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이나 세력 등이 가장 왕성한 시대를 흔히 전성시대(全盛時代)라 일컫는다. 일상이다시피 한 현재 국내 유튜브(YouTube) 시장이 그렇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 덕분에 눈 뜨면서부터 잠들기까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유튜브를 보며 지낸다. 정치 경제 문화… K-POP가수, 연예기획사, 방송사, 음원 유통, 토이, 웹 예능, ASMR, 한의약, 요리, 음식, 키즈, 먹방 등등. 당연히 농업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시청자들은 각자의 취향과 정서적 허기에 따라 나름의 포만감을 기대하며 범람하는 나만의 유튜브 찾기에 전전긍긍이다. 유튜브에 따라 천차만별인 구독자 수는 스킵 가·불가한 인스트림 광고나 피드내 비디오 광고, 범퍼 광고, 아웃스트림 광고와 마스터헤드 광고 등을 통해 해당 유튜버에게 천양지차의 엄청난 수입을 안긴다. 이렇다 보니 지금은 사용자가 직접 업로드해서 볼 수 있는 작은 동영상시장이 세계 최대 비디오 공유 플랫폼 중 하나로 성장한 것이다.
YouTube, 세계 최대 비디오 공유 플랫폼으로
최근 무료함을 허비하기 위해 이런저런 유튜브를 둘러보던 중 자극적 제목을 앞세운 충격적인 영상을 접하고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화면의 반을 채울 만큼의 큰 글씨가 압권이다. “누군가 농약이 든 빵을 먹여 살해 했습니다”. 디테일한 하단의 메인타이틀은 더욱 감성을 자극한다. ‘농약으로 독살 당했습니다...국과수 감정결과 나왔네요. 화가 납니다. 슬픕니다....’.
온전히 게재된 영상에는 흰색의 작지 않은 반려견이 누워 발작하고 몸을 부르르 떨며 고통스러워한다. 비교적 농약에 대한 이해가 적지 않은 필자가 보기에도 쉽지 않은 영상이다. 보는 내내 심리적 불안과 안타까움이 커져만 가고 시청자들의 응원을 기대하는 해당 유튜버의 의도와는 달리, 농약의 위험성만 부각되어 송출되고 있는 어이없는 영상이다. 다행히 지금은 해당 반려견이 회복되어 건강하다는 코멘트를 부연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소나마 위로하지만, ‘2마리 중 1마리는 죽고’라는 앞선 전제가 2만을 훌쩍 넘는 댓글 시청자들의 마음을 지배할 것임은 불문가지다.
하나 더. 외국인 며느리가 매일 음식타박을 일삼는 홀로된 시아버지를 살해하기 위해 농약을 넣어 된장국을 끓여 제공했다는 ‘며느리의 된장찌개’ 영상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말미 영상 소재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더욱이 현재는 존재하지도 않는 특정회사의 제품사진이어서, 그 배짱과 무지함에 소름마저 돋는다. 다행히 필자의 제보를 통한 해당사의 강력한 문제제기로 영상사진이 알아볼 수 없게 처리되기는 했지만, 역시 2만을 넘는 그간 시청자들의 인식을 그릇되게 한 과오는 무엇으로 바로잡을 수 있단 말인가?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이런 자극적 하급 영상이야말로 첨단 영농자재인 농업약제 즉, 농약의 올바른 역할이나 이미지를 왜곡하게 만드는 첨병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십분 재고(再考)돼야 하며 반드시 제재(制裁)돼야 마땅할 것이다.
자극적 하급 영상, 반드시 재고·제재돼야
최근 “대만 ‘수입한 라면서 기준치 넘은 농약성분’ 1천 상자 전량 폐기” 뉴스 또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기에 부족하지 않은 기회다. 국가 간 상이한 잔류허용기준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소비자 인식은 ‘기준치 초과 농약 검출’에 머무르기 십상이어서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등 긍정적 메시지를 제공할리 만무하다.
반면 구독자 11만5000명을 보유한 ‘손바닥농장’이나 ‘농민심서’ 그리고 142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한의사인 ‘채널 H’ 같은 유튜브는 상당 수준의 농업 및 농약 상·지식을 제공하는 고맙고 감사한 영상이다. 특히 그간 자신의 이름을 앞세워 한의약은 물론 식품 안전성 정보 등을 제공함으로써 수많은 구독자를 확보해 온 ‘채널 H’의 경우는 금번 “양배추 농약 현장카메라, 양배추는 약일까 독일까? 150일 관찰로 밝히는 농약범벅의 진실”이란 영상으로 뭇(many) 소비자들의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150일간의 양배추 재배기간 동안 날짜별로 성장하는 실제 모습을 보여주며 양배추가 잔류농약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한지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자극적 제목이 다소의 ‘옥의 티’라 할 수도 있겠으나, 짧지만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영상으로 식품 중 잔류농약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한껏 제고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허나 여기서 굳이 ‘그레샴의 법칙’이 떠오르는 건 억측이며 비약일까? 시장에 악화(惡貨)와 양화(良貨)란 두 재화가 존재한다면 궁극에는 어떤 재화가 득세하고 어떤 재화가 사라질까? 당연히 양화가 득세하고 생존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는 게 ‘그레샴 법칙’이기에 두렵고 우려하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법칙이기에 그렇다.
자재의 유익성과 유해성이 양존할 때 제대로 된 유해성을 알리고자 하는 영상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마치 특정 자재 고유의 문제인 양 호도하며, 동정여론을 구걸하거나 수입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익을 보거든 의(義)로움을 먼저 생각하라는 견리사의(見利思義) 정신의 현격한 결여가 너무 많이 아쉽다.
비록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고 사용자 친화적인 기능을 구비,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많은 청중으로의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 등으로 전성시대를 구가하고는 있다 하더라도, 부적절한 낮은 품질의 콘텐츠 및 잘못된 정보 등 품질관리 문제로 이용자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혼재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물론 이용자 공히 바르고 정제된 정보제공과 냉철한 이해력으로 문명 이기(利器)의 혜택으로부터 괴리되는 불상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