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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정부가 친환경농업 ‘깽판 놓나’


친환경농업인들이 생물농약을 마음 놓고 쓰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꼬인 정책 탓이다.


친환경농업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농가들이 가장 힘들게 느끼는 것은 병해충 방제이다. 돋아나는 잡초는 눈에 보이기라도 해서 손으로 제초를 해야 하는 것이 유기농 철학에 맞다는 말에는 그나마 동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병해충 방제의 경우 눈에 보인다 한들 손으로 잡아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친환경농가들은 그래서 효과가 있는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기를 원한다.


물론 공시된 유기농업자재가 있긴 하지만 엄밀히 따져 ‘공시품목’은 ‘제품’이 아니라 ‘물질’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공시된 유기농업자재는 ‘친환경·유기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일 뿐이지 정부나 어떠한 관련법에서도 ‘효과’를 보증하는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유기농업자재 중에는 탁월한 병해충 방제효과를 발휘하는 상당수의 ‘공시자재’가 관련농가의 호평을 받으며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정부나 관련법과 무관하게 생산업체의 자구노력의 산물일 뿐이다. 그렇더라도 친환경농업인들은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제대로 보증되지 않은 다수의 유기농업자재 중에서 효과가 있는 자재를 골라 쓰는 지혜를 발휘해야 했다.


친환경 병해충 방제 ‘특효약’은 ‘생물농약’
관련법…“농약이라서 친환경농업에 못써”
효과 보증 못하는 ‘공시제품’에만 정부보조


그런데 시행착오 없이도 효과가 보증되는 자재가 있다. 천연식물보호제(생물농약)는 효과가 있어야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생물농약으로 등록된 자재를 사용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괴리감이 있다. 시행착오 없이 효과 있는 자재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이 뻔히 있는데도 ‘그×의 법 때문에’ 생물농약은 사용을 못한다. 현실적으로 생물농약을 사용하면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을 수 없다.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유기농업자재도 ‘농약관리법’에 등록된 ‘생물농약’은 지원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농약’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있어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도 ‘생물농약은 유기농산물에 사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유기농업자재로 공시받지 않은 상태로는 좀 그렇다’는 입장이다.


농관원에서 유기농산물 인증을 위탁받은 민간 인증기관에서도 ‘공시 받지 않은 자재를 사용하면 유기농산물로 인증할 수 없다’, ‘생물농약이 곧 유기농자재 공시제품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생물농약과 유기농업자재 관리를 맡고 있는 농촌진흥청 농자재산업과에서는 생물농약이 유기농업자재로 인정받지 못하는데 대해 ‘법이 달라서 그렇다’는 간단한 답변을 내놨다. 생물농약은 ‘농약관리법’에서, 유기농업자재는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ㆍ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관리하고 있어서다.


가장 상위 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는 지엽적인 이유를 들었다. “생물농약으로 등록된 자재에 사용된 부자재가 화학물질일 수 있어서”라는 것이다. 실제 생물농약으로 등록된 제품 중 화학물질이 부자재로 사용된 전적도 있다는 발언이다.


유기농산물 민간인증기관, “‘생물농약’은 공시제품 아니잖아”
농촌진흥청, “법이 달라서 그래”…‘법’은 누구의 ‘작품’일까
농식품부, “생물농약 부자재의 화학성분 함유 의심스럽다”


하지만 유기농업자재 업계에서는 “공시를 받을 때 아주 극미량이기는 하지만 제품의 성능을 보정하거나 꼭 필요한 경우 부자재로 화학물질이 사용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생물농약은 기본적으로 효과 시험 성적을 제출해야 하며 독성도 테스트하기 때문에 등록 비용만 2~3억원 가량이 든다. 하지만 이처럼 꼬여 있는 제도 탓에 친환경농업인들은 효과가 검증되고 안전성도 검증을 마친 질 높은 자재를 눈앞에 두고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생물농약ㆍ유기농자재 기준 맞추면 될 것
업계 전문가는 “‘생물농약’과 ‘유기농업자재 공시제품’의 부자재 등 기준이 다르다면 검토해 기준을 맞추는 것도 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생물농약만으로는 지자체의 지원이 어렵다거나 유기농산물 인증에 걸림돌이 된다면 생물농약 등록과 동시에 유기농업자재로 자동 공시 될 수 있도록 행정을 간편화하는 방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까운 예로 농약의 경우 돌발 병해충이 극심하면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직권등록’이라는 제도를 활용해 관련 농약을 간단한 시험을 실시해 등록 기간을 단축한다. 2년에 걸쳐 등록되는 정규코스를 1년으로 줄이는 것이다. 그래야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생물농약이 현재 가장 효과가 좋은 친환경 약제인데 법이 걸림돌이라면 직권등록 제도처럼 생물농약을 유기농업자재의 예외 조항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생물농약이 유기농업자재로 공시되는 것이 가능해 지면 이전에 등록된 생물농약들에도 같은 기준을 소급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생물농약 등록ㆍ공시 한번에…행정 간편화 필요
한 전문가는 “친환경 농업인들이 병해충을 방제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데 효과 좋은 자재가 눈앞에 있어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법이 현실을 왜곡한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이 맞다”고 일침했다.
농식품부도 이에 따라 관련법을 손질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관련 업계 전문가는 “생물농약이 친환경농업인들에게 가장 효과를 줄 수 있는 자재인 것은 맞지만 유기농업자재 공시제도 자체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유기농업자재는 작물생육용자재, 토양개량용자재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병해충을 방제하는 생물농약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 균형적이라는 설명이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