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약시장의 초대형 품목인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성분의 비선택성제초제 가격을 둘러싼 유통 현장의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지난 2021년 ‘바스타(액제)’ 제품의 원제와 부자재 가격 폭등을 비롯한 유가, 물류비, 환율 상승분 등 원가요소별 가격 인상률을 반영해 전년 대비 33.3%(9000원→1만2000원) 인상하면서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성분의 비선택성제초제(제너릭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그러나 중국산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가격이 최근 폭락세를 이어가면서 제품 가격 재조정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농협중앙회는 2022년도 사업분 계통농약 가격을 평균 5% 가량 인상할 당시 ‘바스타’ 액제의 경우 별도의 가격협상을 통해 인상요인을 적극 수용한 33.3%(바스타 액제) 인상을 결정하면서 향후 가격변동 요인이 생기면 차기년도 농약시담 이전에라도 가격 재조정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몇몇 ‘회원제 도매상’ 관계자 중에서는 약효·약해 면에서 오리지널과 제너릭의 차이도 별반 다르지 않는 상황에서 유통인이나 농업인들이 굳이 고가의 오리지널 제품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산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사상 최저가
중국 현지 농약원제 딜러와 국내 농약회사 관계자들에 의하면, 5월 현재 중국산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Glufosinate-ammonium) 95%’ 가격은 ㎏당 USD 13~15$(국내 수입가격 기준) 내외로 사상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다.[표1] 지난 2021년 8월의 ㎏당 USD 36~39$와 비교해 2.7배 가량이 급락했으며, 2022년 12월 기준 ㎏당 USD 55$ 내외와 비교해서는 3.7배 가량이 폭락했다. 농협케미컬의 ‘바스타’ 원제로 쓰이는 한국바스프의 오리지널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50%)’ 가격은 ㎏당 USD 22~24$ 내외에서 아직은 변동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국산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가격의 폭락은 코로나19 팬데믹과 환율 등의 영향으로 재고가 누적된데다 공장 가동률 유지에 따른 과잉생산이 겹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국내 농약업계 관계자들은 이달 23~25일 중국 상해에서 열리는 ‘2023 CAC(2023 China International Agrochemical and Crop Protection Expo)’ 이후 중국산 원제 가격의 윤곽이 분명해지겠지만, 당분간은 평년 가격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국내 2024년도 사업분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성분의 비선택성제초제 가격도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바스프가 공급하는 오리지널 원제도 중국산 중간체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결정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네릭 제품 시판 납품가 5500원…판매가 8500원
‘바스타’ 계통가격 1만2000원…판매가 1만원 내외
올해 하반기 국내 비선택성제초제 시장에도 벌써부터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먼저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성분의 제네릭 제품 시판(납품)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0원(500mg/병) 정도 내려갔다. 지난해 이맘때 제네릭 제품 생산회사들은 고객(시판)관리 차원에서 6400~6500원선의 ‘오더 메이드(고객의 개별적인 주문을 받아 제조한 상품)’ 공급을 고민했다면, 지금은 모든 공급물량 가격을 1000원 가량 낮춘 5500원 선에서 납품하기 위해 ‘시판’을 찾아다니고 있다.
더구나 제네릭 회사들은 가격하락보다 시장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 반면, 농협케미컬이 공급하는 오리지널 제품 ‘바스타(액제)’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농협 계통공급 가격이 1만2000원(500mg/병)으로 명시되지만, 대농업인 판매가격은 1만원선 내외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시판’은 제네릭 제품 병(500mg)당 5500원선에 구입해 농업인들에게 8000원 이상의 가격을 받고, ‘농협’은 1만2000원에 구매해 1만원 내외로 판매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하나의 변수로는 차기년도 사업분의 가격 인상을 예측한 상당수의 ‘시판’과 ‘농협’이 지난 연말 선구매에 나서면서 재고 물량이 늘어나 당해년도 구매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게다가 제조회사 입장에서 보면, 올해 사업분 물량은 지난해 인상된 가격으로 원제를 구매했기 때문에 현재의 원제 가격과 사실상 연동되지 않지만, 일부 제조회사에서 덤핑 가격을 제시하면서 전반적인 시장 가격이 왜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와는 다소 결이 다른 측면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현재의 중국산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가격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몇몇 제너릭 회사들이 2024년도 사업분 원제를 미리 확보하려는 눈치게임에 나서고 있다. 물론 원제 가격의 폭락과 반비례하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로 인해 내년도 사업분 원제의 선구매가 이뤄질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지만, 저가 원제의 선구매가 현실화되면 2024년도 시장 가격 형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판매 마진’과 ‘브랜드파워’가 시장교란 빌미 제공
무엇보다 현재의 중국산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가격이 올해 연말까지 유지될 경우 국내 비선택성제초제 시장은 오리지널 제품과 제네릭 제품 간의 한판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제네릭 제품 생산회사의 한 관계자에 의하면, 중국산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가격이 ㎏당 USD 15$ 내외로 유지될 경우 여러 원가요소별 생산비를 감안하더라도 시판에 납품할 수 있는 제품 가격은 4500원선도 가능해진다. 반대로 ‘바스타’의 농협계통 납품가격은 현재와 같이 1만2000원(농협계통 납품가격)을 고수할 경우 제네릭 제품과의 가격 차이는 3배 가까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시판’은 4500원선에 구매한 제네릭 제품도 ‘바스타’의 대농업인 실제 판매가격(1만원선 내외)에 견주어 8000원 이상의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농업인들의 피부에는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결국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을 주성분으로 하는 비선택성제초제의 대농업인 판매가격은 농업인들의 인식을 지배하고 있는 ‘바스타’의 브랜드파워와 유통 주체인 시판과 농협의 판매 마진 욕심이 서로 얽히고설켜 시장 교란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국내 오리지널 ‘바스타’ 성분 매출(2021년) 501억
한국작물보호협회가 발간한 ‘2022년 농약연보’에 의하면, 국내 비선택성제초제 시장은 2021년 기준 1559억여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이중에서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을 주성분으로 하는 비선택성제초제의 매출(합제 포함) 총액은 811억여원에 이르며, 여기에 ‘글루포시네이트-P’ 성분의 자쿠사(SG한국삼공)와 바로바로(경농)의 매출을 합한 86억여원을 더하면 대략 898억여원에 달한다.
좀 더 세분화해 살펴보면,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단제(18% SL)의 경우는 583억여원(수입완제품 27억여원 포함)에 달하며, 이외에도 성분함량 24.5%(SL) 제품(수입) 매출 18억여원과 합제 매출 210억여원을 포함하고 있다.[표2]
또한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성분의 비선택성제초제 시장을 오리지널 제품과 제네릭 제품으로 구분하면, 우선 오리지널 제품은 농협케미컬(바스타-계통 352억여원)과 팜한농(삭술이 40억여원), 성보화학(바스타-시판 91억여원) 등 3곳의 2021년말 매출을 합하면 456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을 주성분으로 하는 제품(합제 및 제너릭 제품 포함)의 전체 매출 725억여원(자쿠사·바로바로 매출 제외)에서 오리지널 제품 매출 456억여원을 빼면 제네릭 제품의 매출 합계는 약 269억여원 정도로 산출할 수 있다.[표3]
중국은 ‘L-글루포시네이트’로 미래 시장 개척
중국의 비선택성제초제 시장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최근 AgNews를 비롯한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의 비선택성제초제 시장은 ‘L-글루포시네이트’가 미래를 주도할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2020년 9월 파라콰트(Paraquat)의 사용을 금지한 직후 Yonon, Japan Meiji Seika, Lier Chemical을 중심으로 ‘L-글루포시네이트’ 시대를 준비했다. 관련 전문가에 의하면, 글루포시네이트는 L-이성질체와 D-이성질체의 두 가지 광학 이성질체가 있는 키랄 중심(chiral center)을 포함하고 있지만, L-글루포시네이트(L-이성질체)만이 제초 활성을 제공한다.
특히 글루포시네이트 대신 L-글루포시네이트를 사용하면 약량을 절반으로 줄여도 동일한 방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L-글루포시네이트’는 토양에서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인간과 동물에 대한 독성이 적다. 다만, 가격이 글루포시네이트에 비해 1.5~1.7배 가량 비싸게 형성되고 있다.
중국 농약관리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통계에 따르면, ‘L-글루포시네이트’는 출시 1년 만에 시장 점유율 8%를 기록했다. 중국의 제초제 전문가는 “향후 몇 년 동안 L-글루포시네이트는 점차적으로 글루포시네이트를 대체할 것”이라며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대량의 L-글루포시네이트가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China Pesticide Registration Watch에 의하면, 중국 Yonon의 ‘L-글루포시네이트’ 제품 기술과 품질은 글로벌 선도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저장성에 위치한 Yonon의 ‘L-글루포시네이트’ 공장은 연간 생산량이 5000톤에 달하고 있다. Yonon의 ‘L-글루포시네이트’ 제품인 ‘진바이수(L-글루포시네이트 10% SL)’는 출시 첫해인 2020년에 1800톤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이듬해에는 5000톤 넘게 판매했다.
특히 Yonon의 ‘L-글루포시네이트’ 제품은 비선택성제초제의 사용량 감소와 ‘효율적이고 저독성이며 친환경적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Yonon의 ‘L-글루포시네이트 10% SL’ 시리즈는 감귤원, 포도원, 바나나 과수원 등의 헛골에 등록돼 있다.
그런가하면 Lier Chemical도 새로운 생물학적 방법으로 생산된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ier Chemical은 중국 후난성에 위치한 연간 2만톤의 ‘L-글루포시네이트’ 제품 생산 능력을 갖춘 자회사 Hunan Lier Biological에서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 올해 하반기까지 7000~8000톤의 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Lier Chemical 관계자는 “향후 3~5년 내에 ‘L-글루포시네이트’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동시에 글루포시네이트를 비롯한 일부 비선택성제초제의 대체제로 점차 자리잡을 것”이라며 “미래의 Lier Chemical은 시장 상황에 따라 Jingzhou, Guang'an 및 기타 지역에 10만톤의 ‘L-글루포시네이트’ 생산기지를 구축해 ‘L-글루포시네이트’ 산업 발전을 통한 글로벌 농업 생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Limin 그룹의 자회사인 허베이 비룡바이오케미칼(Hebei Veyong Biochemical)도 연간 1만톤의 ‘L-글루포시네이트’ 생산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Limin이 이달 9일 발표한 공장설립계획에 의하면, Veyong Biochemical은 연간 1만톤의 ‘L-글루포시네이트’ 생산공장 신축을 위해 RMB 3억3000만 위안을 투자하기로 했다.
Limin은 이에 앞서 2022년 6월 저장과기대 생명공학연구소 연구팀과 생물학적 효소법을 통한 ‘L-글루포시네이트’의 산업화 생산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기술은 합성생물학과 효소 촉매를 활용해 고효율 촉매 효소를 만들고, 이를 통해 ‘D-글루포시네이트’를 광학 순도가 높은 ‘L-글루포시네이트’로 전환해 기체상 연속 화학 합성과 생합성을 연결할 수 있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Limin은 이 공정을 활용해 향후 ‘L-글루포시네이트’ 산업 발전을 위한 견고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