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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내년 농약가격 두자릿수 인상 불가피”

원제·부자재·환율·금리·물가·생산비…농약 원가요소별 가격 인상요인 다수 발생
원·달러 기준환율 1180원(2022년)→ 1380원(2023년)…10원당 순이익 4억 감소
품목별 오리지널 원제 가격 4%~25% 인상…중국산 제네릭 가격도 폭등세 여전
일본 JA전농, 제조회사별로 8.7~15% 인상 결정…수출원제 가격도 5~20% 인상
작물보호협회 “내년도 원부자재 수입비용 20% 이상 증가…농약가격 인상 필요”

 

 

내년 농약가격은 두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3년도 사업분 농약가격 인상 요인은 2022년도 보다도 오히려 더 많고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JA전농(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의 경우 지난 11월말 우리나라와 유사한 농약 원가요소별 가격 인상 요인들을 감안해 2023년도분 매입가격을 최소 8.65%에서 최대 15% 사이의 인상률을 제조회사별로 각각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농약제조업계는 2023년도 사업분 농약가격 인상 요인으로 원제·부자재 가격 급등과 심한 환율 변동성, 금리 인상 등을 최우선 난제로 꼽고 있다. 여기에 생산·포장·운송 등과 관련한 각종 가격인상 요인들이 즐비해 있다. 이에 따라 농약제조회사(농협계통 계약회사)들은 1차로 이달 12일 내년도 계통농약 가격 15~18% 인상안을 농협중앙회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중앙회도 이를 토대로 농약 원가요소별 가격 인상률을 산출해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가격시담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도 사업분 농약 원가요소별 인상 요인을 보면, 먼저 농약 원제가격 인상과 환율 변동성이 맞물려 농약 완제품 생산원가를 크게 끌어 올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농약 원제가격의 경우 2022년도분 제네릭(중국산) 가격의 폭등에 이어 2023년도분 오리지널 원제가격도 일제히 인상됐다.

 

 

EU·미주·일본…글로벌 주요 원제사 가격 인상

 
한국작물보호협회가 조사·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글로벌 농약 원제(오리지널) 가격은 △EU의 주요 원제사(Bayer, BASF, SYNGENTA, ARKEMA 등) 평균 6~15% 인상 △미주지역 평균 3.5~7% 인상 △일본 최소 5%~최고 20% 인상률을 보였다. 중국 역시 미국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 약세(6.3위안/$→7.2위안/$, 15% 절하)에 따른 환율문제로 고통을 겪으면서 농약 원제·원원제 수출가격 결정에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2023년도분 농약 오리지널 원제가격도 이러한 글로벌 상황과 맞물려 작게는 4% 이상~많게는 25%까지 인상된 품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농약 원제의 93%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고 원제 가격도 높지 않아 글로벌 주요 원제사들의 국가별 물량 배정에서도 미주, EU, 일본, 남미 등에 밀려 원제 수급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중국산 제네릭 원제 가격도 여전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21년 상반기 대비 2021년 하반기~2022년 상반기 인상률만 놓고 보면, 글리포세이트의 경우 140~145%의 폭등세를 보인데 이어 2022년 하반기에도 40~50%의 인상률을 보였다. 또한 중국산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도 올해 하반기 10~15% 인상 △이미다클로프리드 0~10% △아족시스트로빈 –5~5% △플루디옥소닐 20~25% △비펜트린 20~25% △전작용 발아전처리제 80~85%가 각각 인상됐다.[표1]


여기에 환율 변동성이 맞물려 내년 농약시장을 준비하는 제조회사들을 옭아매고 있다. 농약제조회사들은 2022년 기준환율을 달러당 1180원으로 잡았으나 2023년에는 1380~1400원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그래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으나 원제 매입대금 결제 시기인 내년 2~5월 환율은 1380~1400원대가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원제 매입기준 최소 17% 이상의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도분 원제 매입액이 8000만불인 제조회사의 경우 1380원/달러 기준으로 전년 대비 160억원의 추가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 원제·환율 인상분을 모두 적용하면 실제 원제 가격 인상률은 21.6% 이상일 것으로 내다봤다.

 


농약제조회사들은 대출 증가와 상환 압박, 금리 인상 등의 난제에도 봉착해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인상을 거듭해 2011년 6월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3.25%(12월 11일 현재)를 기록하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도표]

 

생산·포장·운송…생산원가 인상률 평균 5~6%


그런가 하면 포장·생산·운송비 등의 두자릿수 인상률이 농약 생산원가에 미치는 인상 요인도 평균 5~6%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원료와 물류비가 상승하고, 러·우 전쟁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유가 상승 등이 각종 부자재 가격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영농자재신문이 한국작물보호협회의 도움을 받아 파악한 ‘2023년도 사업분 주요 부자재 가격 인상률’을 보면 △농약용기(병)의 경우 2022년 대비 6.0% △골판지(박스) 5.0% △은박봉투 5.0% △스티커라벨 8.0% △계면활성제 10.0% △증량제 10.0% 등으로 파악됐다.[표2] 또한 2023년도분 포장재와 증량제 등의 부자재 원료 가격도 전체평균(박스제외) 29%가 인상됐다.[표3] 아울러 계면활성제 등의 주요 화학제품 가격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표4]

 

농협 가격시담 이후 인상률 윤곽…“15%선 예상”


어쨌거나 2023년도 농약가격은 이달 말로 예정된 농협 계통농약 구매시담이 끝난 이후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현재 농약제조회사들은 평균 15% 이상 인상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농약 원가요소별 인상 요인을 세세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필 한국작물보호협회 상무이사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농약 원부자재 가격이 10%씩 상승하고 여기에 환율까지 오르면 내년에도 원부자재 수입비용은 20% 넘게 오를 전망”이라며 “양질의 농약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농약가격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네릭 농약회사들도 2023년도 사업분 농협 계통농약 구매시담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리지널 회사에 비해 낮은 원제 가격만이 유일한 경쟁력이었던 제네릭 회사들은 중국산 원제 가격이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급등하면서 오리지널 원제 가격과 차이가 좁혀져 상대적으로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제네릭 농약회사들은 이번 농협 계통가격 인상률을 감안해 내년 시판농약 가격 인상률을 조정하는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