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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의 農 에세이] 소도 하숙을 한다

-가을마다 떠오르는 풍경


강원도의 다른 고랭지 채소밭 주변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데 안반덕이와 귀네미 마을 해발 1000미터 지점에는 사람이 산다. 겨울에는 사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 ‌안반덕이: ‘구름 위의 땅, 힐링의 명소’로 널리 알려진 강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 4리 일대. 해발 1100m의 태백산맥 험준한 산 능선으로 1965년부터 화전민에 의해 개간돼 현재는 198만㎡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단지.


* ‌귀네미 마을: 강원도 태백시 하사미동 해발 1000m 고지에 자리 잡은 마을. 1985년 삼척 광동댐 수몰지구 37가구가 정부 정책에 따라 집단 이주해 맨손으로 돌산을 일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고랭지 배추 생산지.


안반덕이와 귀네미 마을 농가들은 조만간 다가올 겨울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소 하숙집을 찾는 것이다. 사람은 살 수 있어도 소들은 겨울나기를 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농군들은 10월이 되면 한해 농사를 짓는 데 동참한 소들을 ‘하숙집’으로 내려보낸다.


소를 하숙치다니. 그렇다. 대단위 배추밭 감자밭을 가꾸려면 트랙터도 필요하지만 소도 필요하다. 경사가 지나치게 가파르고 험한 골에는 농기계가 들어가지 못한다. 이런 곳은 결국 소가 감당해야 한다. 그 소들은 비탈을 탈 줄 알아야 하고, 주인의 작은 트럭이 휜 농로에서 후진을 하면 뒷걸음질 칠 줄도 알아야 한다. 송아지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미를 따라다니면서 비탈 타는 법을 배워야 훗날 농사일에 일꾼으로 투입된다. 그러니 이곳 농부들은 소를 쉽사리 팔고 사지 못하고, 봄이 올 때까지 기온이 따뜻한 동네로 하숙을 보낸다. 한 달 하숙비는 마리당 20~30만 원 가량, 허름한 고시원 한 달 입실비에 가깝다. 대개 6개월 정도 하숙 생활을 하니 한 마리 하숙비가 연간 150만 원을 넘나든다.


하숙생 처지가 된 소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근육질, 일 하나만큼은 똑소리 나게 잘할 품새들이다. 안반덕 비탈을 오르내리며 다져진 체형이니 말해 무엇일까만, 그래도 앞으로 6개월은 무사태평으로 지내도 좋은 우공(牛公) 입장이 됐다.


“잘 데리고 있다 보내야 하드래요. 나 믿고 보낸 소걸랑요.”
-임동헌 저 <강원도 고갯길 여행> 중에서


이 가을이 지나면 날씨가 어느 날 갑자기 추워진다. 추위도 더위도 늘 갑자기 오는 것이다. 이 갑자기에 잘 대처하는 게 지혜다. 과연 인간은 소보다 지혜로운가.


안반덕이는 그 지형이 떡메치는 ‘안반’처럼 움푹 패였다는 의미로 붙은 지명이고, 귀네미는 산의 형세가 소 귀를 닮아 ‘우이령(牛耳嶺)’이라 부른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매년 오는 김장철이 곧 다가온다. 어느 해에는 배추가 너무 없어 난리가 나고, 어느 해에는 배추가 너무 많아 난리가 난다. 하지만 그렇게 난리난리 칠 일은 아니다. 시장은 늘 넘치거나 모자라며 그렇게 ‘넘치거나 모자라는’ 문제를 조절하고 해결하는 유통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속이 상하고 누군가는 큰 이윤을 얻기도 한다. 그게 시장이다.


언론은 그런 문제를 찾아내고 대안을 마련하고 제시할 줄 알아야 하건만, 늘 문제만 들춰내고 난리난리만 친다. 대안 제시 능력이 없으면 대안을 찾는 사람이라도 찾아야 한다. 그런 언론은 어디에 있는가, 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