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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리워

유민의 農 에세이


더워도 지나치게 덥다. 그래도 몸은 낫다. 어떻게든 더위를 이겨낼 문명적 이기가 있어 다행이다. 문제는 농업이다. 농업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 점점, 더위보다 가뭄이 걱정되는 이유다. 언젠가 농협 직원과 얘기하다 이런 질문이 나왔다.


펌프와 양수기의 차이가 뭔지 알아요?”


저마다 한마디씩 답을 내놨다.


펌프는 수동 기계식이고, 양수기는 자동화된 기계 아닌가?”

양수기는 물을 끌어올리는 데 국한되지만 펌프는 물뿐이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하지. 역할의 차이 아닐까?”

펌프의 동력은 전기, 양수기의 동력은 기름동력의 차이인가?”

펌프는 왠지 모르게 힘든 느낌이고, 양수기는 힘이 덜 드는 느낌?”


모두 틀리지 않은 답이다. 펌프의 동력이 전기라는 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손으로 펌프질을 하며 자란 세대에게는 수동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렇지 않은 세대에게는 전기 동력이 옳을 것이다. 동력을 기준으로 볼 때 (현재까지) 양수기는 기름을 사용하고 있다. 양수기의 영문명이 Water Pump.


가뭄이 최대 이슈였던 2015년 여름, 4대강 근처에 자리 잡은 지자체 관계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할 때 많은 전문가들이 환경파괴와 홍수대처 능력의 의문 등등을 지적했어요. 누구도 가뭄의 문제를 지적하진 않았죠. 오히려 가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긍정용 차원으로 인용됐지요.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인해 가뭄 문제가 생기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겁니다.”


4대강 사업이 가뭄의 원인이 됐다다소 해괴하게 들릴 수 있는 주장의 논지는 이렇다. 강의 수심을 깊게 파헤치다 보니 지천의 물들이 족족 강으로 내려갔다. 지천에 남은 물이 없으니 가뭄이 조금만 심해져도 끌어다 쓸 물이 없다. 당연하게도 피해가 더욱 심해졌다는 얘기다. 농업용수는 강물이 아니라 지천의 물이 더 요긴하다는 호소였다.


가뭄은 홍수나 태풍, 지진처럼 자연재해의 한 종류다. 하지만 홍수나 태풍, 지진 같은 자연재해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다가온다는 것, 언제 시작되었는지 시기를 파악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 그렇게 가뭄의 체감이 서서히 시작되고 점점 심해지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끔찍한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도 태풍이나 집중호우, 홍수나 쓰나미가 아니라 은밀하고 완만하게 닥치는 가뭄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무서운, 서늘한 재난인 가뭄. 네이버 캐스터 지구과학산책에 표현된 가뭄(Drought)’의 기록이다.


인류문명의 기원이라고 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멸망시킨 것은 가뭄이었다. 중남미 지역의 찬란한 마야 문명도 가뭄의 희생양이었다. 이집트 문명도, 인더스 문명도, 앙코르 문명도 다 가뭄으로 인해 종말을 고했다. 어떤 기상현상으로도 문명이 멸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뭄은 다르다.’


비단 가뭄뿐이랴.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조용히 소리 없이 언제 오는지도 모르게 오는 위기는 얼마나 무서운가. 요란해 보이는 적들, 크고 우렁찬 위험요소들은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를 위하여 비가 와야 할 때다.


유민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랐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골을 잊지 않았고, 농업 농촌을 주제로 한 많은 글을 쓰고 있다. 농업-식품-음식을 주제로 한 푸드 칼럼을 다수 매체에 게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