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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이앙동시제초제’로 노동력 잡자

이앙하면서 제초제 살포…‘생력화’
일본 벼농사 40%가 이앙동시 처리
전용약제 개발·살포기계 보급 확산
처리방법 개선하면 약해 문제 ‘해결’

 

논 제초제 시장에도 ‘생력화’ 바람이 가속화하고 있다. 벼 재배농가들의 노동력 절감 요구와 맞물린 농약회사들의 꾸준한 제품 출시에다 ‘이앙동시 제초제 살포기계’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논 제초제 시장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액상제형 중기제초제’→‘타블릿 제형 중기제초제’로 이어지던 논 제초제 시장이 이제는 ‘이앙동시 제초제’로 진화하기에 이르렀다.


벼농사는 질척이는 갯벌과 같은 논 속에 직접 들어가서 작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논 잡초 제거작업은 벼농사의 가장 힘든 ‘일거리’라는 점에서 생력화에 대한 요구도가 가장 높다. 농약업계는 이에 따라 ‘육묘상처리제’도, ‘제초제’도 모두 논 안에 들어가지 않고 살포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제품개발을 이어왔다. 


사실 15년 전만 하더라도 중기제초제를 액상제형으로 살포하는 것이 혁신이었던 때도 있었다. 이어 2004년 경농의 ‘주먹탄’ 등록을 시작으로 팜한농, 농협케미컬, 동방아그로 등 다수의 농약회사들이 앞다퉈 타블릿 제형의 제초제를 출시하면서 논에 들어가지 않고 논둑에서 던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여기에 SG한국삼공이 완성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 바둑알 모양의 ‘이티스타’를 선보이면서 논 제초제 시장의 생력화가 정점으로 치닫는 듯 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12년부터 이앙과 동시에 제초제를 살포하는 제품이 나오면서 제초제 시장은 한 번 더 진화의 단계를 거쳤고, 최근 들어서는 ‘이앙동시 제초제’가 ‘파종동시 육묘상처리제’와 함께 논농사 생력화의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앙동시 제초제는 말 그대로 이앙할 때 제초제를 동시에 살포하는 것을 말한다. 본논에 벼 이앙작업을 할 때 이앙기에 제초제 살포기계를 부착해 자동으로 동시살포 한다. 그러면 벼와 함께 논에 떨어진 제초제가 40일 정도 제초 효과를 낸다.


‘이앙동시 제초제’의 가장 큰 장점은 노동력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액상수화제, 타블릿 제형 등 간편제형으로 출시된 논 중기제초제들도 논 둘레를 걸으면서 던져 넣는 형식으로 일정 노력이 수반된다. 하지만 이앙동시 제초제는 이앙을 하면서 바로 제초제를 기계에서 뿌려주기 때문에 별도의 노동력이 들지 않는다. 농촌은 고령화와 인력부족으로 간편하고 노동력이 들어가지 않는, 말 그대로 ‘생력화’에 쏠림 현상을 보이면서 ‘이앙동시 제초제’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농약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 시장의 경우 2012년 기준 벼 재배 면적은 158만ha로 우리나라 벼 재배면적의 1.9배에 달한다. 이러한 일본에서도 생력화를 위해 가볍고 편리한 제초제가 보편화되어 있다. 특히 균일하게 살포할 수 있는 이앙동시 제초제가 부각되면서 2001년 기준으로 100여개 품목이 등록됐다. 이후 2015년 기준 일본 전체 수도면적의 약 40% 이상에 이앙동시 제초제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만큼 편리성이 높고 효과 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앙동시 제초제는 팜한농의 ‘롱제로’·‘키로하나’·‘논감독’, 농협케미컬의 ‘썬파워’, 경농의 ‘논스탑’·‘단칼’, 성보화학의 ‘삼박자’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까지는 제품 수가 많은 상황은 아니다. 시장은 2015년 기준으로 46억 원 정도에 이른다.[표1], [표2]

 


이앙동시 제초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접목된 것도 아니다. 2000년대 초 최초로 등록돼 시중에 출시됐으나 당시에는 시장에 적용되지 못했다. 관행적 물관리 방법 및 토성 등이 이앙동시 제초제와 맞지 않았고 홍보도 부족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당시의 농법 수준이나 전반적인 기술수준보다 너무 빠르게 도입된 아이디어였던 셈이다.


하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이앙동시 제초제 시장은 꾸준히 꿈틀대고 있다. 먼저 이앙동시 제초제를 처리할 수 있는 처리기계의 보급을 꼽을 수 있다. ‘에이펌(대표 박용선)’이 일본에서 수입해 공급하고 있는 ‘야마토입제살포기’가 매년 3000대 정도씩 보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앙동시 제초제 살포의 90% 이상이 ‘야마토입제살포기’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종동시 육묘상처리제’가 파종기계의 보급과 맞물려 시장 확장성을 도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앙동시 제초제 또한 살포기의 보급이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본지 3월25일자 1면 ‘파종동시처리제 시장이 뜬다’ 기사 참조>


또 하나, 현재 보급중인 ‘야마토입제살포기’의 가장 큰 장점은 이앙기 속도에 연동해서 고르게 살포된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논에 들어가지 않고도, 노동력을 들이지 않고도, 제초제를 살포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에이펌 관계자는 “현재 9000대 정도가 국내에 보급돼 있어 이를 토대로 추산하면 전체 면적의 10%가 이앙동시 제초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시장은 이미 40% 이상 이앙동시 제초제를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 같은 트렌드를 쫓아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현재 이앙동시 제초제 11개 품목 정도가 시판되고 있는데다 등록 진행 중인 품목도 각 농약 제조회사별로 1개씩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인 만큼 시장의 방향성은 이앙동시 제초제로 흐르고 있다고 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앙동시 제초제 시장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보완할 점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약해 부분이다. 현재 그나마 약해가 적은 원제로 이앙동시 제초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매년 약해 사고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에도 모 회사에서 이앙동시 제초제로 큰 금액을 출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약해사고의 대부분은 사용상의 문제로 확인되고 있는 점도 주시해야할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대농가들이 이앙동시 제초제를 선호하고 있으나, 이들은 논 써레질 후 이앙까지 일주일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써레질 후 며칠 동안 논의 뻘 흙이 얌전하게 굳어지게 된다. 여기에 모가 이앙되면 비교적 딱딱한 흙에 모가 심겨지면서 뿌리 주변이 들뜨게 된다. 벼 생육에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이 들뜬 부분으로 이앙동시 제초제가 들어가면서 약해를 유발하게 되는 메카니즘이다. 더구나 이 시기의 모는 모판에서 뜯겨 나가면서 뿌리가 손상돼 있는데다 논물은 아직 차가워 몸살을 앓기 쉽고 약해가 유발되기 가장 좋은 조건을 형성하게 된다.


이앙동시 제초제의 권장 사용방법은 논 써레질 후 논이 경화되지 않고 말랑한 상태일 때 이앙하는 것이다. 그러면 논 흙이 자연스럽게 모 뿌리를 감싸면서 약으로부터 보호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40%가 넘는 논 면적에 이앙동시 제초제가 정착한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시장 확대가 힘든 까닭은 ‘농민들의 인식 부족’ 측면이 강하다.


농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약은 사용 방법이 있고 이에 정확하게 맞춰 처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면서 “이 부분만 해결돼도 이앙동시 제초제 시장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