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농 대표이사 취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취임 후 전국투어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3월 한 달 동안 공장, 영업소, 대리점 등을 두루 방문했습니다. 식사와 소주 한 잔 하면서 허심탄회한 분위기에서 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듣고자 했어요. 30여년을 있었기에 얼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여러 사람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전국을 돌고 왔습니다.
‘샐러리맨의 최고위 승진’을 일궈내 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입사 초기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면.
대학 졸업 후 풍농에 입사지원을 해서 면접을 보았고 비어있는 경북 영업담당으로 다음날부터 출근하게 됐어요. 6~7개월 일한 다음 경남영업소로 다시 발령 받아 내려갔죠. 드넓은 경남에 풍농 대리점은 고작 4개, 그런데 용성인비 빼고 1천톤이 목표라고 하니 기가 막혔어요. 서류가방 하나 들고 버스 타고 다니면서 정말 열심히 영업하고 대리점 늘리다 보니 4년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어요.
그 다음 본사로 올라와 영업관리, 개발부, 농협 입찰 등을 담당했어요. 시련의 시간도 있었지만 고마운 일도 많았습니다. 차장 때였는데 담당하고 있던 입찰업무 관련 삐끗하는 일이 발생해서 공장 파견근무를 가게 됐습니다. 승진은 물건너갔구나 포기하고 있었는데 사장님은 그 해 부장 승진에서 저를 빼놓지 않으셨어요. 그후 임원 승진까지 하게 됐고 그런 믿음에 지금까지도 감사하죠.
비료는 농가 비용과도 직결돼 있으며 해외 원자재 수급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있습니다. 특히 2021년~2022년 원자재 가격 폭등을 겪었고 갈수록 어려워지는 산업이라는 염려도 많아요.
비료 원자재는 수입하기 위해 조율하는 시간이 길고, 중국만 해도 6개월 걸린다는 마음으로 해왔죠. 특히 풍농은 공장이 내륙인 충남 서천에 위치하고 있어서 타 업체에 비해 운송의 까다로움이 더 커요. 최대의 수입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차례로 막히고 원자재 수급 어려움을 겪을 때 일 년에 몇천, 몇만 톤을 써야 하는 원자재를 콘테이너로 들여온 일도 있었어요.
차량용 요소수 부족 사태가 터지고, 요소 수급 어려움이 이슈가 되면서 “비료 생산을 할 수 없다면”이라는 가정에 오싹해지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지금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았어요. 이참에 수입처 다변화를 비롯해 해외 변동의 대처 능력을 굳건히 하는 한편, 회복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비료산업의 특성도 인지되었으면 합니다.
올해 들어 비료 시장 상황은 어떤지요?
판매가 좀 저조한 편입니다. 비가 좀 오지 않았다든지 쌀값이 떨어졌다든지 하는 이유가 있긴 해요. 그런데 전반적으로 우리 농업과 농업인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느끼는 것과 연관이 있나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올해 1월 농협 계통비료 가격 결정이 되지 않아 멈춰 버리니까 전년대비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죠. 그러면 2, 3월에 그 부분이 메꿔져야 하는 하는데 안되는 거예요. 대농업인 비료 가격이 내렸는데도 안 팔리니까 걱정스럽죠. 가뭄부터 해갈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비료 시장 자체도 지각변동을 하고 있지 않나요. 노동력 부족이나 탄소중립 정책의 영향도 나타날 테고요.
일본에서 완효성비료가 아직 시장의 15%를 넘기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현재 10%쯤 차지하고 있는데 향후 20%를 넘기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선 저탄소정책과 연관이 됩니다. 완효성비료는 비료성분이 서서히 용출되니까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적게 나온다는 접근이 가능해요. 농업인들은 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최근엔 일반 비료 안에도 코팅비료를 좀 넣어서 ‘완효성’을 강조하기도 하죠. 이런 전반적인 흐름에서 완효성비료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료 자체가 다양해지고 농업인들의 선택과 사용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하우스의 경우 토양시비에서 첨단산업 액비인 관주용 비료로 다 바뀔 것 같습니다. 2000년도에 이스라엘 다녀오고 농가 시범포 하던 분이 떠오르는데 정식전 토양개량 위한 석회질·유기질 비료를 사용하고 정식 후에는 관주용 비료만으로 농사를 잘 짓는 모습이 당시엔 놀라웠죠. 지금은 일반화 추세여서 머지않아 하우스 작물은 토양시비 자체가 거의 없어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정부에서 스마트팜을 추진하고 있는데 고비용의 첨단기술을 넣어서 현실적으로 얻어낼 실질적 이득이 없다는 게 큰 어려움이죠.
성주 참외단지는 습해와 병 때문에 연동하우스를 하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우리는 우선 효과적이고 환경부담이 적으면서 사용이 쉬운 비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관주시설재배에서 물에 녹여 사용하도록 수용성원료만 사용한 ‘무레타 비료’를 개발했는데 시장 반응이 좋습니다. 농사 애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관주용 고품질 비료가 시설재배 농가에게 중요합니다.
부산물비료 중에서 유기질비료 시장은 예측이 가능할까요?
우리나라에 유기질비료의 근본적인 원료가 없는 게 가장 큰 약점이죠. 실제로 감자, 고구마 같은 뿌리채소는 유기질비료 사용이 품질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거에요. 그런데 원료 고비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제품 개발이 쉽지 않아요.
농지가 줄고 있고 농업인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 자체도 기업에게 부담이 될 듯합니다.
좀 아까 완효성비료와 관주용비료가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죠. 토양시비에서 이제 나올만한 비료는 대부분 갖춰다고 볼 수는 있죠. 그렇지만 시장은 무궁무진하다는 걸 가끔 상기시키는 제품들이 있어요. 최근 우리 히트작 중에 완효성비료 ‘롱런모든작물’(12-5-5, 고토2, 붕소02, 규산6, 석회15)이 있어요. 질소 12% 완효성비료를 갖고 농협에 들어가니까 처음엔 말이 많았죠. 그런데 하나 둘 좋은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작년에 제주도에서만 3000톤이 팔렸어요. ‘롱런모든작물’은 완효성비료로서 규산과 석회를 보증했어요. 그러니 배, 과수는 물론 다양한 밭작물에서 진가가 나타나죠. 올해는 전체 1만톤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좀더 확산될 거라는 기대도 하고 있어요.
농협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시장은 장기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인데.
농협 의존 비율이 수출용을 빼고 나면 90%가 넘습니다. 농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가격 조정과 통제가 더 문제시 된다고 봅니다. 하우스용 비료 얘기도 했지만 정말 농사가 잘 되는 기술이 담겨 있을 때 농가는 고가의 비료를 선택하거든요. 우리 대리점인 어느 원예조합 농자재판매장에 갔다가 놀란 적이 있어요. 주차장 한켠에 비료가 쌓여 있는데 4분의 3이 외국산 브랜드 비료였어요. 우리가 농협 입찰가격 등 이런저런 이유로 개발하지 못하면 외국산에게 자리를 내줄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 농산업 기업들이 인재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풍농의 미래 기업 비전이 궁금합니다.
아시다시피 풍농은 비료사업이 핵심이 되고 있는 기업입니다. 250명의 직원이 있고, 영업본부만 보아도 제가 입사했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로 현재는 30명의 영업직원이 150여개 대리점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 최근 호텔사업(서울 마포구 호텔나루)에도 첫 발을 내딛었어요. 또한 경기도 오산 1만5000평 대지에 5층 대규모 임대용 물류센터를 지어 이달에 개장했습니다. 제가 신사업팀장도 겸했던 터라 제 컴퓨터에는 7~8개의 신사업 계획서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250명 직원과 미래 직원들의 행복한 삶과 꿈을 실현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