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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순 칼럼

아스파탐 논란의 교훈

[박학순의 주섬주섬] ‘藥·毒’의 구분, 물질 고유성질 아닌 ‘量’이 좌우

 

 

잠시나마 ‘술은 문화적 미각으로 마시고 감성으로 취하는 영혼의 음식’이라는 심오한 철학(?)이 위기를 맞고 ‘더우면 치맥’ ‘비오면 막걸리에 파전’ 같은 주류계 불문율이 위협받기도 했다. 아스파탐 막걸리 논란이 일군 해프닝이다. 


일견 공감이 없지 않으면서도 독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얼마나 충동적이고 비과학적인 가에 대한 단상을 보는 듯했다. 물론 자신이 일상 먹고 마시는 식음료에 민감하고 안전성에 과할 만큼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탓할 수도 없다. 더욱이 발암가능 물질이 혼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더욱 우려하고 경계해야 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수 많은 언론들 역시 앞다퉈 보도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불안과 경계는 유통시장의 판을 흔들 만큼 위세를 더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2B군)로 지정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이후 한때나마 막걸리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이 실제 발생한 것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막걸리에 발암가능성이 있다는 ‘아스파탐’ 물질이 함유돼 있다고 보도한 이후다. 


아스파탐의 열량은 1g당 4㎉로서 설탕과 동일하지만, 이에 비해 단맛은 설탕의 200분의 1만 사용해도 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효과정서 이는 쓴맛 제거와 유통기한 등의 문제로 대부분 아스파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1965년 미국의 화학자에 의해 발견된 인공감미료로 무설탕 음료나 무설탕 캔디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시장은 심리가 좌우하는 것이다 보니 막걸리 판매는 규모나 편의에 따라 증감을 달리하는 등 변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업계의 반발도 즉각 나타났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 빠른 대응은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다. 이슈가 불거진 이후 식약처는 아스파탐의 1일섭취허용량(ADI)을 고려하면 막걸리에 함유된 위험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지정된 이후에도 기존 ADI를 유지하기로 했다. 체중 60㎏인 성인이 하루에 막걸리(1병 750㎖ 기준)를 33병 마셔야만 허용량을 초과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앞세웠다. 아스파탐이 속한 2B군은 인체나 동물실험 자료가 제한적이고 불충분한 경우[표]로 김치나 피클 등의 절임채소류가 포함된다고 안심시켰다. 

 

‘藥·毒’의 구분, 물질 고유성질 아닌 ‘量’이 좌우


물론 독성이 있으면 분명 위험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 유지에 빼놓을 수 없는 소금을 예로 들어보자. 소금의 체중 1kg당 반수치사량은 3g이다. 체중 60kg의 사람이 한 번에 약 180g의 소금을 섭취하면 반수의 사람은 죽는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평소의 우리들은 소금에 독성이 많다고 의식하지 않는다. ‘독성이 있는 소금’ 등의 표현도 사용하지 않는다. 필요한 경우 ‘소금은 적게 먹어야 한다’라는 식의 주의(注意)하는 정도다.


모든 물질은 생물에 대해 무엇인가의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영향을 미치는 그 작용이 생물에게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에 따라 판단을 달리한다. 당연히 부정적인 경우에 ‘독성이 있다’고 말한다. 


‘모든 물질은 유해하다. 유해하지 않은 물질은 없다. 다만 용량에 따라 독(毒)인지 약(藥)인지가 결정된다.’ 파라켈수스(1493-1541)가 한 유명한 말이다. 이는 오늘날 독성학의 기본으로 자리하고 있다.

 
소금의 예가 의미하듯, 독성이란 독성 자체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강약(强弱)의 문제’인 것이다. 독성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위험하다는 뜻이 아니다. 위험성이란 어떤 물질이 갖는 독성의 강약은 물론 일상생활 안에서 그 물질에 대한 섭취나 노출 등의 양이나 시간 등 접촉방식 모두에서 보다 균형있게 판단해야 한다. ‘독성의 세기’는 물질고유의 성질이지만 ‘노출량’은 다르다는 의미다.


이번 아스파탐 논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일상생활 중 소금 180g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없듯, 한 번에 750ml 막걸리 33병을 마실 수도, 마셔야 하는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독성 물질이 있느냐 없느냐의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얼마나 있느냐’의 시각이 과학적이라는 것이다. 


농약잔류허용기준(MRL)을 보는 세간의 시각도 과학적이어야 한다. MRL이란 작물의 재배를 위해 정상적으로 농약을 사용할 경우 식품에 남아있는 잔류농약 성분이 허용되는 기준이다. 즉, 식품 중의 잔류농약을 매일 섭취하더라도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수준을 말하는 것이어서 정부에서 정해 놓은 허용기준 이하라면 모두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식품 중 위해요소가 전혀 없는 절대적 안전식품만을 원하지만 그런 식품은 없다고 보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일 것이다. 예를 들어 허용기준이 5ppm의 식품이라면 1ppm이나 5ppm이나 안전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우리는 지금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리스크를 배우고 익혀 효용성을 적절히 이용하면 된다. 그 유용성과 위험성(유해성)과의 균형을 맞춰 이용하자. 생각을 바꾸고 멀리하면 이로움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