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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 원로 현해남 유튜브 보고 농사 고민 덜었다”

현해남 제주대 명예교수·토양 비료 유튜버

 

흙과 비료가 궁금할 때 많은 사람들이 현해남 제주대 명예교수를 떠올린다. 저서와 강연, 토론과 인터뷰, 심지어 만화 등을 통해 토양과 비료에 대한 지식을 아낌없이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현 교수에게 요즘 유튜버라는 신식 타이틀이 추가됐다. 2년여 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현해남 교수의 흙과 비료 이야기’는 구독자 3만7300여명에 이르는 농업 분야 인기 컨텐츠로 자리잡았다.

 

어렵기만 한 비료 지식을 쉽게 풀어내는 친절한 강의는 공부하며 농사짓는 젊은 농업인들에게 특히 환영 받고 있다.

 

“예전엔 교수가 퇴직할 때 다들 책을 냈습니다. 그런데 나는 책 대신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교수들이 강단에만 설 것이 아니라 유튜브를 해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어요. 유튜브 등에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이 돌아다니는 거에요. 무조건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자극적인 내용이 적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맞서는 길은 바른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현 교수는 10분 내외의 짤막한 강의들로 이어지는 유튜브인 만큼 1000편까지 지속하겠다는 열의를 내비쳤다. 또 하나 유튜브 개설의 이유가 있었다면, 무조건 남을 따라하거나 귀동냥에 의지하는 농법이 아니라 과학 농법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오프라인에서도 그의 강의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그만큼 농업인의 토양과 비료 고민이 크다는 증거일 것이다.

 

“주제는 굉장히 다양해요. 선충 예방하는 것 알려 달라, 퇴비는 어떻게 골라야 하나, 어떤 작물을 하고 있는데 골칫거리가 있다 등 각각 다릅니다.”

 

현 교수는 제9대 이스라엘 대통령 시몬 페레스의 “농업은 노동이 아니고 과학이 95% 이상이다”라는 말이 자신의 삶과 강의 인생을 지탱해 주었다고 전했다.

 

그는 35년을 넘는 시간 동안 대학과 농업 관련 강단에 섰으며 그동안 형성된 컨텐츠는 책이라 가정했을 때 3000쪽이 넘는 분량이라고 한다. ‘만화로 이해하는 흙과 비료 이야기’ 1 2 3권을 발간하는 등 어려운 비료 관련 지식을 쉽게 풀어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유튜브를 통해 자유로운 시공간 안에서 청년 농업인, 귀농인 등의 비료 궁금증을 콕 집어 해결해 주는 일까지 더해진 것이다.

 

 

경직된 시장은 농업인·기업 모두에 마이너스

그가 올바른 정보에 방점을 두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 농업 기술이 부족하거나 왜곡된 정보에 의해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퇴비와 유기질비료는 토양과 작물의 뿌리를 좋게 하고 무기질비료는 영양을 공급해 잘 크게 하거든요. 그런데 1960~1970년대에는 생산성에만 주안점을 두어서 무기질비료를 집중적으로 공급, 투입했어요. 1990년대 중반에 ‘흙 살리기 운동’이 시작됐고 퇴비와 유기질비료 지원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 기조를 이어가니까 2005년쯤 역전 현상이 일어나 부산물비료 사용이 200만톤 이상으로 늘었죠. 반면 과거 200만톤을 쓰던 무기질비료가 100만톤으로 떨어졌어요. 극단적인 정책이 아니라 토양을 지키면서 적절한 영양분을 줄 수 있는 비료 정책을 처음부터 도입해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한 현 교수는 한국의 친환경농업·유기농업이 좀 더 과학적인 방식을 따를 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류가 비료로 만든 N(질소), P(인), K(칼륨), Ca(칼슘), Mg(마그네슘), S(황), B(붕소) 등 12가지 영양소를 공급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유기물, 미생물, 퇴비, 부엽토 등에만 치우쳐온 점을 꼬집었다. 과거 남미태평양전쟁 발발에 영향을 미친 구아노 비료와 같이 효과가 탁월한 농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농업인들을 위해 그와 같은 비료를 지원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어찌 보면 비료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타고 났습니다. 암석이 변해서 토양이 되는데 우리는 땅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와 영양분이 적은 암석이에요. 그렇다 보니 토양 자체가 갖고 있는 양분과 유기물도 적어요. 정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 중부 아이오와주나 동유럽 우크라이나는 유기물층이 1미터가 넘어요. 우리나라가 벼농사의 비중이 커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봐요. 물을 담아 놓으면 토양에서 양분이 좀 녹아나오는 거에요. 그래도 논의 경우 1970년대에 경지정리를 하면서 균질함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수원이나 밭은 그것마저 안돼 있어서 똑같은 비료를 줘도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해요.”

 

그렇다면 질문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의 토양·농지와 연관된 농업 정책은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습니까?

 

“토양을 좋게 하거나 적어도 유지하는 방법은 지금처럼 퇴비나 유기질비료, 미생물 자재 등을 잘 주는 방법이겠죠. 토양은 잘 변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토양만 해도 2억년 전에 만들어졌으니까요. 2억년 동안 자연계와 평형을 이룬 거에요. 그런데 유기질비료나 퇴비는 1년 농사용이에요. 1년 주면 조금 좋아졌다가 안 주면 다시 제자리로 가는 거죠. 그런데 현재 가장 중요한 토양 관련 정책인 유기질비료지원사업이 지자체 이양으로 향후 각각 다르게 운영된다면 그 결과에도 편차가 나타나겠죠. 향후 농업인이 어떤 비료를 쓸 것이냐 하는 문제도 정책에 따라 바뀌는 것이니까 이 모든 것을 고려한 농업 정책이어야 합니다.”

 

농업인이 가치 있는 비료를 직접 선택해 사용하는 시대를 정부와 기업이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현 교수는 조언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비료 기술은 여느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그는 농협 입찰에 묶여 있는 무기질비료의 경우에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유롭게 경쟁하게 되면 가격이 올라가지만 그 대신 필요 없는 비료는 줄일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경직돼 있으면 기업은 새로운 비료를 개발할 동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