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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의 農 에세이]시골 노인, 도시 노인

- 어른을 찾습니다


“누가 어른예요?
어떤 꼬마가 물었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질문이 낯설어 생뚱맞은 생각들이 이어졌다. 요즘 아이들은 (과거보다) 이런 질문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 꼬마는 놀이보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았나 보다.
우리는 동년배였다. 누가 더 어른일까? 과거에는 생년과 생월을 따져 위아래를 가렸다. 그날은 문득 ‘어른’이란 말이 귀에 꽂혔다.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아니고, 나이가 많다고 노인이 아니지 않은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나이가 들수록 더 우기며 살다 보니 그런 단어에 민감해진 듯도 하다.
 
#1 노인과 어른
사람은 언제부터 어른이 될까. 기준은 모호하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법률적으로는 만 19세부터 성인의 자격이 (민법상) 부여돼 있다. ‘성인=어른’을 전제한다면 스무 살부터 어른이다. 하지만 20대 청춘을 어른으로 생각하는 이는 없으리라. 

 
사람은 언제부터 노인이 될까. 역시 모호하지만 기준이 없지는 않다. 사전적으로는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이 노인이고, 노인회 등의 단체에서는 만 65세부터 노인으로 인정한다. 전철 무임승차 기준도 65세다. 하지만 요즘 60대를 노인으로 생각하는 이들 역시 많지 않다. 심지어 농촌에서는 60대들이 청년회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UN에서 정한 기준(2015년)을 보면, 60대들이 청년회 활동을 하는 한국 농촌은 매우 정상적이다.


√ 미성년자 : 0세 ~ 17세
√ 청년 : 18세 ~ 65세
√ 중년 : 66세 ~ 79세
√ 노년 : 80세 ~ 99세(100세 이상은 장수노인)


#2 시골과 농촌
시골은 무엇일까. 도시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 또는 도시로 떠나온 사람이 고향을 일컫는 말로 사전에 규정돼 있다. 농촌은 농업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다. 즉, 시골과 농촌은 다른 것이다. 농촌은 시골이 대부분이지만 모든 농촌이 시골인 것도 아니다. 요즘은 도시화된 농촌, 도시와 붙어 있는 농촌도 많기 때문이다. 범주로 치면 시골이 농촌보다 훨씬 포괄적이다. 산촌, 어촌, 농촌이 다 포함되기 때문이다.


#3 어른과 아이
시골엔 노인이 많다. 이 말은 다소 왜곡돼 있다. 실제로 노인은 도시에 더 많다. 시골, 농촌에 젊은이가 부족하다는 말이 사실적 표현이다. 도시 노인과 시골 노인의 차이는 다방면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로 ‘어른’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시골에는 어른으로서의 노인이 상대적으로 많고, 도시에는 어른으로서의 노인이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적다. 그래서 시골에는 대접받는 노인이 많고 도시에는 대접받는 노인이 적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골은 농경문화가 남아 있고 도시는 그것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에서는 노인의 경험과 지혜가 빛날 수 있으니 노인은 절로 존경의 대상이 된다. 도시는 반대다. 노인이 아이에게 배울 것들이 훨씬 많다. 노인들은 아이들에게 감탄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들이 무용함을 깨달으며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다. 농촌도 과거의 농촌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인의 경험은 쓸모없어지고 어떤 경우에는 ‘경험이 장벽’이 되기도 한다. 도시나 시골이나 노인들은 점점 어른이 되기 힘들어진 것이다. 나이도 안 먹히고, 경험도 안 먹히고, (그나마 대우를 해주던)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간다. 자, 이제 노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대책을 찾아야 한다. 노인은 어른의 배를 타고 남은 생을 건너가야 하는데, 그 배는 보이지 않고 강폭은 넓어지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