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농약계통구매사업을 시작한 이래 30년 넘게 ‘무담보 외상거래’를 해오고 있는가 하면, 이로 인해 자금 유동성 문제를 겪는 농약회사에 결제대금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면서 도리어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은 지난 16일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농협 계통농약은 ‘불합리한 관행’을 이유로 1년에 1번 연말에 총괄 결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더구나 농약회사에게 연말 결제대금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면서 부당한 이자수익을 올리는 행위는 농협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돈놀이’나 다름없다”고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권성동 의원은 그러면서 “계통농약도 여타 산업분야와 똑같이 분기별 결제가 마땅하다”고 지적했고, 이성희 회장은 “농약뿐만 아니라 계통 농자재 전반에 대해 스크린 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농협 계통농약은 회원(지역)농협의 구매실적을 농협중앙회가 취합해 1년에 1번 연말(12월5일)에 총괄 결제하는 방식을 30년 넘게 유지해 오고 있다. 물론 지난 2016년에 단 한차례 상·하반기(6월과 12월)로 나눠 1년에 2번 결제하기도 했으나, 이 또한 연말을 기준으로 잔여기간(6개월)에 대한 이자를 제하고 선결제하는 방식을 취해 농약회사의 빈축을 샀다. 특히 농협은 연말 총괄 결제방식을 취하면서 자금 유동성에 시달리는 농약회사에게 외상매출채권(연말 결재대금)을 담보로 대출을 해줘 상당한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농협중앙회은 또 매년 100억원이 넘는 농약 계통구매 수수료(계통구매액×2%)를 받고 있다.[표1] 또한 회원(지역)농협은 평균 15% 이상의 장려금을 받아 판매수익을 올리고 있다.
[표1] 최근 5년간 계통농약에 대한 농협중앙회 수수료 내역
□ 농협경제지주 : 계통구매액 × 2% ❍ 수수료 수취 후 농약담당자 기술교육, 가격차보전지원 등에 활용
※자료: 농협중앙회 |
권성동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계통농약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금액은 총 8402억원에 달하고, 농협은 이를 통해 약 90억원의 이자를 수취했다.[표2] 농약회사별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현황’을 보면 △A사의 경우 최근 5년간 총 4721억원 △B사는 2017~2020년 사이 총 2790억원 △C사 2017~2019년 사이 668억원 △D사 2019년 223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들 농약회사들은 각각의 대출금액에 따라 적게는 2.60%에서 많게는 2.99%의 이자를 부담했다. 결과적으로 이들 농약회사는 응당 자신들이 받아야할 외상매출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이자를 내고 있는 격이다.
[표2]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금액 및 이자율 현황 (단위 : 억원)
회사명 | 2016년 | 2017년 | 2018년 | 2019년 | 2020년 | 총합계 | |||||
금액 | 이자율 | 금액 | 이자율 | 금액 | 이자율 | 금액 | 이자율 | 금액 | 이자율 | 금액 | |
A사 | 1,031 | 2.79% | 1,000 | 2.78% | 1,000 | 2.99% | 1,000 | 2.60% | 690 | 1.74% | 4,721 |
B사 | | | 500 | 2.43% | 500 | 2.85% | 810 | 2.83% | 980 | 2.06% | 2,790 |
C사 | | | 231 | 2.30% | 227 | 2.60% | 210 | 2.75% | | | 668 |
D사 | | | | | | | 223 | 2.61% | | | 223 |
합계 | 1,031 | | 1,731 | | 1,727 | | 2,243 | | 1,670 | | 8,402 |
* 회사와 은행 간에 계약된 이자율이 적용됨 ※자료: 농협중앙회
이처럼 농협 계통농약의 외상거래가 관행화된 배경에는 국내 농약산업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자의적 해석’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먼저 농협은 그동안 농약회사들의 판매수익이 좋아 결제기간이 길어도 경영에 큰 애로가 없었고, 농협중앙회의 신용상 대금회수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농협은 또 농약회사 입장에서 절대적 수요처(거래처)인 계통구매농약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 이유를 배경에 두고 있다. 농협은 아울러 ‘시판농약’과 동일한 결제방식(1년에 1번 연말결제)을 취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농약회사들은 현재 농협이 농약산업의 현실적인 여건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해마다 농약가격 인하 조치를 취하면서 농약 판매수익이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원제가격 및 환율 등의 요인으로 경영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농약회사들은 농약원제 구입비를 비롯한 모든 경영비용을 3개월 단위로 결제하면서도 판매대금은 연말에 한번 몰아서 받기 때문에 그만큼 자금 유동성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농협이 시판상과 동일한 결제방식이라며 농약 구매대금을 연말에 1번 총괄 결제하는 것은 여타 산업분야와 비교해 보더라도 아주 불합리한 관행”이라고 지적한 뒤 “설령 농약업계의 관행이 농약 구매대금 1년치를 연말에 결제하는 것이더라도 자금력이 대기업 수준인 농협과 소상공인들이 대부분인 시판상인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더구나 농협이 농약회사에 갚아야할 돈(연말 결제대금)을 담보로 또다시 대출을 해주어 이중으로 이자수익을 올리는 것은 외상거래로 ‘돈놀이’를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권성동 의원은 또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주)농협케미컬이 계통농약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 비중이며 외상 담보대출도 전체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전형적인 내부거래로 금융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국내 농약시장은 1조4700여억원(2019년 농약연보)에 이른다. 이중 농협 계통구매농약(지역본부 자체구매 포함)의 비중은 전체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가 집계한 ‘2020년 9월말 계통구매농약 사업실적’에 따르면 농협은 올해 9월까지 총7162억6700만원(지역본부 자체구매 및 아리품목 매출 포함)의 농약구매실적을 보였다.[표3] 올해 연말 기준 7300여억원의 구매실적을 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역본부 자체구매 실적과 아리품목 매출을 제외하더라도 6000억원(2020년 추정)을 훌쩍 넘어선다.[표4]
[표3] 2020년 9월말(1~9월) 농협계통농약 사업실적 (단위 : 백만원, %)
구분 | 2020년 9월(B) | 2019년 | 동기대비 증감률(B/A) | 점유비 | |
2019년 누계 | 2019년 9월(A) | ||||
농협케미컬 | 187,438 | 182,634 | 178,605 | 4.9% | 26.2% |
팜한농 | 157,146 | 146,768 | 144,600 | 8.7% | 21.9% |
경농 | 71,235 | 69,416 | 68,208 | 4.4% | 9.9% |
동방아그로 | 57,716 | 50,402 | 48,552 | 18.9% | 8.1% |
한국삼공 | 54,828 | 57,920 | 56,198 | ▽2.4% | 7.7% |
신젠타 | 32,757 | 28,571 | 27,778 | 17.9% | 4.6% |
바이엘 | 28,863 | 34,495 | 33,897 | ▽14.9% | 4.0% |
아다마 | 7,654 | 6,670 | 6,631 | 15.4% | 1.1% |
인바이오 | 5,332 | 5,243 | 5,203 | 2.5% | 0.7% |
기타 | 33,678 | 34,098 | 29,145 | 15.6% | 4.7% |
소계 | 636,646 | 616,218 | 598,818 | 6.3% | 88.9% |
지역본부 | 79,621 | 86,508 | 76,023 | 4.7% | 11.1% |
합계 | 716,267 | 702,724 | 674,842 | 6.1% | 100.0% |
※자료: 농협중앙회
[표4] 최근 5년간 농협 계통농약 매출 현황 (단위:억원)
구분 | 2016년 | 2017년 | 2018년 | 2019년 | 2020년 |
계통 공급액 | 5,592 | 5,610 | 5,767 | 5,762 | 6,050 |
※자료: 농협중앙회
특히 농협 계통농약 구매실적은 대부분 상반기에 몰려 있다. ‘2019년 월별 계통농약 구매(매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1년 전체 매출 대비 3월까지 매출은 47.0%, 4월까지 65.4%, 6월까지 84.6%로 상반기 내에 거의 모든 농약 구매(매출)가 이뤄지고 있다.[표5]
[표5] 2019년 월별 계통농약 구매(매출) 현황 (단위 : 억원)
구분 | 1월 | 2월 | 3월 | 4월 | 5월 | 6월 | 7월 | 8월 | 9월 | 10월 | 11월 | 전체 |
금액 | 67 | 1,153 | 1,488 | 1,061 | 705 | 400 | 382 | 262 | 124 | 66 | 52 | 5,762 |
누적액 | 67 | 1,220 | 2,708 | 3,769 | 4,474 | 4,874 | 5,256 | 5,518 | 5,642 | 5,708 | 5,760 | 5,762 |
누적비율(%) | 1.2 | 21.2 | 47.0 | 65.4 | 77.6 | 84.6 | 91.2 | 95.8 | 97.9 | 99.1 | 100 | 100 |
※자료: 농협중앙회 자료 재구성
따라서 농협이 계통농약에 대한 대금결제를 1년에 한번 12월에 몰아서 총괄 결제할 경우 거의 대부분의 대금을 작게는 6개월에서 최대 1년 뒤에 지급하는 ‘외상거래’이며, 농협은 이에 따른 적잖은 이자수익을 챙기는 셈이다.
권성동 의원은 이와 관련해 “농협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대출을 할 때는 대부분 담보 제공을 요구하면서도 농협이 채무자로서 돈을 지급할 때는 무담보로 최대 1년까지 묵혀 매년 6000억원 상당의 계통농약 매출액에 대한 이자수익을 고스란히 ‘독식’하고 있다”며 “농협이 농약회사를 상대로 외상거래를 하고 또 대출을 통해 돈놀이를 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농약도 여타 산업분야와 똑같이 분기별 결제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권 의원은 아울러 “농협이 농약계통구매를 통해 얻는 이자, 수수료, 판매장려금 등의 수익도 조합원에게 보다 더 많이 환원해주는 방안을 별도로 보고해 줄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