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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EPR의 농자재 적용 문제 많다

유기질비료 행정소송 등 업계 애로 심각
농업·농촌 고려한 재활용 촉진 강구
시장거래품목 EPR 대상에서 제외해야


폐농업용자재가 점차 EPR의 대상이 되면서 농업과 농촌의 현장 상황을 반영한 제도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자재 EPR 적용실태와 정책과제’(강창용·서대석) 보고서에서 “농업과 농촌에서 발생하는 폐농기자재는 일반적인 상황과 처리과정이 다른 폐자원과 다르므로 별도의 재활용 촉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의 발전과 근대화는 점점 더 많은 폐농기자재를 발생하고 있다.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폐기물의 적절한 처리가 정책적인 문제로 대두되어 왔다.


특히 시설농업이 발달하면서 사용이 크게 증가해온 각종 석유화학제품, 하우스 비닐과 멀칭 비닐, 사료와 비료 포대, 농약 플라스틱 병 등은 부적절한 관리나 처분 시 환경과 수질, 농경지의 오염과 위해성을 증가시키고 있으므로 적절한 처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위해성이 높다고 인식되는 농약병의 경우 빈용기 보증금제도 하에 관리돼 오고 있다. 1997년 이후 정부에 의해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는 빈용기 보증금제도는 제품에 사용된 용기의 회수와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빈용기 보증금을 가격에 산입, 사용 후 해당 용기를 반환하는 자에게 소정을 비용을 지불하는 제도다.


비닐류, 특히 하우스용 비닐의 사용량은 시설농업의 성장과 그 괘를 같이하면서 증가하고 있다. 농업용 필름의 국내 시장규모는 2300억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각종 비료와 사료 등 비닐류 포장재의 사용량이 증가해 그들의 적절한 수거와 처리가 매우 중요한 정책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도표2] [도표3]



과거의 경우 대부분의  폐기물은 소비자가 책임을 지고 처리의 중심에 있었다.


199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각종 폐기물은 부담금을 지워 거출한 후, 이를 이용해 폐기처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난지도’로 대표되는 당시의  폐기물 처리는 소각이나 매립이 중심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처리는 환경적인 문제의 발생과 함께 자원의 비효율적인 활용이라는 두 가지 커다란 문제를 야기했고, 이는 지금의 3R(Reduce, Reuse, Recycle)이라는 정책적인 지향가치를 요구하게 됐다. 국제적으로는 UN-Agenda 21에서 ‘친환경 폐기물관리(ESMW: Environmentally Sound Management of Waste)’ 개념이 제시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폐기물관리법’으로 관리돼 온 각종 폐기물들이 이제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의해 자원순환사회의 구축에 적절한 폐기물 관리 정책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다.


이처럼 1992년 자원재활용법이 제정되면서 폐기물이 아닌 자원의 개념 하에서 재활용을 최대화하는 정책 방향이 설정됐다. 포장재 발생을 억제하는 정책과 동시에 예치금과 부담금제도를 동시에 활용했으며, 2002년도에는 그동안 시행되어오던 예치금제도가 폐지되고 빈병보증금제도와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제도가 도입됐다.[도표4]


4개 포장재군과 5개 제품군, EPR로 관리
EPR(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이란 1992년부터 시행해온 폐기물 예치금제도(deposit-refund system)에서 제품부담금제(products charges)로 변형된 것인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해 규정됐다.


자원재활용법에 의하면 “생산단계ㆍ유통단계에서 재질ㆍ구조 또는 회수체계의 개선 등을 통하여 회수ㆍ재활용을 촉진할 수 있거나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양이 많은 제품ㆍ포장재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제품ㆍ포장재의 제조업자나 수입업자(재활용의무생산자)는 제조ㆍ수입하거나 판매한 제품ㆍ포장재로 인하여 발생한 폐기물을 회수하여 재활용하여야 한다.”


재활용의무생산자는 재활용 의무를 공동으로 이행하기 위한 분담금을 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내야 한다. 물론 직접 회수해서 처리하거나 폐기물 재활용업의 허가를 받은 자, 폐기물 처리 신고자 등은 직접 처리하기 때문에 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분담금을 납부할 필요가 없다.


한편 EPR제도의 재활용 의무대상 품목은 4개 포장재군(종이팩, 유리병, 금속캔, 합성수지재질 포장재)과 5개 제품군(전지류, 타이어, 윤활유, 형광등, 양식용 부자)이며, 전자제품은 폐자동차와 함께 2008년도부터 재활용뿐만 아니라 유해물질 함유까지 제어하는 환경성보장제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도표5]


농업용필름, “자발적 협약 때보다 부담 커졌다”
현재 농업용 자재와 포장재 가운데 농용비닐과 비료포대, 사료포대가 생산자책임 재활용제도의 적용을 받는 대표적인 것들이다.


농업용 폐비닐의 경우, 초창기에는 폐기물관리법 제3조의2(폐기물 관리의 기본원칙), “④ 폐기물로 인하여 환경오염을 일으킨 자는 오염된 환경을 복원할 책임을 지며, 오염으로 인한 피해의 구제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의해 부담금을 부담하게 되었다. 이후 자원재활용법이 만들어지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폐기물 부담금 대상이 되었고, 폐기물 부과금의 한 형태인 자발적 협약의 대상으로 관리돼 왔다. 2015년에는 자발적 협약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다시 폐기물 부과금 대상이 된 상태다.


2008년 이후 농업용 광폭필름 생산업체들은 한국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를 통해 자발적 협약(VA)을 체결했다. 실질적으로 하우스 비닐은 2008~2014년까지 자발적 협약에 의거해 부과금이 부과됐는데, 의무 재활용률은 10%에서 2014년 37%로, 부과금 단가는 50원/㎏에서 70원/㎏으로 점차 부담이 늘었다.[도표6]



한편 폐기물 부과금이 전체 제품에 대해 100% 적용하고 부과금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자발적 협약의 경우 의무 재활용률이 낮고 부과금 단가 또한 낮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훨씬 적었다. 


2015년의 경우 유예적으로 폐기물 부담 대상으로 하되, 과거 폐기물 부담금 제도 때의 감면규정에 의거하게 됐다. 100%를 재활용해야 한다는 조건이며, 만일 일정 비율만 재활용했다고 증명할 경우 그 부분 이외 부분만을 대상으로 174.6원/kg이 적용돼 해당 회사는 해당되는 금액을 환경공단에 납부해야 한다.


한편 2016년도는 자원재활용 분담금의 대상으로 변경돼 관리방법이 달라지게 된다.


무기질비료회사 EPR로 분담금단가 약2배 인상
무기질비료회사들은 폐기물 부담금 대상 기업으로 결정돼 비료포대로 사용된 플라스틱 총량에 대해 일정한 금액을 폐기물 부담금으로 2010년까지 납부해 왔다. 2010년 하반기부터 자발적 협약을 체결해 2013년까지 이 제도의 적용을 받았으며 그동안 한국합성수지자원순환협회에서 운용했다.


2013년 하반기에 비료포대의 EPR 전환에 따라 2014년부터는 모든 무기질비료회사들이 EPR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됐다. 하지만 제도의 전환에 따른 과도한 비용 부담과 해당 기업들의 준비 부족 등을 보완하기 위해 당초의 기준, 즉 의무회수율과 단가에 대한 협의 조정이 있었다. 이 조정기는 2016년까지이며 2017년부터는 원래 규정대로 EPR이 적용돼 자원재활용 분담금을 재활용사업공제조합에 납부하게 된다.


무기질비료회사들 경우 그간 자발적 협약에 의한 분담금의 단가는 145원/㎏이었는데 EPR로 전환된 이후 단가가 280원/㎏으로 무려 2배 정도가 인상된다. 더욱이 재활용의무율도 전자는 34.6%인 데 반해 후자는 60.3%로 2배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즉 총량으로 계산할 경우 자발적 협약 시 분담금은 ㎏당 50.2원이 되지만 EPR로 계산할 경우 168.8원이 되어 기업들은 약 3.4배에 이르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도표8]


이에 한국비료협회는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에 따른 적응시기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분담금의 하향조정을 한국포장재 재활용사업공제조합장과 환경공단 이사장에게 요청, 재활용 분담금 단가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 EPR 적용에 의한 재활용 비용의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유기질조합, 재활용부과금 폭탄에 행정소송 진행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의 경우 재활용 분담금 납부와 관련해 강력한 이의를 표명해 왔으며 주무기관인 환경공단을 대상으로 ‘행정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중인 상태다. 기존 부담금의 5배 이상이 부과되는 재활용부과금에 대한 반발과 절차상 하자에 대한 내용이 소송의 중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물 비료포대 EPR 적용 기준은 플라스틱(합성수지) 이용 포장재 사용 제품의 생산, 수입업자로서 전년도 연간출고량이 4톤(수입량 1톤) 이상이며 연간매출액 10억 원(수입액 3억 원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다.


연간매출액은 의무대상업체 총매출액으로 재활용의무대상품목뿐만 아니라 법인기준(개인사업장의 경우 사업자번호 기준) 사업장의 총매출액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수입 시 기준가 역시 C.I.F 가격으로 역시 재활용대상품목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 포장재 수입액도 포함된 가격이다. 주문생산(OEM)의 경우 브랜드 상표소유권자가 재활용 의무생산자가 된다.


한편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은 정부, 한국포장재 재활용사업공제조합 등과의 협의를 통해 2015년도 및 2016년도 재활용의무 이행을 위한 재활용 분담금 단가를 현실적으로 조정했다.


(사)한국포장재 재활용사업공제조합이 유기질비료포장재에 적용하는 재활용 분담금 단가는 폐기물 부담금 제도에서 연간 매출액 200억 원 미만인 제조업자에 적용하는 추가 감면률 등을 감안해 전년도 매출액 30억 원 미만 업체는 정상 단가의 95% 감면, 매출액 30억 원 이상 100억 원 미만 업체는 정상 단가의 70% 감면, 매출액 100억 원 이상 200억 원 미만 업체는 정상 단가의 50% 감면토록 했다. 매출액 200억 원 이상 업체는 감면 없이 정상 단가를 적용한다.


그러나 이들은 한시적인 조치로 2017년도부터는 정규적인 EPR을 적용 받아 역시 재활용 분담금이 업계의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농촌 중심적 물재의 수거현실 고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의 기본적인 의의는 해당 제품이나 포장재의 생산ㆍ유통단계에서 재질ㆍ구조 또는 회수체계의 개선 등을 통하여 회수ㆍ재활용을 촉진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사용 후 폐기관리 비용을 생산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생산자는 비용을 가격에 산입하고, 궁극적으로 최종 소비자는 이 비용을 부담하는, 비용의 공정성 원칙이 EPR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인 것. 즉 오염자 부담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외형적으로 생산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해당 제품 내지는 포장재 사용의 최종 수혜자가 처리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또한 EPR은 대상 제품이 시장을 통해 수집, 재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시장거래 품목은 EPR에서 당연히 제외돼야 함에도. 정부가 시장 거래를 비시장 거래로 보고, 강제하는 것은 EPR의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재활용 대상 품목이나 포장재, 의무수거율, 그리고 관련 비용이 대상 품목이나 포장재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관련 상황과 비용을 정밀하게 조사한 후 결정해야 한다. 예컨대 도시집중적인 물재와 농촌 중심적인 물재의 수거상 상황과 문제 등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세밀한 검토와 비용정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EPR의 경우 기본적으로 정부가 해야 하는 정책이다 보니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인한 비용이 자칫 해당 기업들의 경영 위축과 소비자들의 소비 위축으로 파급될 수 있으므로 철저한 비용 보상 차원의 운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오염자 부담 원칙…농민도 재활용 책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현 EPR의 폐농업용자재에 대한 적용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시장에서 재활용 대상으로 보는 제품이나 포장재가 자율적으로 시장 거래돼 재활용된다면 정부는 여기에 간여할 이유가 없다는 것.


비료포대와 광폭 하우스용 비닐은 농촌에서 발생해 농민과 이를 수거하는 상인 사이에서 원활히 매매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들 품목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은 EPR 원칙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 공공기관이 현장의 거래 상황을 다시 한 번 점검해서 일정 수준 이상 시장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그 제품이나 포장재는 EPR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조세 부담이나 환경세 등은 모두 오염자 내지는 수혜자가 부담하는 게 일반적인 원칙이다. 그러므로 최종 소비자인 농민에게 부담을 지워 책임지고 재활용을 촉진하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를 반영치 못하고 있다.


재활용 대상의 품목이나 포장재를 최종 소비자가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재활용 촉진의 핵심이므로 최종 사용자 농민의 행태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자극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태다. 생산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최종 소비자가 협조하지 않으면 재활용 대상 품목이나 포장재를 원하는 수준까지 수거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재활용 내지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최종 소비자에 부담함으로써 최소 사용과 적절한 재활용 또는 폐기를 유인할 수 있다. 최종 소비자가 부적절하게 처리할 경우 생산자가 재활용을 촉진하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농업용자재 별도의 조직으로 관리 고려
현 EPR 제도에서 농업과 농촌 상황에 대한 이해가 미흡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도시와 달리 농기자재의 사용과 폐기물의 발생은 전국적으로 매우 넓게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농기자재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을 정부가 제시하는 높은 의무량만큼 회수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농기자재에 EPR를 적용하려면 최소한 관련 기관과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현장과 현실에 대한 점검과 조사를 바탕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이러한 노력이 미흡했으며 홍보도 부족했다.


결국 제도의 도입과 확장 과정에서 부적절한 조치로 인해 일부의 불만과 소송, 계속되는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으므로 원칙과 기본적인 정책 시행 조치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농업과 농촌의 특성으로 인해 농업용자재 중에서 EPR 적용이 필요하다면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는 주장이다.


이은원 l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