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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판매 1위 농약상표 ‘바스타’ 주인 가린다

‘바이엘’vs‘새한농’…상표권 쟁탈전

‘바스타’ 상표권을 둘러싼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내 농약시장에서 단일품목 매출액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글루포시네이트 암모늄’의 대표 브랜드인 ‘바스타’ 상표권이 기존의 바이엘크롭사이언스(주)(이하 ‘바이엘’)에서 (주)새한농(대표 한태구)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예측 때문이다.


그동안 바이엘의 ‘글로벌 대표 브랜드’이자 유일한 오리지널 상표였던 ‘바스타’는 지난해 중반을 기점으로 국내 상표권(특허권)이 만료됐다.[그림1]


따라서 바이엘은 이로부터 6개월 이내에 상표 재등록 절차를 마쳤어야만 상표권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어떤 이유에선지 이를 이행치 않아 지난 말경 상표권이 소멸되고 말았다.


이를 틈타 (주)새한농은 지난 7월 29일 특허청에 ‘바스타’ 상표를 출원한데 이어 지난 9월 7일 출원공고까지 마치면서 두 회사 간 ‘바스타’ 상표권 다툼에 불이 붙었다.


특허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상표권은 등록일로부터 10년이 경과한 때에 재등록 절차를 마쳐야만 상표에 대한 권리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며 “다만 상표권이 소멸된 날로부터 6개월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 기간 내에 상표 재등록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존 상표권자가 재등록 신청기간을 놓쳐 상표권이 소멸된 이후 타인 또는 기업이 동일한 상표를 출원했더라도 ‘공고일’로부터 두 달간 이의신청 기간이 주어지며, 이 기간 중에 제기된 이의신청이 타당하거나 거절사유가 발생하게 되면 ‘등록’되지 않을 수 있다”며 “통상적으로 이의신청 검토, 등록비 납부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고일로부터 3개월 이후에나 등록이 완료 된다”고 했다.


12월 초 지나봐야 등록 여부 확정
여기에 비춰 볼 때 (주)새한농의 ‘바스타’ 상표 공고일은 2016년 9월 7일인 만큼 3개월이 경과되는 오는 12월 7일 경에는 등록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바이엘은 현재 특허청을 상대로 (주)새한농의 ‘바스타’ 상표출원 공고에 대한 이의신청 제기와 더불어 지난 10월 17일 ‘바스타’ 상표를 새로 출원(출원인 : 바이엘 인텔렉쳐 프로퍼티 게엠베하)해 놓고 있다.[그림2] 바이엘은 아울러 (주)새한농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상표권을 되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이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바스타’는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바이엘의 글로벌 브랜드인 만큼 행정절차상 재등록을 놓쳤더라도 상표권을 되찾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하지만 (주)새한농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상표법’을 근거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상표를 출원·공고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없는 만큼 이의신청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특허청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주)새한농 관계자는 “한국에서 바이엘크롭사이언스(주)는 ‘상표법’상 설정계약이 돼있지 않은 ‘통상사용권자’이고, 통상사용권자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며 “우리 측에 ‘상표출원을 취하해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낼 수도 없다.”고 어필했다. 아직은 특허청의 결정을 속단하기 어렵지만, ‘상표권을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이 (주)새한농 측의 입장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농약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들 두 회사의 상표권 다툼에 대해 상이한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글로벌 원제사의 한 관계자는 “바이엘과 같은 세계적 기업이 상표권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그렇더라도 ‘바스타’는 글로벌 상표이기 때문에 이점을 소명하면 충분히 상표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반대로 “오래전 유사한 상표권 분쟁을 직접 경험해 봤다”는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고려인삼의 대표 브랜드인 ‘정관장’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고려인삼=정관장’으로 통하지만, 중국에서는 과거 담배인삼공사(현 KT&G)보다 앞서 중국내 상표권을 출원·등록해 지금까지도 중국에 수출하는 고려인삼의 경우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서는 ‘정관장’이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며 “선사용 상표권자라고 해서 상표권 존속기간 만료 후 재등록 절차를 무시해도 상표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면 상표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바이엘, 재등록 시기놓쳐 권리‘소멸’
새한농, 신규출원ㆍ공고…‘등록 기대
이의신청ㆍ법적분쟁 거쳐 결판 날듯
상표권 향방에 농약업계 ‘시선집중’


또 하나는 만약 바이엘이 국내에 ‘BASTA’라는 영문상표를 미리 등록해 두었다면 특허청 상대의 이의신청 및 법정 다툼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겠으나, 특허청 홈페이지를 검색해본 결과 이러한 분쟁이 시작된 이후인 올해 10월 19일에서야 ‘바이엘 인텔릭처 프로퍼티 게임베하’가 ‘BASTA’ 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쨌거나 ‘바스타’의 상표권 다툼은 10여일 남짓한 이의신청 기간이 지나야만 윤곽이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스타’ 상표 새한농이 차지하면 제초제 시장 ‘출렁’
따라서 ‘바스타’ 상표권이 어느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국내 비선택성 제초제 시장의 향방이 확연히 갈라질 것이라는 점에서 이해당사자들을 비롯한 농약업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바이엘이 상표권을 되찾아 간다면 한낱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겠으나, 특허청이 (주)새한농의 손을 들어줄 경우 국내 비선택성 제초제 시장은 일대 파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스타’는 국내에서 ‘그라목손(패러쾃트)’이 퇴출된 이후 수년 동안 비선택성 제초제 시장을 평정해 왔다. 2015년말 기준 국내 비선택성 제초제 시장의 매출액은 대략 1550억 원 정도로 집계(한국작물보호협회 발간 농약연보 기준)되고 있다.[표1] 이중 ‘글루포시네이트 암모늄’을 주성분으로 하는 제초제(‘바스타’를 비롯한 제네릭 제품 포함)의 매출액은 800여억 원에 달한다.



그보다 바이엘의 ‘바스타’ 한 품목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약 500여억 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국내 농약시장의 ‘슈퍼품목’으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특히 ‘글리포시네이트 암모늄’은 ‘그라목손’이 퇴출되기 이전인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빨간풀’ 이외엔 지금처럼 미투(제네릭)품목이 흔치 않았던 상황(바이엘만의 ‘단독품목’)에서도 매출총액은 220여억 원 정도였으나, 이듬해엔 350여억 원으로 급신장 했다.


이처럼 ‘바스타’는 최근 5년여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자랑하며 바이엘의 전체매출을 견인하는 ‘효자품목’인 점을 감안할 때, 만약 상표권을 (주)새한농에 빼앗길 경우 적잖은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바이엘은 그동안 ‘바스타’ 물량의 70% 이상을 농협계통을 통해 출하해 온 만큼 상표권을 상실할 경우 농협계통 공급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장담키 어려워 보인다. 물론 바이엘 ‘바스타’는 유일한 오리지널 원제품목이라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의 ‘매출 독주’에는 ‘바스타’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더 큰 몫을 했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두 회사에서 잘 협의해 마무리 했으면 한다.”면서도 “농협 내부 법률지원팀에 자문을 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바스타류, 유통가격 출혈경쟁 But 대농민가 찔금 인하
(주)새한농이 ‘바스타’ 상표권을 갖게 될 경우엔 어떨까? 국내 비선택성 제초제 시장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에 값싼 제네릭 원제를 ‘탑재’해 회원제 도매상 위주로 ‘기존의 바이엘 ‘바스타’ 보다는 싸고 미투품목(제네릭 품목) 보다는 비싸게 출하하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글루포시네이트 암모늄’ 제품의 경우 오리지널 품목인 ‘바스타'와 ‘삭술이', ‘성보스타’가 7000원대(지역 및 물량에 따라 상이)에 출하된데 반해 작물보호협회 정회원사들이  제조·판매하는 미투품목인 ‘빨간풀’, ‘신스타’, ‘풀제로’, ‘풀펀치’, ‘레드존’ 등을 비롯해 준회원사의 ‘풀은퇴’, ‘풀탄', ‘하이펀치’, ‘두루쎈', ‘잡초탄' 등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수많은 제품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시판출하가격이 5000원대 이하까지 하락하는 등 제네릭 제품 간 가격경쟁이 치열했다.


한시적이지만 특정품목의 경우 500ml/병당 4000원까지 가격을 낮춰 출하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루포시네이트 암모늄’ 제품의 대농민 판매가격은 그리 내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투품목의 출하가격을 낮춰도 대농민 판매가격을 낮추지 않는 시판상인에게 문제가 더 많다고 본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보다는 미투품목들끼리 많지도 않은 100원~200원 싸움을 하면서 농약시장에 흙탕물을 뿌리는 것도 큰 문제”라며 “만약 (주)새한농이 ‘바스타’ 상표권을 갖고 유통채널을 시판상 위주로 판매하게 되면 제네릭 만큼 가격을 낮추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제네릭 미투품목의 판매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글루포시네이트 암모늄’이외의 비선택성 제초제 시장에도 많은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이며, 대농민 판매가격이 전체적으로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가격전략과 물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장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라목손’ 품목폐지 이후 한차례 몰아친 비선택성 제초제 선점전쟁에서 바이엘 ‘바스타’의 완승으로 기운 듯 보이던 시장판세가 새로운 상품과 마케팅으로 무장한 메이저 농약회사들의 공격과 강력한 ‘바스타’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주)새한농의 방어로 이뤄진 비선택성 제초제의 ‘2차 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농약업계 여러 관계자들은 “상표권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든, 상표권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 등 지난한 법적다툼이 예상되는 만큼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따라서 향후 비선택성 제초제의 판매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라고 밝혔다. 


정유년 새해를 앞두고 판매계획과 전략 수립에 몰두하고 있는 2016년 세밑, 부동의 1위 농약상표권 분쟁의 향방에 농약업계의 시선이 온통 쏠리고 있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