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약시장은 매출 30억원 이상 품목들이 사실상 주도권을 쥐고 있다. 2020년말 기준 국내 등록농약은 2056개 품목에 이른다. 이 중 ‘대형품목’으로 분류되는 매출 30억원 이상 품목은 110개 품목(2019년 기준)이다. 등록건수로만 보면 전체 품목수 대비 대형품목의 비율은 5.4%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매출로 환산하면 농약 전체 시장규모(2019년 기준) 1조4500여억원과 비교해 30억원 이상 110개 품목의 매출총액은 전체의 47%에 달하는 6809억여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매출 100억원 이상의 약제도 11개 품목에 이르며, 매출총액 1834억여원에 달한다.

한국작물보호협회가 발간한 ‘2020년 농약연보’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상위 30억원 이상 품목의 매출은 2018년(6670억여원)과 2019년(6809억여원)에 그리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으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보였다. 아직 정확한 자료가 취합되기 이전이지만 2020년 농약시장 역시 이들 품목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들 상위 110개 품목의 용도별 매출규모(수입완제품 제외)를 보면, △비선택성제초제 7종 1020억원을 비롯해 △수도용 살충·살균제 16종 1020억원 △원예용 살충·살균제 71종 4000억원 △논제초제 8종 420억원  △밭제초제 6종 320억원  △기타 2종 8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원예용 약제의 경우 적용대상작물의 다양화로 인해 무려 71개 품목이 상위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약제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앞으로도 농약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도용 살균·살충제 시장은 16개 품목이 포함돼 있으나 육묘상처리제가 대부분이고, 매출규모도 1000여억원에 그치고 있다. 수도용 살균·살충제 시장은 앞으로도 육묘상처리제 외에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곧 국내 벼농사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비선택성제초제 시장은 여전히 ‘바스타’로 대별되는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액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2018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아마도 바스타를 대체할 수 있는 약제들이 시장에서 일정부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다 농약회사들의 출혈경쟁이 다소 누그러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선택성제초제의 경우는 수도용제초제의 사용량이 원예용제초제 사용량보다 많지만, 수도용제초제는 약해우려에 따른 지역적응성 시험 등 개발비용이 원예용제초제보다 훨씬 많이 들다보니 상당수의 농약회사들이 제품개발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외에 기타 약제 중에서는 매출 30억원 이상의 상위 2개 품목이 80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 약제는 수입농산물이나 목재 등의 훈증소독제와 농약의 효능을 증진시키기 위한 전착제이다.

품목별 매출규모(수입완제품 제외)로는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액제(비선택성제초제)가 470억8885만원의 매출실적으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어 △농협케미컬의 육묘상처리제인 ‘슈퍼모드니(오리사트로빈+피르로닐)’입제 186억7470만원 △‘글리포세이트이소프로필아민’액제(비선택성제초제) 175억3363만원 △‘만코제브’수화제(원예용 살균제) 164억7528만원 △팜한농이 자체 개발한 비선택성제초제 ‘테라도골드(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티아페나실)’액상수화제 135억7711만원 △팜한농 ‘알타코아(클로란트라닐리프롤)’입상수화제 134억5796만원 △경농의 ‘캡틴(플룩사메타미드)’유제 122억141만원 △‘펜디메탈린’유제(밭 제초제) 117억101만원 △‘플루아지남’수화제 115억3247만원 △피라클로스트로빈 입상수화제(원예용 살균제) 109억7914만원 △카보설판 입제(수도용 살충제) 101억4514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 약제 중에서 팜한농의 ‘테라도골드’와 경농의 ‘캡틴’은 2019년 시장에 새롭게 자리매김한 품목으로 꼽힌다. 2020년 시장에도 동방아그로의 원예용 살충제(나방약) ‘모스킬’이 새로운 위치를 예약해 놓고 있다.

아무튼 국내 농약시장은 신제품이든 미투제품이든 농약 품목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품목의 매출 상위 그룹은 여전히 ‘부동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약품목 간에도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뚜렷하다.

농약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팔면 팔수록 이익이 나는 제품’이면 좋겠지만 상당수의 품목이 ‘팔아봤자 그냥 그런 제품’이고, 게다가 ‘팔면 손해가 나는 제품’도 부지기수라서 단순히 매출만으로 농약시장을 재단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표]농약매출 100억 이상 대형품목       (단위 : 억원)

<연간 판매실적 30억 이상 농약품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