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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생물농약 유기농업에 못쓴다!?

친환경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최고자재
정부ㆍ농업인ㆍ지자체 등 인식 전무

생물농약이 유기농업자재로 공시 받지 못하면 유기농업에 사용할 수 없다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생물농약? 유기농업자재? 공시? 친환경? 용어도 많고 대다수 농업인들은 혼란스러울 법한 체계 안에서 정책 담당자들도 자재 생산ㆍ공급ㆍ판매 업계도 사용자도 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유기농업자재가 생물농약 아니야? 생물농약이 따로 있어?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물농약은 ‘농약관리법’ 상 등록된 ‘천연식물보호제’를 말한다. 생물농약은 미생물농약과 생화학농약으로 다시 구분된다.


생물농약이 농약관리법 상에 명시하게 된 근본 취지는 ‘친환경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농약’을 법 테두리 안에서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유기농업자재 공시 제도가 ‘친환경농업 육성법(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안에서 관리되기 전 이었기 때문에 생물농약이 ‘농약관리법’ 상에서 먼저 등록돼 사용되고 있었다.


‘농약관리법’에서 정의하는 생물농약은 ‘진균, 세균, 바이러스 또는 원생동물 등 살아있는 미생물을 유효성분으로 하여 제조한 농약’과 ‘자연계에서 생성된 유기화학물 또는 무기화학물을 유효성분으로 하여 제조한 농약’이다.


정의에서도 보이듯 생물농약은 친환경농업을 위해 만들어진 농약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생물농약은 유기농업자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생물농약으로 등록해도 유기농업자재로 공시받지 않으면 유기농업자재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고 꽤 긴 역사도 동반하고 있다.


2007년 유기농업자재 공시제(당시 친환경유기농자재 목록공시제)가 시행되면서 생물농약은 파행의 길을 걸었다.


공시제는 유기농업에 사용 가능 여부만을 구분해 주는 제도였으나 취지와는 다르게 유기농업자재로 효과와 인정을 동시에 받는 제도로 알려졌다.


처음 공시제가 시행될 당시만 해도 제품을 평가하는 농촌진흥청에서도 효과에 대해 까다롭게 평가했다. 그러던 것이 친환경농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공시된 제품만이 지원을 받아 친환경농업인에게 공급되기 시작했다. 정부 예산도 2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자재 생산업체들은 너도나도 유기농업자재를 공시받기 위해 신청을 진행했고 공시된 제품은 양적 팽창을 거듭했다. 2010년 즈음에는 1000개가 넘는 제품이 공시를 받을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처음만큼 효과에 대한 검증은 잘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공시 제품만으로는 효과를 검증할 수 없는데다 농업인들 사이에서도 효과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에 따라 유기농업자재의 효과를 보증해주는 ‘품질인증제’가 2014년에 도입됐다.


품질인증제가 도입된지 3년이 된 현재까지 품질인증을 받은 제품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30여 종의 품질인증 제품의 대부분이 천적이며 통상 자재라고 불리는 제품들은 8개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는 유기농업자재 품질인증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자 올해 초 공시제로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효과를 자율적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공시제로 일원화해 기존의 단점을 보완한다.


공시제 활성화로 생물농약 하행길
공시 못 받으면 유기농업에 못써
지자체 보조사업 대상자도 안돼


여기까지가 유기농업자재의 역사이자 현 주소다. 이처럼 유기농업자재가 활성화되면서 생물농약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생물농약 시장규모는 2015년 기준 2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표1] 제품 수는 50여 가지이나 판매되고 있는 제품 수는 10여개에 불과하다.[표2] 생물농약 등록도 2011년 정도에서 멈추다 최근 ‘프렉쳐’라는 제품이 오랜만에 등록됐을 정도로 미미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등록하는 비용만 2~3억원이 드는데다 독성 등의 안전성 검사는 까다롭게 하며 효과에 대한 검증도 진행하는데 그렇게 어렵게 등록을 해도 현장에 나와서는 어느 누구도 생물농약이 ‘좋은 자재’, ‘효과 있는 자재’라는 인식을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공시를 받지 않은 ‘생물농약’을 유기농산물 생산 과정에 사용하면 유기농산물 인증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점에 있다. 농산물을 인증해주는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생물농약을 유기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사용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공시를 받지 않아도 생물농약을 사용할 수 있나’에 대해서는 “좀 그렇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아무래도 공시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농관원 총괄 부서에서조차 이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현장에서 유기농산물 인증심사원들이 ‘생물농약’을 보고 ‘공시받은 제품이 아니니 유기농산물 인증 안돼’라고 판단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유기농산물 인증 기관에서조차 생물농약에 대한 인지가 전무한 가운데 지자체의 보조사업에서는 생물농약을 사업 대상으로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생물농약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다시 공시를 받는 불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행정력도 낭비고 비용도 낭비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비용은 자재 가격에 반영돼 농업인들에게 전가될 뿐”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게다가 생물농약에 대한 평가ㆍ등록 등은 ‘농약관리법’에 따라 농촌진흥청에서 진행한다. 유기농업자재는 ‘친환경농업 육성법’에 따라 민간기관에서 공시한다. 따라서 이 두 자재에 대해 평가하는 주체가 다르고 기준이 달라지는 문제점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농약과 유기농업자재의 기준 모두를 숙지하고 있는 전문가가 없어 ‘생물농약 등록 후 공시 받기’가 일어나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유기농업자재에 관한 관리가 농관원으로 이관될 예정이어서 ‘생물농약’과 ‘유기농업자재’의 간극이 더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농약과 유기농업자재 등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들은 생물농약이 ‘유기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최상위 개념의 자재’라고 말하는 걸 서슴치 않는다. 정의에서도 보이듯 천연에서 유래한 자재인데다 그 만큼 공시나 품질인증보다 더 많은 조건과 기준을 통과해야 ‘생물농약’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어서다.


정부 지침만으로도 문제 해결 가능
유기농업자재 품질인증 제도가 사라지고 공시로 일원화하려는 현재, 결과적으로 농업인이 원하는 것은 ‘효과가 보장되는 유기농업자재’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생물농약’은 사장될 제도가 아니라 활성화해야 할 제도로 보는 것이 맞다.


그리고 농업인에게 검증된 자재를 알리고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생물농약’에 대한 홍보와 지원도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침을 통해 지자체와 농관원이 ‘생물농약’은 유기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자재라는 점을 인식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 생물농약과 유기농업자재의 기준이 다르다면 기준 비교를 통해 미비점을 보완하는 일도 시행돼야 한다. 생물농약의 취지가 ‘친환경에 사용할 수 있는’ 자재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상황도 ‘생물농약’ 개발ㆍ사용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글로벌 농약 원제 회사들은 거대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몇몇 회사들은 바이오 기업으로 선언하거나 생물농약 연구소를 합병해 투자ㆍ연구하고 있다.
왜 그럴까? 지금 농약은 신규 물질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몇 천억원을 투입해도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어려운 단계에 와 있다. 게다가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농약들도 10년이 지나면 특허가 만료돼 바로 카피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다.


글로벌 원제사 생물농약 투자
품질 좋은 생물농약 개발 기대


농약 원제회사 내부 사정이 이와 같다면 외부 사정은 여기에 더 큰 걸림돌 역할을 한다. 전세계적으로 안전성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다. 최근 연이은 몇몇 사건으로 소비자들은 각종 화학물질의 안전성에 대해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일 정도로 민감도가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또 잔류농약 검출기기 성능향상 등 과학이 발달하면서 환경과 인축에 안전하면서도 타겟 병해충만을 방제하는 농약을 개발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더구나 저항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농약 사용만으로는 만족할 만한 방제효과를 내기 어려운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내외부로 문제에 봉착한 농약 원제사들은 새로운 대안으로 생물농약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생물농약이 농약의 모든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농약이 할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토마토나 딸기처럼 연속수확작물의 수확기 병해충 방제에 생물농약을 살포하는 경우 말이다.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농약 회사들이 생물농약 개발에 투자를 하게 되면 현재보다는 월등히 품질이 높은 생물농약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인들은 효과가 높고 안전한 생물농약을 사용해 농사를 짓고 여기서 생산된 농산물은 안전성을 높이 평가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점수를 받게 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유기농업자재가 생물농약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며 “이는 공시제품 전체가 품질인증을 받을 수 없었던 기존의 문제와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기농업자재 공시를 받은 제품은 그대로 가더라도 생물농약의 순기능까지 무시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이제라도 생물농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