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농업의 필수농자재인 무기질비료 가격이 지난 2020년 초부터 급등세를 이어오고 있다. 무기질비료의 원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한데다 염화칼륨 생산국인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와 세계 최대 인산염생산국인 중국의 국가 자원민족주의 등으로 인해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기 전에도 무기질비료 원료가격은 연간 거의 2배의 오름세였다. 미리 준비해 두지 못한 농업인들은 경영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원자재 가격은 급등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원료공급 부족 사태와 원료 생산국의 자원무기화의 여파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대다수 국가들이 무기질비료 대란을 겪고 있다.
한국비료협회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요소 등 주요 국제원자재 가격은 올 1/4분기 대비 최고 29.8% 상승했다. 요소는 FOB 톤당 887달러로 동기(697달러) 대비 190달러가 오른 27.3%의 인상률을 기록했으며, 염화칼륨은 CFR 톤당 850달러로 같은 기간의 655달러보다 195달러가 오른 29.8%의 증가세를 보였다. 또 인산이암모늄은 FOB 톤당 1090달러로 동기(909달러) 대비 181달러(19.9%)가 올랐다.
러시아 주력 수출지인 브라질과 인도, 중국 모두 수입 차질로 인해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할 여지가 많다. 국제비료협회(IFA)에 의하면 소련 해체 이듬해인 1992년 소련의 질소 생산량은 490만t으로 전 세계 소비량의 7%였으나 2019년에는 거의 10%까지 증가했다. 인산염과 염화칼륨의 세계 점유율도 각각 약 8%와 20%로 상승했다.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2022~23년 마케팅 시즌에 식품과 사료 가격이 최대 22% 상승할 것이며, 이로 인해 영양실조와 기근 위험까지도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970년대 오일쇼코와 같은 충격이 세계를 휩쓸 것으로 예상된다.
합성 암모니아의 생산은 다른 어떤 화학 물질 제조 과정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토양 내 미생물들은 비료를 분해해 아산화질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며, 생물 다양성도 위협한다. 농작물에 사용하는 많은 무기질비료는 비나 홍수에 씻겨 내려가 강, 호수,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이때 그곳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산소 결핍의 폐허를 만들어 내는 해조류를 방출하곤 한다. 이러한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장 이러한 무기질비료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나 기술이 전격적으로 개발·도입되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국가와 농업인들은 최적시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업인과 연구자들은 합성작물 영양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시행하고 있다. 정밀농업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엄격한 토양검사와 이를 토대로 하는 시비처방을 하고 살포할 수 있는 정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추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이뤄져야 하는 미래 방향이다. 다양한 혁신에는 조절 방출 제형이 포함되는데, 보통 작은 캡슐은 습기와 접촉하면 서서히 용해되어 영양소를 방출한다.
유럽 의회는 2030년까지 비료 사용을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Farm to Fork 전략’을 채택하기로 투표했다. 세계적인 흐름은 분명 무기질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방향이다. 하지만 스리랑카는 다른 나라들에게 아무런 대책도 없이 너무 빨리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자칫 준비 부족은 커다란 사태를 불러일으킨다는 교훈을 남겼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해 4월 유기농법으로 신속하게 전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무기질비료에 대한 금지를 시행했다. 그러나 농업인들의 항의와 치솟는 식량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11월에 결국 철회했다. 논 생산량이 최대 30%까지 감소세를 보였고, 주요 수출품인 차 작물 생산도 감소가 예상되는 등 피해가 매우 심각했다.
인류는 결코 무기질비료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수십년에 걸친 현대농업에서 비료 하나를 갑자기 빼는 시스템 불균형을 단기간 내 안정화 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무기질비료 제조 원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자재가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해 비료업계가 국제원자재 가격변동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50% 정도가 무기질비료에 의해 증산되고 있다.
많은 예상에 따르면, 지구의 증가하는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2050년까지 식량 생산이 70% 증가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의 무기질비료가 없다면 세계 인구부양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낮아 생산성 저해없이 무기질비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전략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분명 탄소중립을 위해, 농산물의 안전성과 환경개선을 위해 무기질비료의 감축은 필연적이다. 그러기에 전략과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