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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약검출만 보는 친환경 인증제 문제 많다”

친환경협회·친환경농산물자조금 ‘인증취소 사례 간담회’
결과중심 인증관리 피해속출…과정중심제도로 전환해야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는 최근 ‘친환경농업 인증취소 사례 간담회’를 갖고 비의도적인 농약 검출로 인한 농가 피해 실태와 제도적 개선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비산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증을 취소 당한 사례발표와 함께 관련 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지영 제주친환경농업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제주도 친환경농가 10%가 인증이 취소됐다”고 밝히고 자신의 관련 경험담도 털어놨다. “2005년부터 농사를 지어 2008년 인증을 받기 시작했는데 4번째 인증 취소를 겪고 있다”는 이 부회장은 “첫해 농약이 나왔다고 해서 이상해 다른 인증기관에서 재검사했더니 검출되지 않았다. 2020년에도 농약이 또 나왔다고 해서 다른 기관에서 검사해보니 결과가 달랐다”고 과거 사례를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이의 신청을 제기했지만 ‘농약이 검출됐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경북의 친환경 농가인 김하동 씨는 “지난 5월 검사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당시 검사기관에서는 ‘0.01’이면 농약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는데 ‘0.014’였다. 인증 심사원에서는 직접 농약을 쳐서 나오는 수치가 아니지만 기준치를 넘기 때문에 검출이라고 했으며 인증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장우진 유기식품평가원 대표는 “비산 등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라도 농가의 경영 관련 자료가 믿을 만하다면 ‘불가항력’이라고 인정해 인증을 유지해주면 좋겠다”며 “다만 의도적으로 농약을 뿌리는 농가의 도덕적 해이는 걸러낼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성중 안동 로컬푸드 대표는 “비산된 농약 이외에 다른 성분이 검출된 바 있었다. 그 당시 농기계를 임대한 해당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알아보니 바로 전에 사용한 농가에서 농약을 친 것으로 확인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병덕 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장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은 생산자가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인증제도를 운영한다”고 말하고 “우리도 친환경적 방법으로 농사지은 농가가 외부적 요인 때문에 발생한 농약 검출을 책임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간담회를 주관한 강용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은 “무엇보다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인증 취소에 대한 현황을 분석해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잔류농약검사 결과만을 가지고 인증 여부를 결정짓는 현 제도에서 탈피해 ‘과정 중심의 인증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억울한 인증 취소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인증제도를 개편하고자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면서 “불가항력 증명에 대한 농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필요하면 법령 개정도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잔류농약 검사 결과만을 가지고 인증 여부를 결정하는 현 인증 시스템의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선진국처럼 생산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지를 검증하는 과정 중심의 인증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모아졌다.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농가의 운영방식이나 생물다양성 증대, 생태계 보전, 토양비옥도 개선 등 생산 과정 등을 살피는 인증 시스템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