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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공동품목’은 농약업계의 ‘계륵’이다?

‘과잉생산’에 멍드는 ‘공동품목’
신제품 고가정책 부르는 ‘원인’
농업인은 ‘선호’…회사엔 ‘계륵’
농약업계 자정노력으로 풀어야

농약 ‘공동품목’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 등록 농약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동품목은 농업인들의 높은 선호도에 힘입어 연간 7000억원의 매출규모(전체시장 1조4700원의 45% 수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회사에겐 이미 ‘계륵(鷄肋)’ 신세로 전락한지 오래고, 농약시장에선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공동품목’이 농약시장의 천덕꾸러기가 될 수밖에 없었던 요인은 다각도로 분석된다. 우선 최초등록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한 품목은 ‘미 투(Me-Too)’ 등록이 가능해지면서 ‘공동품목’의 늪에 빠져 ‘공급과잉’을 야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약회사들은 매출목표 달성에 얽매어 출혈경쟁을 서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공동품목은 특히 농약제조회사 입장에서 보면 “잘해야 본전”인 수익구조에 갇혀 있으면서도 농업인 선호도가 높아 농협이나 시판에서 요구하는 품목일수록 생산을 중단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 와중에 어느 특정회사가 전략적으로 경쟁제품을 소량만 생산해 덤핑판매라도 할라치면 ‘덤핑가격’에 맞춰 밀어내거나 아니면 재고를 떠안아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그야말로 “팔수록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고들 말한다.
농약회사들은 이러한 공동품목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신제품’ 등록을 대안으로 삼고 있다. 물론 농약회사들이 앞다퉈 신제품 등록에 나서는 이유는 복합적일 수 있겠으나, 원제를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못하는 국내기업들의 한계에다 글로벌 원제회사들 역시 신규물질 개발이 더디다 보니 ‘제대로 된 품목’ 출시가 어려워지면서 동일한 물질(원제)을 활용해 ‘제형’을 달리하거나 ‘합제’를 만드는 방법으로 소위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농약제조회사(메이저)들이 오랫동안 선점해온 국내시장에 후발업체들이 대거 진출한 이후 경쟁구도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농약회사들마다 제품의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수단으로 ‘신제품’ 등록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농약시장의 심화된 경쟁구도는 최근의 신제품 등록현황에서도 찾아진다. (사)한국작물보호협회가 발간하는 농약연보와 농촌진흥청 농약등록현황에 따르면, 현재 국내 등록농약은 총 2985 품목(2017년 말 현재)에 이르며, 이중에 최근 3년(2015년 이후 현재까지) 사이에 신규로 등록된 농약은 500개 품목에 달한다.[표1~2]
그러나 이들 500개 품목 가운데 오리지널 원제 품목(단제 품목, 이하 ‘오리지널 품목’)은 아주 드물다. 딱히 글로벌회사가 모든 ‘오리지널 제품’을 먼저 등록·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2015년 이후 지금까지 등록회사별 신규품목 현황을 보면 메이저 8개 회사들은 231개 품목을 등록했고, 후발업체들은 그보다 많은 269개 품목을 등록한데 반해 바이엘과 신젠타는 각각 7건과 4건에 그쳤다. 이처럼 오리지널 원제를 보유한 제조회사들의 등록건수는 현격히 적지만, 반대로 품목별 매출규모는 상대적으로 월등했다. 자체원제를 앞세운 대형품목 위주로 제품군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2017년 11월 10일자 참조]
그런가 하면 경농, 팜한농 등 국내 제조회사들의 신규 등록건수는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있지만 매출규모의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요약하면, 국내 농약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오리지널 원제 확보가 승패의 관건이 된지 오래고, 그 차선책으로는 제네릭 원제로라도  ‘제형’ 변경이나 ‘합제’를 만들어 ‘신제품’으로 등록해야만 그나마 이익구조를 맞출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농약업계는 이처럼 ‘신제품’과 ‘공동품목’ 간의 ‘희비쌍곡선’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 연출되면서 유통시장 혼란과 제조회사의 수익구조 악화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농업인 입장에서 보면 이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점이 상당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먼저 현재 등록되고 있는 신제품의 경우 오리지널 신규물질(원제)이든 제네릭 원제로 ‘제형변경’이나 ‘혼합제’를 만들어 등록했든 기존의 공동품목과 비교해 ‘가격’을 감내하고서라도 농업인들이 선택해야할 만큼 약효나 저항성 면에서 월등한지에 대한 의문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신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제품보다 약효가 좋고 저항성으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안전성’ 면에서도 기존제품보다 앞선다는 점이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턱없이 비싼 가격을 책정해도 되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다수의 농약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다국적기업 등의 신제품 고가정책을 감안해 ‘합리적 가격+합리적 약효(IPM)’를 가진 제네릭 원제의 시장 존속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그러나 제네릭 원제의 경우 최근 중국산을 중심으로 가격 폭등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제품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판매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다보니 ‘공동품목’의 발전 또는 유지 전략보다는 신제품 개발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제네릭 원제를 이용한 신제품 등록도 값비싼 등록비용을 감안하면 농약회사들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개발비를 투자해야만 가능해 최근 농약제조회사들의 수익구조는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것이 농약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농약업계 관계자들은 따라서 “기존 제네릭 농약(공동품목)의 합리적 가격이 유지된다면 신제품보다 방제가(IPM)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경제성 및 농업환경 등을 감안할 때 오히려 농약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우수한 공동품목의 특·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정적한 판매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농약업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농약업계 관계자들은 또 “전 세계적으로 신규물질 개발이 더딘 상황에서 국내 농약회사들이 해마다 제품 등록건수만 늘린다고 해서 언제까지든 이익구조를 개선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농약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