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40년을 공장에서 찍어냈다면 눈 감고도 만들텐데 농사는 매번 다르고 어렵거든요. 그래도 농민들은 순수해서 자기가 노력한 만큼 나온다는 걸 잘 알아요.”
지난달 8일 방문한 충남 부여군 세도면 김진태 농가는 막바지 수확 작업이 한창이었다. 지난해 10월 중순 정식한 대추토마토를 1월초부터 따기 시작하여 5월 말경 끝나는 겨울작기 농사이다. 오전부터 수확하는 손들은 바쁘기만 하다. ‘끝물’이라는 김진태 대표의 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대추토마토의 붉은빛이 영롱하기까지 하다.
김진태 농가가 작년에 이어 올해 재배한 대추방울토마토는 농우바이오 ‘더하드’ 품종이다. 농우바이오 품종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처음에는 시범재배에 참여한 바 있다. 작년에 610㎡ 농장 8개 하우스 전체에 ‘더하드’를 정식했을 때 주변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내로라하는 토마토 농가들이 모두 ‘더하드’를 선택했을 만큼 세도면의 명물 토마토가 됐다.
‘더 하드’의 매력은 무엇일까? 농사를 자식 키우는 일과 비교하던가. 김 대표는 말을 아꼈다. “농사가 다 힘들지 품종 따라 다르지 않다”는 말이 돌아왔다.
토마토 농사에 대한 심지가 강해 보인다. 그래도 40년 가까운 토마토 농사에서 가장 좋은 품종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내병성이 강하고 맛이 좋습니다. 그러려고 신품종 만드는 거잖아요.”
토마토 농사는 여러 병해와의 긴 싸움이다. 오랜 시간 동안 노하우를 축적해온 김 대표도 “병이 오는 것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잎곰팡이, 흰가루병, 바이러스들의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너덧 번 이상 오던 병이 두세 번으로만 줄어도 마음이 한결 즐겁다. “언제 약 쳤는지 잊어버렸어요.” 하는 김 대표의 말에서 신뢰가 묻어났다.
농우바이오 ‘더하드’는 바이러스(ToMV), TYLCV(IR), 잎곰팡이병(Cf9), 선충(N)에 대한 내병충성 품종으로서 토마토의 병해를 줄여줘 농가 노동력과 비용을 줄여준다.
중생종으로 평균과중 23~27g 내외의 대과종 장동형 미니 토마토라는 특징도 지니고 있다. 유난히 과가 커서 그것이 특징이 되고 있으며 농가에서는 과를 따는 재미가 남다른 품종이다. 김 대표는 “개수가 많다기보다는 과가 크면서도 고른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장점은 경도가 강하여 저장성이 우수하고 열과 발생이 적은 것이다.
농사 힘들지만 먹을 사람 생각하면 큰 보람
‘더하드’는 초세가 강하면서도 이상줄기 발생이 적어 재배가 용이하다는 장점도 지닌 품종이다. 상단 화방에서도 꽃수가 과다하지 않아 불량소과 발생이 적으며 과형이 정연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방울토마토를 출시한다는 자부심이 강한 부여군에서 어쩌면 올해는 가슴 아픈 해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특정 품종에서 발생한 구토 증상이 일파만파 토마토 농가 전체에 영향을 미쳐 도매가격이 뚝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유가 인상으로 난방비까지 올라 토마토 농가들이 고민이 깊었다. 5개월 이상 난방을 해야 하는 만큼 고정비가 많이 드는 농사여서 제값을 못 받는 경우 적자를 감내해야 한다.
김 대표는 원래 910㎡ 농사를 짓다가 몇년 전 나이에 맞게 한다는 마음으로 610㎡ 으로 줄였다고 했다. 좀 더 마음을 써야 하지만 가급적 약을 덜 치고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내병성 품종을 선택한 이유도 최종 소비자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하우스에서 주렁주렁 탐스럽게 익은 대추토마토는 김 대표가 빚어낸 삶의 작품처럼 아름다운 빛깔과 단맛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