짝퉁이다. 모조품은 이미테이션(imitation)이라 부르고, 오리지널(original)의 비표준어는 가리지날이다. 


이처럼 쓰임새와 의미는 다르지만, 원조(元祖)와 오리지널의 효능과 모습을 흉내 내려는 시도와 모습은 다양하고 눈물겹다. 때로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의 자태로 위용을 뽐내기도 하지만 영향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하지만, 이들의 등장으로 가격경쟁력이나 희소성 완화, 대체재로서의 지위 등 긍정적 요소가 없지 않다는 측면에서 이면(異面)의 긍정적 시각도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농식품과 연계된 농자재 안전성 분야에서의 이들의 등장은 합·불법 문제와 함께 또다른 차원의 문제가 대두된다. 먹거리 생산과 직접 결부되기 때문이다. 밀수 농약 이야기다. 


그간 수면 위로 부각 되지 않아 불식되는 듯 기억 저편에 머물러 있었던 보따리상 등을 통한 밀수 농약 사용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양상이다. 


농약은 정상 등록 농약 이외의 약제를, 방제목적으로 농작물 등의 생산에 사용하는 것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농약으로서의 효능이 있다고 하면서 농약 등록을 받지 않은 약제, 혹은 외국 또는 수입 대행업자로부터 구입한 국내의 농약 등록을 받지 않은 약제를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그럼에도 일선 현장에서는 현저히 낮은 가격을 앞세워 생장조정 효과를 내는 약제를 중심으로 암암리 사용되고 있음이 공·비공식 채널을 통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단속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도 중국 일본 등 해외직구를 이용한 농약 밀수가 증가추세에 있다고 내다보고 차단에 역량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 입장에서만 보자면 효과는 물론 수 배 낮은 가격 제품에 대한 사용유혹을 뿌리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데 있다. 물론 2006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실상 어려움에 직면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농업인을 처벌하는 것을 내심 꺼려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 농약관리법이 개정되면서부터 더 이상 약자 입장에만 기댈 수 없게 됐다. 안전사용기준 위반은 물론 부정농약, 특히 밀수농약을 사용하는 농업인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었다. 특별히 올바른 사용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비자 믿음, 올바른 사용에서부터


그렇다면 부정·불량농약이란 어떤 농약을 의미하는가. 간단히 말하면 라벨(포장지) 표시내용이 한글이 아니고 외래어로 표시되었거나 애매모호한 표현의 농약은 정상품이 아니라고 보면 틀림없다. 즉, 부정농약이란 농약을 품목으로 등록하지 않은 농약이나 외국에서 밀수입한 농약, 농약의 표기내용을 위·변조하여 판매하는 농약, 외관상 정상품같이 보이지만 내용물이 표시내용과 다르거나 농약인지 비료인지 구분이 안 되는 애매모호한 표현과 과대선전으로 판매하는 약제 등을 말한다. 


오래전 밀수농약의 대명사는 지베렐린산이었다. 지금이야 정상으로 등록된 제품이지만, 2010년 즈음 특히 상추 재배농가에서 은밀히 사용해 언론에 노출됨으로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파클로부트라졸 농약 역시 등록되지 않은 부정농약의 전형이었다. 이렇듯 정상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농약은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당장 목전의 이익으로 여겨지는 가격에만 탐닉 돼서는 안 된다. 소탐대실이다. 


세부적으로 열거해 보자. △라벨(포장지)에 등록번호가 표시 안 된 농약. 특허번호가 있더라도 등록번호(예 : 00-살충-00)가 없으면 부정농약이다. △비닐하우스 단지 등 일정 판매장소 없이 점조직 형태로 판매하거나 차량으로 이동 판매하는 농약 △인쇄내용이 조잡하거나 수축테이프의 부착이 부실한 농약 등 포장지를 위·변조한 농약 △농업인들의 외제 선호 심리를 이용, 우리말 라벨을 부착하지 않고 외래어로만 표시된 농약 △모든 병해충 또는 식물생육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표시된 농약 등등 이런 경우는 대부분 선전 문구가 요란하거나 과대 허위 선전하는 유사농약의 예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는 달리 불량농약은 정상적으로 등록되어 시중에 출하한 농약 중에서 나온다. 운송, 보관 중에 용기나 포장지의 표시사항이 훼손되어 식별이 곤란한 농약이나 약효보증기간이 경과된 농약, 직권검사 결과 불합격 품목의 동일 모집단 농약 등을 말한다.


요약하면, 밀수농약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농약으로 유통 또는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판매업자 위반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행정처분은 등록 취소다. 사용자 위반시는 앞서 언급했듯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농약등 또는 원제의 통신판매는 물론 전화 권유의 방법으로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등록된 천연식물보호제에 해당하는 농약은 통신 또는 전화 권유의 방법으로 판매할 수 있다.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게 농약등 또는 원제를 판매하여서도 안 된다. 판매업자 위반시는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물론 부정·불량농약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시판상에서도 의식이 향상돼 이런 농약을 판매하거나 추천하는 예는 거의 없다고 보여지지만 혹 부지불식간에 거래가 이루어질 수도 있으므로 이를 구별해내는 사용자의 세심한 주의와 노력이 요구된다. 


당연히 등록을 마친 농약도 안전사용기준에 따라서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제2 안전성 확보의 첩경이다. 적용대상작물과 병해충·잡초, 사용량, 사용시기 및 횟수 등이 그렇다. 농약의 대부분은 먹거리 생산에 사용되는 것이다. 반드시 등록된 농약을 안전사용기준에 따라서 사용해야 한다. 소비자의 믿음은 올바른 사용에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