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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농업유전자원 남북협력 기대감도 활짝

유전자원 부국 형성, 새로운 산업동력 기대된다

11년전 남북총리회담때 유전자원저장고 요청

우리나라 농업식물유전자원은 2229916자원


 

백두산 천지 앞에서 두손을 맞잡은 남북 두 정상의 모습이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문재인 대통령의 18일부터 23일 간의 방북에 농업계 인물로서는 유일하게 김재현 산림청장이 위원으로 참여해 남북 산림협력의 진전을 예고했다.


지난 7월부터 양묘장 현대화, 임농 복합경영, 산불방지 공동대응 등이 논의된 바 있는 산림협력에 이은 진전이다. 산림협력에 이어 농업분야 남북협력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분야가 농업유전자원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식물유전자원은 약 8만점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업과학원 산하에 작물별 전문 연구소와 지역단위 연구소에서 품종개발을 하고 있다. 옥수수, , 감자, 채소 육종기술을 연구하고 있지만 옥수수를 제외하고는 기술이 낙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보유하고 있는 농업유전자원의 보존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진단이다.


북한은 200711월 남북총리회담 때 농업유전자원저장고 건설을 요청했다. 남한 측에 유전자원 보존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이를 활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도 있으며 현재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전주와 수원에 소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농업유전자원센터(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산하)는 농업적으로 이용가치가 높은 다양한 유전자원을 국내외로부터 수집하고 보존, 증식, 평가해 국가연구 기관, 농업인 등에 관련 정보 및 자원을 분양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농업유전자원센터에 따르면, ‘농업유전자원 다양성 확보 및 국가 관리체계 구축’, ‘우리나라 고유 유전자원의 자원주권 확보 및 활용 증대’, ‘동북아 유전자원 허브뱅크 역할 수행이 가장 큰 미션이다.

 

우리 농업식물유전자원 보유량 세계 6, 다양성은 부족

최근에는 국제규격의 첨단 저장시설을 전주와 수원에 동시에 갖추어 중복보존을 수행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과 관련된 농업유전자원의 다양성 확보에 대한 노력을 집중하는 한편 지식재산권 보호 등의 국가적 대응을 위해 자원 외교를 추진하는 등 세계 각국과 농업유전자원의 정보 교류 및 동북아 유전자원 허브뱅크 등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나고야의정서에 대응한 농림업 유전자원의 보존 및 이용방안보고에 따르면, 이곳에 보존되는 농업유전자원의 수집은 국내 농촌지역의 재래종과 산간 유역야생 근연종의 채집 또는 연구소, 대학, 관리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공유를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국제공동연구, 국제협력사업,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국외 유전자원을 도입한다. 우리나라 농업유전자원센터와의 MOU를 통해 농업유전자원 관련 국제협력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국가로는 몽골,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조지아, 불가리아 등이 있다.


농촌진흥청이 보유하고 있는 농업식물유전자원은 20152월 기준 2613229916자원이며, 그 중 식물종자는 1617201889자원, 식물영양체는 99628027자원이다. 식물종자는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식물영양체는 농진청 작목기관 및 관리기관에서 보존되고 있다.


농진청은 종자의 자원주권 확보를 위해 재래종 및 야생종 자원 수집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015년에는 52개 종 4998자원의 농업식물유전자원(식량작물, 원예작물, 특용작물)이 신규로 등록됐다.


농진청 농업유전자원센터가 보존·관리하고 있는 농업식물유전자원의 65.7%가 식량자원이고, 2015년에 신규로 등록된 자원 중 72%가 식량작물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농업식물유전자원 보유량은 양적으로는 세계 6위 수준이나, 식량작물에 편중돼 있고, 원예 및 특용작물의 다양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농업식물 종자 가운데 한국원산 자원 수의 비중은 약 30%이다. 이 중 특용작물의 한국원산 자원 수 비중이 44.4%로 가장 높으며, 원예작물 비중은 20.6%로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에서는 우리나라 유전자원 보존·관리의 기본방향은 생물다양성 보존 입장에서 유전자원 보존의 콘셉트를 개발해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자연환경 보존과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 기반 구축이라는 보편적 원리와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


유전자원의 보존 및 관리는 유전자원의 ABS(접근 및 이익공유)가 일반화되는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형태로 개편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유전자원의 ABS가 일반화되는 시대에 유전자원 보존의 중점은 유전자원으로의 접근을 허용하되 원산지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 마련에 주력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는 것.

 

재래·자생·야생종 등 고유종의 수집·보존 강화해야

또한 농림업 유전자원의 수집 및 발굴을 확대하되, 유전자원 ABS에서 제공국 입장이 될 수 있는 고유종(재래종, 자생종, 야생종, 지역적응품종 등)의 수집 및 보존을 강화해야 한다.


자국 유전자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입증자료 확보가 관건이기 때문에 해당 유전자원과 관련한 역사와 생활문화, 전통지식 등을 발굴해 유전자원의 DB에 포함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이와 함께 보존하고 있는 유전자원들의 내재적 특성들을 연구해 아직 활용되고 있지 못한 유전자원들이 신소재 또는 신기능성 상품으로 개발될 수 있는 원소재가 되게 해야 한다.


유전자원의 접근과 그 이용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자원제공국과 이용국이 상호합의 조건에 따라 공정하게 나누도록 하는 국제협약, 나고야의정서가 1년 전 국내 발효됐다.


이어 지난달 18일부터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이하 유전자원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유전자원에 관한 관심도 한층 증대되고 있다.


외국의 유전자원 보존 및 ABS 제도는 각 나라의 실정에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

스위스는 생물다양성 보존이라는 CBD 협약의 기본취지에 입각해 유전자원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지속가능한 이용 차원에서 유전자원에 대한 이익공유를 선도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스위스는 유전자원 보존을 국가행동계획 수립과 실행프로그램의 시행으로 체계적으로 추진하며, 유전자원의 ABS를 나고야의정서와 ITPGRFA(식량농업유전자원국제조약)의 실시로 이행하고, 특허법 개정으로 유전자원의 출처 공개까지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나고야 의정서가 제대로 운용될 수 있는 준비를 갖출 때까지 자체 가이드라인 등을 통한 국내 조치의 정비로 유전자원 ABS에 대한 충분한 준비를 한 후 비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은 유전자원의 ABS에서 PIC(사전승인) 절차를 생략하게 하는 체계에 큰 관심을 갖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생물유전자원 부국인 코스타리카는 생물유전자원의 보호와 유전자원의 현지내 보존이 잘 이루어져 있다. ‘생물다양성법에 따라 유전자원에 대한 보존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유전자원의 ABS는 나고야의정서가 현재까지 비준되지 않아 아직 체계적으로 실시되진 않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에 근거해 CBD 규정 차원의 유전자원 ABS가 이뤄지고 있다.


인도는 2012년 나고야의정서를 비준하여 체약국이 되었지만, 유전자원 ABS는 아직 CBD 가입 후속조치로 제정된  생물다양성법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나고야의정서 발효, 유전자원 보존과 이용 체계화의 기회

농경연의 보고에 따르면, 나고야의정서에 대응하는 정책은 협약의 비준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산업계의 영향, 생명공학기술(BT) 산업의 경제적 손실 최소화보다 오히려 우리나라 유전자원의 보존을 체계화하고 이를 통해 유전자원의 이용을 지속가능하도록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나고야의정서는 CBD(생물다양성협약)의 기본 원리인 생물다양성 보존과 보존된 생물유전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이 추상적인 원리나 규범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적인 인간행위 특히 경제적 활동의 고려대상이 되게 하는 역할도 크다.


CBD 협약의 보편적 원리와 실천수단으로서의 나고야의정서의 의의를 제대로 파악해 경제적 이해득실을 고려한 국익차원의 전략적 대응과 그 이상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향후 북한의 농업유전자원과 우리가 보유한 유전자원이 상호협력 아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면 유전자원 부국으로서 관련 산업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남북교류와 협력 추진과 함께 달아오르고 있다.

이은원 기자 | wons@new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