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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

중고농기계 갈 길이 멀다

중고 발생량 대비 거래 부진…가격도 불안정
정확한 시장조사ㆍ활성화 위한 제도개선 필요


중고농기계의 효율적인 이용과 유통은 농기계산업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0년 들어서 거래대수가 약 1만대에 이르면서 중고농기계 시장의 체계화와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구가 많아졌다. 중고농기계의 활성화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수요자에게 이득인 것은 물론 국가 자원의 재활용 촉진이라는 측면에서도 가치가 크다. 또한 중고농기계의 해외수출은 내수시장과 국민생산의 신장에도 기여해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 비해 중고농기계의 거래와 물량, 가격에 대한 신뢰성 있는 통계가 없어 시장에 대한 파악은 물론 향후 발전방안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고농기계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거래와 가격의 안정, 중고농기계에 대한 수요자의 신뢰성 확보,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최종처분은 중고농기 전문 취급상의 몫
중고농기계는 몇 개의 채널을 통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도표1] 가장 중요한 거래 루트는 농기계대리점을 통한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중고농기계는 기존 농기계를 사용하고 있는 농업인들이 새로운 제품으로 교체수요하면서 발생된다. 신제품을 농기계 대리점으로부터 구입하면서 사용한 농기계를 대리점을 통해 처분할 때 중고농기계가 발생하게 된다.


지역농협에서도 농기계를 판매하고 있어 중고농기계가 발생된다. 전국의 수리점에 의해 또는 전국의 중고농기계 전문 취급상인에 의해 거래되기도 한다.


한편 발생된 중고농기계는 일단 중고 전문상인들에 의해 수거, 판매되는 경우가 주류다. 발생에서는 대리점 중심으로 되지만 최종 처분은 중고농기계 전문 취급상인에 의해 주로 이뤄진다. 중고 전문상인들은 전국적인 네크워크와 함께 전문화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리점의 경우 중고농기계를 인수, 수리한 후 사후봉사까지 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과거 정부는 2002년부터 수년 동안 중고상설매장 개설을 지원한 바 있다. 현재는 당시 매장관계자들이 포함된 중고농기계 전문상인들이 한국중고농기계유통사업협동조합을 조직해 전국적인 영업을 하고 있다.


중고농기계 수요 증가…지난해 2만대
현재 공식적인 중고농기계 거래에 대한 조사자료는 없다. 필요한 기관이나 조직에서 필요할 때 취합해서 사용하는 자료들이 있지만 신뢰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중고농기계 유통조합에서 제공한 자료가 현장에서 수집된 것이기에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이래 중고농기계의 거래대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5000~6000대에 불과하던 중고농기계의 거래 대수는 2010년대 들어서면서 1만대를 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증가해 작년에는 2만대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도표2] 



중고농기계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하나의 추세로 여겨지며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액으로는 500억원대로 추정된다.


실제 매년 사용 농기계 중 약 20% 내외의 중고농기계가 발생하는 것에 비해 거래로 집계되는 물량이 적은데 이는 중고로 거래되는 물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농기계는 방치, 폐기 혹은 부품사용 후 폐기되는 경로를 밟게 된다.


일본의 경우 장기간 전체 농기계의 약 20~30%가 중고농기계로 거래되고 그러다보니 농기계 사용연수가 수십년에 이르렀다. 지금도 일본 농기계의 사용연수는 20여년에 이르고 있다.






중고조합 소속사 주력기종 40% 거래 
중고농기계유통조합을 포함해 18개 업체에 의한 2015년도 중고 농기계 판매대수를 보면 아래와 같다. 이들은 주로 중대형 농기계를 중점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중고농기계 전문상인들이다. 주력 기종의 경우 전국 물량의 약 40% 정도를 자신들이 취급하고 있다고 말한다. 총 판매대수는 1876대다.[도표3]


이 가운데 트랙터가 1012대로 전체의 54%에 이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8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콤바인은 350대이며 이앙기는 136대로 상대적으로 적다. 트랙터와 콤바인이 주력 품목이며 이들이 90억원 내외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과거 5~6년 전에 비해 전체적인 물량이 증가했지만 콤바인과 이앙기보다는 트랙터의 거래 신장이 괄목할 만하다. 


그러나 수출의 경우 매년 시장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꾸준한 신장세가 최근에는 주춤하는 모습이다. 국산 농기계가 품질과 가격, 적절한 사후관리 면에서 열세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품 공급이 안돼 추가적인 중고농기계의 수출이 어렵다”는 시장의 소리가 심각하다.


초기에도 가격 큰폭 하락
중고농기계 가격에 대한 전국적인 종합 조사결과도 없다. 중고 전문상인들의 구입과 판매가격을 보면 매우 유동적이다. 전국적인 가격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으며 동일기종 유사 품질의 제품이라도 지역과 취급주체에 따라 가격의 차이가 적지 않다는 것.


중고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의 가격을 보면 초년도 가치하락이 매우 심하며 후기에 오면 그 정도가 작아지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초년도의 가격 하락 폭이 정상 수준을 넘을 만큼 매우 크다.[도표4]
트랙터와 콤바인의 경우 초기 2년 내에 가치의 1/2 정도가 하락한다. 그만큼 성능이나 품질의 하락이 심하다는 것으로 중고 농기계 거래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물론 내용연수와 연차에 따라 작업의 효율성, 유지관리비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하며 일본 농기계에 비해서도 심하다는 지적이다. 중고농기계의 거래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 안정적인 가격체계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연식과 내구성, 품질 문제 산적
중고농기계의 구입과 판매가의 차이인 매매 수입률도 기종 간 차이가 있지만 정상적으로는 20~30%는 되어야 한다. 매매수입에서 비용을 제해야 수익이기 때문에 현재로는 그리 큰 수익이 없다는 것이 중고 전문상인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중고 농기계의 판매 수수료 수익이 신제품 농기계 매매 수입률 정도 즉 30% 내외는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현재 공급되고 있는 농기계는 대부분 법적인 내용연수를 넘어서까지 사용하고 있다. 농기계대리점과 농업인, 중고 전문상인들 모두 법적인 내용연수보다 오랫동안 농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더 오랫동안 농기계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장기사용 은 정부의 자원절약과 비용절감의 정책 방향과 일치하므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농기계를 장기간 사용하려면, 중고농기계의 거래가 활성화돼야 함은 물론, 현장에서 잘 활용되기 위해서는 고장이 적고 고장발생시 신속한 부품공급과 사후봉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국내 농기계의 잦은 모델변경과 단종은 이와 역행한다.


일본에 비해 2배 가까이 잦은 농기계 고장빈도, 출시 5년 후 15%에도 못 미치는 모델의 생존율, 부품의 열악한 공급 시스템은 중고 농기계 거래를 활성화하는데 제한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고 농기계 전문 상인들이 가장 중시하는 연식과 내구성, 품질과 성능에 관련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중고농기계의 사용은 이미 일상화되어 있다. 미국 각지에서 1970년대 생산한 포드 농기계가 거래되는 모습이 얼마 전까지 낯설지 않았다. 일본 농촌에서도 20년 사용한 농기계를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은 중고농기계 시장규모가 신제품 시장의  20~30% 정도일 만큼 중고농기계를 잘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중고농기계 시장과 거래는 아직 체계화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거래 역시 안정화돼 있지 못하다. 시장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제품의 적정가격과 거래 제도가 정립돼야 하는데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유사한 제품의 가격도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경쟁 시장가격 형성이 어렵다.



전국적인 거래 물량·가격조사 시급
중고농기계 거래와 이용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사업은 전국적인 거래의 물량과 가격의 조사, 제공 등이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고농기계 가격이 공개되고 시장에서 각 회사와 연식, 기종에 따라 경쟁에 의한 가격이 설정돼야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일본은 이미 전국적인 중고농기계 거래와 가격조사를 해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대리점에서의 음성적이면서 비시장적인 가격이 횡행해 대리점은 물론 중고농기계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상인, 나아가 사용하려는 농업인들까지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자율적인 시장기능이 활성화되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가격조사와 함께 일정 기간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가격고시제’의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의 안정화와도 연계가 되는 사안이다. 객관적인 지표에 의한 감정과 가격의 설정, 이 가격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거래를 활성화시킨다는 목적이다.


국내 농기계 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집중적인 공개 경매시장도 필요하며 천안에 소재하고 있는 중고농기계협동조합에서 이를 담당한다면 지리적으로 적합하다는 관련업계의 의견이 있다. 공인된 조합이 주체가 되어 경매를 함으로써 신뢰성도 확보할 수 있다. 조합을 통할 경우 판매후 책임 사후봉사를 보장할 수 있어 수요자에게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가격고시ㆍ감정사 등 제도개선 필요
안정적 시장형성과 거래를 위해 중고농기계에 관련된 여러 가지 중요한 제도를 정비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중고농기계의 취급에 관련된 법적인 요건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 시장 역시 하나의 제도이기 때문에 제도의 지원을 통한 시장기능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우선, 거래되는 중고농기계의 품질과 가격에 대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 중고농기계 감정사제도의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사후봉사와 관련된 부품의 공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법적 내용연수 내지는 법적 의무 부품생산연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현재 국산 농기계의 해외 수출에서 판매 후 필요한 부품의 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산 신제품 농기계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비인력도 중고농기계 거래를 좌우하는 요소다. 다양한 기종과 회사의 농기계를 취급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담당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전문적인 정비인력에 대한 교육과 실습 강화, 능력 향상을 통해 중고농기계 감정사로 육성하는 것도 자연스런 인력양성 방법이 될 것이다.


중고농기계로 활용이 어려워 농기계를 폐기하는 경우, 일정한 규격과 품질 내에서 부품 재활용 제도도 정비돼야 한다. 또한 농기계의 디자인과 생산단계에서부터 재사용이라는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는 관련 기업 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초적인 기술과 부품의 공유는 재활용을 촉진하게 된다. 아울러 재활용을 전제한 디자인, 소재의 사용 등도 궁극적으로 중고사용 활성화와 폐기 농기계의 재활용을 지원하는 요소다. 


이은원 l ewlee12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