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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용 칼럼

스마트농업의 주인은 농업인이다.

스마트농업의 주인은 농업인..."농업인 상황 잘 살펴 방법 강구하라”

정부의 정책에는 추구하는 가치(goal, value)가 있어야 한다. 농업과 농촌, 농업인을 어떻게 보느냐가 농업정책의 출발이어야 한다. 이것이 공유되면 가는 길은 그리 혼란스럽지 않다. 다만 수단과 방법의 선택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이견이 있을 뿐이다. 산 위의 물이 아래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다만 어는 경우 돌아서 가고, 잠시 갇혀 있기도 하고, 재빠르게 흘러서 바다로 갈 뿐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스마트 농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농업인을 위한 것이다”라고 생각을 공유하면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 대상인 농업인은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가를 잘 살펴보면 적절한 정부의 대응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사실 나와 비슷한 60대 후반 농업인에게 스마트 농업이 어쩌구, AI가 어쩌구 하면서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라고 말하면 아마도 10중 8~9할은 웃을 것이다. 


미래 농업의 한 축은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농업이다, 다른 한 축은 자연생태 순환을 중시하는 유기농업이 자리할 것이다, 이 주장에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1990년대 펄럭이던 친환경농업의 기치가 조금 수그러들면서 21세기에는 4차산업혁명, ICT, 빅데이터, AI 등 사실 그 속정조차 잘 모르는 용어와 함께 스마트농업이 대세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렇다고 유기농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방향은, 그것이 바람직한지 여부와 무관하게, 농업과 농촌, 농업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반응하게 되고 결과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강소농만이, 스마트 농업만이, 쌀가루 생산만이, 농산물 수출만이 미래 희망인 듯 몰아붙였다. 그리고 여기에 정책과 정부의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당연하게도 이들 사업은 확장되고 농업인들도 따랐다. 


비록 정부의 정책이기에 따르기는 했어도 상당수의 농업인들은 그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를 잘 안다. 얼마 전 동문수학한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지금 농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도자에게 내가 질문하였다. “요즘 쌀가루 문제 어떻게 생각해?” “사실 답이 없어요. 이전에 농진청에서 이 이야기가 많이 있었지 않아요? 그때도 그랬어요.” “현 장관이 물러나면 이 정책은 어찌 될까”. 그는 그냥 웃어 보일 뿐이었다. 정부에서 온갖 지원으로 끌고 가면 가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길에 대한 신뢰는 낮다는 의미로 읽혔다.


스마트농업의 확산과 강화의 핵심인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설립과 운영을 바라보는 마음이 가볍지 않다. 성장거점과 집적이론에 의한 효과를 얻고자하는 취지에는 힘찬 찬사를 보낸다. 문제는 당초의 지향방향, 가치에 부합한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상당한 회의가 있다. 아주 간단한 질문 하나를 공유하자.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교육을 받으려고 오는 젊은이들은 사정이 넉넉한 사람들인가.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절박한가. 


홍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스마트농업은 멋지다. 첨단유리온실, 식물공장, 수억, 나아가 수십억원의 매출, 사무실에서의 원격조정과 관리,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경영 등 참으로 스마트하다. 그럼에도 일부 현장 젊은이들은 겉만 보지 말라고, 속지 말라고. 빚더미에 나앉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면 일부에서는 냉소적인 말을 할 것이다. “하다 보면 실패한 이들도 있을 것이고, 누가 스마트팜 하라고 강요했나?”


스마트 농업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은 현장의 담당자들에게 몇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현재의 농업인들이 처한 상황과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해라. 둘째 농업인들이 원하는 내용과 방법을 최대한 정책내용으로 구성해라. 셋째 정책의 최일선 공무원들은 농업인을 위한 사람이고 행정조직도 그러하다. 머슴이 주인행세하지 말라. 넷째 정책의 일관성을 가져라. 조삼모사(朝三暮四)해서는 안된다. 다섯째 공무원은 연구전문가가 아니니 열린 귀와 눈을 가지고 배워라. 여섯째 스마트농업의 어두운 현실, 어려움을 낱낱이 알려줘라. 한마디로 말하면 “스마트농업의 주인은 농업인이다. 그러니 농업인의 상황을 잘 살피고 그들을 위한 방법을 강구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