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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스랑] 아리농약을 대하는 지역농협의 생떼


농협 ‘아리농약’은 대체품목(경쟁제품)보다 가격이 평균 30% 가량 저렴하지만 잘 팔리지 않는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도 못한다. 아리농약은 경쟁약제보다 품질(약효·약해·안전성)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건 이미 검증절차를 거쳤다. 


사실 가격도 싸고 품질도 괜찮은 아리농약이 안 팔리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아리농약을 취급하는 지역농협 입장에서 팔아도 ‘돈’이 안돼서다. 일단은 농협중앙회가 농약가격 안정화 등을 이유로 아리농약의 지역농협 판매단가를 원가수준으로 묶어버렸기 때문일 게다. 그만큼 마진도 박하다. 하지만 지역농협들은 아리농약에 관심을 두지 않거나 취급 자체를 꺼리는 속내가 ‘잇속’ 때문이라고 이실직고도 못한다. 지역농협에 돈이 안 될수록 농업인에겐 돈이 되는 농약이라는 걸 모를리 만무해서다.


또 다른 전제조건도 달린다. 농협 계통농약사업은 지역농협의 수익적 측면보다 농약가격 안정 또는 견제기능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특히 농업인들이 약효·약해에 문제가 없는 농약을 싼값에 맘껏 골라 쓰게끔 하는 것도 지역농협 본연의 역할이어서다.


물론 아리농약은 ‘복병’을 안고 뛴다. 먼저 농협중앙회와 아리농약 공급계약을 체결한 농약회사들이 첫 번째다. 그보다 먼저 아리농약은 ‘순수아리’와 ‘일반아리’로 나뉜다. 농협중앙회가 제너릭 원제를 직접 구매해 자체 브랜드로 제품화한 순수아리는 사실상 몇몇 원제공급선 이외엔 그다지 관심도 없다. 다만 일반아리는 농약회사가 계통물량 확보 수단으로 농협에만 납품하는 품목이라서 간간이 신제품이나 인기제품을 내세울 정도로 기대치는 높지만, 이 역시 장려금 등의 혜택이 일반 품목이나 시판 납품보다 턱없이 낮아 지역농협을 유인하지 못한다. 이래저래 아리농약은 농약회사의 ‘계륵’일 뿐이다.


더 씁쓸한 건 아리농약과 유사한 미투농약의 ‘저가 공세’다. 우선은 지역농협이 맘만 먹으면 언제고 저가의 미투농약을 자체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문제를 부추긴다. 지역농협은 계통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더라도 저가의 미투농약을 구매해 최소한 아리농약보다는 더 비싼 값에 팔아 마진폭을 늘릴 수 있는 자율성을 갖는다. 당연히 아리농약의 메리트가 적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협중앙회는 해마다 아리농약 경쟁력 제고를 위해 ‘순수아리’의 장려금을 탄력적으로 지원하고 우수직원에게 인센티브도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프로모션 전략을 구사하지만, 사업성과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특히 ‘일반아리’는 판매마진에 목메는 지역농협의 홀대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 올해 계통농약 신청금액 7090억원의 4% 남짓한 300억원이 아리농약 사업목표일 정도다.


물론 지역농협들이 조합원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수입사업으로만 계통농약사업을 바라본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농협은 조합원이 있기에 존재한다는 협동조합 본연의 정신이 없기야 하겠나? 그러나 농협 내부에선 “아리농약사업을 접어야 할 때가 가까워졌다”는 말들이 무성한 것도 사실이다. 농약 실사용자인 농업인들은 품질이 검증된 값싼 제품을 농협이 꾸준히 판매해 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농협중앙회가 ‘농약가격 안정화로 영농비 절감 도모’라는 계통농약사업 추진 목표를 따라가는 여정에 지역농협이 동행하지 않고선 안 되는 이유다.                                                                                                                        <차재선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