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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농약산업의 ‘퍼플오션’을 찾는다

세계 농약시장은 지금…


우리나라의 농약 산업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제 합성 등에 대한 원천기술 부족이라는 기초 체력이 약한 상황이다. 그 속에서 산업은 지속적으로 과열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의 농약 산업계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으며, 우리는 어떤 전략을 통해 이 흐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빠른 결단을 통해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세계 시장의 흐름 파악이 먼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세계 농약산업은 많은 통합과정을 겪었다. 다우-듀폰, 바이엘-몬산토, 캠차이나-신젠타의 인수·합병은 가히 뉴스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다국적기업들의 인수·합병 결과로 유럽, 미국, 중국이 세계농약산업의 3대 거성이 됐다. 전문가들은 미래 세계 식량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자원은 이들을 포함한 세계 15~20개 회사가 장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세계 농약 시장의 패턴은 상대적으로 다국적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집중되고 안정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새로운 패턴과 변화 등으로 새로운 기회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국적 기업들의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사업 내 독점 등의 법적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거대 기업들은 이 같은 법적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 사업의 일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예방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해 듀폰은 다우와의 합병으로 인한 독점 금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제초제 생산 사업을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엘 역시 몬산토 인수 과정에서 면화와 유채 종자 사업 일부를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젠타는 인도 내 농약 생산 기지를 정리했다.


이 같은 매각 자산은 세계 시장에 동참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사업 확장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차원이 될 수도 있으며 매수를 통한 새로운 강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중 팜한농이 세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며 “이미 팜한농이 적극적인 인수ㆍ합병 의지를 내비친 만큼 세계 기업들의 격돌로 인한 사업 기회를 이참에 얻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농약 규제 강화…미국·EU가 주도
농약 분야의 전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각국의 규제이다.
유럽연합(EU)은 식물 보호법과 규제에 있어 엄격하며 전 세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글리포세이트의 등록 갱신, 내분비 교란 물질의 새로운 표준 개발, 올해로 예정된 네오니코티노이드의 재평가 결과는 관련 제품에 대한 다른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역시 같은 흐름을 가지고 농약 평가에 임하고 있다. 미국 EPA 역시 최근 글리포세이트의 발암성 위험을 재평가할 계획을 발표했다. 캐나다는 이미다클로프리드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기술 발달로 인한 정밀 농업 가속화
현대 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농업 인력의 부족으로 농업 기술 혁명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알파고, 스마트팜, 정밀 제어 기술 등이 농업에서 전혀 낯설지 않은 세상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정밀 농업이라는 말로 수렴되는 이 기술들은 생태농업 등의 새로운 농업 유형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정밀 농업은 실리콘 밸리의 IT 기업과 같은 많은 비농업 분야의 기업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전 세계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것과 발맞춰 농업 생산성도 실질적으로 높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정밀 농업이 빠르게 진입ㆍ확산할 전망이다. 몇 년 전 신젠타 재팬이 파나소닉과 협력해 스마트팜 연구에 동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던 것처럼 전혀 다른 분야의 기업들이 새로운 경쟁자가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쟁상대가 구글이 되는 식이다.


다만 장비 및 소프트웨어 호환성의 부족이 정밀 기술 적용을 제한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기술 개발, 무선 접속의 안정성, 전문 기술 인력 부재 등도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생물농약ㆍ생물자극제 등 신규투자 확대
최근 지속적으로 농약 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생물농약이다. 앞으로의 전통 농약 시장은 저성장 시기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지속 가능 농업에 대한 요구와 개발이 동시에 맞물리며 녹색ㆍ환경보호를 필두로 한 새로운 분야가 고성장기로 접어들 예정이다. 동시에 전 세계 국가들이 결정한 정책과 규정, 반복되는 환경 문제 등으로 기업과 품목에 따라 기회와 도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MarketsandMarkets에 의해 발표 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농약 시장은 2016년 548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15%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705억7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물농약은 향후 5년간 17%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물론 현재 33억7000만 달러 규모에서 2021년 75억1000만 달러 수준으로,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먼저 이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에게는 성장 기회가 되리라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으로 규제 당국들이 환경 보호에 더 중점을 두고 있고 동시에 소비자들은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농약 기업들은 생화학농약, 생물 비료, 생물 조정제(biostimulants) 등의 신흥 시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저항성ㆍ제형…농약 개발 필요성 대두
농약을 연용하면 저항성이 발생한다.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 모두 예외 없다. 그 만큼 생물들의 적응능력은 빠르다. 다만 이것이 농약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문제로 인해 제품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품질이 향상되고 있다. 이 또한 앞으로도 농약 사업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2월 6일 제초제 저항 행동위원회에 의해 실시된 제초제 저항성 국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66개 국가 및 지역의 90개 작물에 제초제 저항성 잡초가 발견되며 그 종의 수는 1000개에 이른다.


제초제 저항성 잡초의 발생은 농약 과다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새로운 대안 찾기가 기업으로서는 집중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UPL은 브라질에서 제초제 저항성 잡초 해결을 위한 전문가 팀을 구성했다는 소식이다. 몬산토 역시 작물 관리 솔루션을 출시했다. 신젠타도 글리포세이트 내성 잡초 관리 솔루션 웹 사이트를 오픈했고 브라질에서 ‘클린 크롭’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기업들은 새로운 원제 개발이 어려워짐에 따라 새로운 제형 개발에도 주목하고 있다. 농약과 비료를 합제로 만든다거나 나노 농약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FMC는 액체 비료와 농약을 균일하게 혼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또 영국 회사인 Exosect는 종자 표면에 쉽게 부착되는 천연 합성 왁스를 기반으로 하는 정전기 건조 분말 기술을 도입한 제품을 생산한다.


이처럼 세계 농약 시장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 역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 3월 1~3일 중국 상해에서 개최된 CAC를 통해서도 그 변화가 두드러졌다.<관련기사 3~6면>


업계 전문가는 “국내 기업들이 처한 현실은 ‘원제선과의 관계’ 등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운용의 폭이 넓지 않다”면서 “새로운 사업과의 연계 방안 등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