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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유기농업자재 보조사업 규제기준 완화

판매금지ㆍ공시취소 해당 제품만 보조 지원 제외
업체 전 제품 지원 제외 조항 변경돼 ‘안도의 한숨’


유기농업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들에게 그나마 숨통을 틔게 해주는 변화가 일어났다.


정부는 ‘친환경농어업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ㆍ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친환경농업 활성화와 농업환경 보전 등을 위해 친환경농업인 등에게 유기농업자재를 지원하고 있다.[표1, 2]


올해는 국고 보조금 32억원에 지방비가 48억원이 책정돼 80억원 정도가 지원되고 있는 중이다. 내년에도 같은 규모의 지원금이 계획 돼 있다.


지원사업 시행지침에 따르면 사업대상자는 녹비작물 종자, 천적, 토양개량 및 작물생육용, 병해충 관리용 등 유기농업자재 및 자재 원료 등을 활용해 유기ㆍ무농약 인증 농산물을 생산하고자 하는 사람이다. 지원 대상은 천적, 미생물재제 등 유기농업 자재와 관련 법에 명시된 사용가능한 허용물질이다.


올해 초부터 유기농업자재 생산 회사들이 ‘규제 위의 규제’라고 외치고 있던 부분은 바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 되는 경우’였다. 공시 및 품질인증을 받은 유기농업자재 중 판매금지 또는 공시취소 처분을 받은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자재 지원 대상에서 제외 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금지 및 공시 등 취소 행정처분시에는 당해연도 공급대상에서 제외(자금집행 불가)되며 해당업체는 다음연도부터 판매금지의 경우는 1년, 공시취소의 경우는 2년간 유기농업자재 공급업체에서 제외됐었다.


유기농업자재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하나의 유기농업자재만 생산하지 않는다. 적게는 1~2개에서 많게는 몇 십 개에 이르는 유기농업자재를 생산한다. 그런데 이 중 1품목이라도 판매금지나 공시취소 처분을 받는 경우 다른 유기농업자재 모두가 보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불합리한 제재를 받아 왔다.


이 때문에 업계는 “한 품목 때문에 회사의 모든 품목이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회사의 존폐를 가르는 가혹한 처사”라며 시행지침을 완화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그래도 3년간 3회 걸리면 ‘아웃’
이 같은 업계의 지속적인 요구에 따라 지난 7월 6일 정부는 해당 지침을 변경하는 공문을 업계와 각 지자체에 전달했다.


변경된 지침은 ‘보조금 지원 제한중인 품목 또는 업체의 제품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지원 제외’이다.


자세히 풀면 공시 및 품질인증 유기농업자재에 대한 판매금지 및 공시 등 취소의 행정처분시 당해연도 공급대상에서 제외(자금집행 불가)하고 해당 제품과 동일한 자재를 사용한 제품(타 자재와 혼합해 생산한 제품도 포함)은 다음연도부터 판매금지는 6개월, 공시취소는 1년간 유기농업자재 대상품목에서 제외한다.  다만, 최근 3년간 판매금지 또는 공시취소 횟수가 3회 이상인 업체는 2년간 유기농업자재 공급업체에서 제외된다.


결국 한 제품으로 업체 전체의 보조사업 참여를 제한하던 것을 해당 제품에 대해서만 참여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이다. 다만 해당 제품의 원료가 혼합된 타 제품도 제한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그리고 이 역시도 최근 3년간 3회 이상 판매금지ㆍ공시취소를 받을 경우에는 보조사업 지원에 2년간 참여할 수 없게 정해졌다. 최근 3년은 2016년 1월1일 이후 유기농업자재 사후관리에서 적발되는 것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


 

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지침 변경에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기농업자재 업계가 지속된 규제 강화로 거의 사업을 포기하거나 축소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을 만큼 힘든 상황에 숨 쉴 수 있는 틈이 생긴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정부는 친환경농산물 소비와 친환경농업 활성화를 위해 따로 육성법을 만들고 여전히 홍보와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농산물 자조금도 형성됐고 친환경농산물 안심유통시스템도 시행됐다. 지자체들은 여전히 친환경 특화지역임을 내세우며 유기농 테마파크, 유기농업연구소 등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무농약 이상 재배면적은 2012년 12만7000ha(전체 면적 기준 7.5%)에서 지난해 7만5000ha(4.9%)로 감소했다. 외적인 활성화 분위기와 현실의 차이가 이 만큼이나 된다.


친환경농산물 활성화 정책은 많은데
유기농자재는 규제 속 산업존속 불투명

결국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인들이 생산면적을 늘리고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써야 한다는 것에 결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 유기농업자재 지원 제한 조치가 완화된 것은 농업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조치라는 평가다.


품질이 우수한 제품이 시중에 공급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고 이를 사용하는 농업인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


하지만 기존처럼 한 제품이 행정조치 당했을 때 해당 제품 생산회사에서 판매하는 타 제품마저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다면 농업인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그만큼 좁아져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제한이 풀린 것이니 농업인들에게도 다행인 상황이 됐다.


다만 이 같은 지침 완화에도 근본적으로 판매금지, 공시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 제품이 줄어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3년간의 행정처분 내역을 보면 50개 이상의 업체들이 70개 이상의 제품들에 행정처분을 받았다.[표3, 4] 그 원인은 대체로 잔류농약 검출, 미생물제제에 유효 미생물이 검출되지 않거나 미달되는 사례 등이었다.


잔류농약 검출 문제는 현재 까다롭게 사후관리를 하고 있어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하지만 유효 미생물이 검출되지 않거나 유효 성분이 미달되는 경우에는 기술력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미생물의 경우 그 자체만으로는 효과가 뛰어나다 할지라도 이를 제형화 해서 제품으로 유통하는 기간이 길어야 제품으로서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형화 기술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 유효성분이 미달인 경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천연추출물의 경우 원료 식물을 재배하는 그 해의 기후조건 등으로 인해 매년 추출물의 조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려면 대량으로 원제를 취급해야 원료 취급 기간에 따른 변동을 막을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시장 자체의 크기가 작아 대량으로 물량을 취급하기 취약한 구조이다. 시장 자체가 일정 규모 이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개발비용과 품질 관리 비용을 들이고도 제품 판매를 통해 이 비용을 회수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 업계가 처한 현실이다. 이에 따라 제형화 기술이나 품질 관리 기술 등은 정부 차원의 R&D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데 힘이 실리고 있다.


결국 품질 좋은 자재가 생산ㆍ공급되면 이를 사용하는 농업인들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친환경농산물 이미지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수 19조 더 걷혀…영세율 적용 가능성 높아
유기농업자재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2개나 더 있다. 먼저 영세율 문제다.


유기농업자재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10%를 면제하는 것으로 이는 기획재정부의 결정에 따르게 된다. 본지가 수차례에 걸쳐 언급했던 대로 유기농업자재를 통해 걷히는 세금은 45억 여원에 불과하다. 다행인 것은 올 1~5월 사이 국세수입 실적이 11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조원 늘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 기조로 봤을 때 세수가 많이 확보됐기 때문에 유기농업자재의 부가가치세에 영세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또 한 가지는 유기농업자재에 대한 관리 업무가 농촌진흥청에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 이관되는 문제이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인증 등을 실시하고 있는 농관원이 유기농업자재 관리 업무도 함께 맡게 되는 것은 일원화라는 측면에서는 일견 맞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유기농업자재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인증 업무가 원활해지고 업무의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유기농업자재는 천연 유래의 농약과 비료라고 볼 수 있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발생하는 병해충을 방제하고 작물의 생육을 돕는데 사용하는 것이 유기농업자재인 것이다. 결국 유기농업자재의 특징은 농약ㆍ비료와 뗄 수 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 농진청에서 관리하는 것이 정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관리업무 이관은 혼란만 가중시킬 것”
또 농관원의 인력이 유기농업자재 단속에 투입될 경우 단속 인력이 증가하면서 농가의 창고에 잠자고 있는 유기농업자재까지 단속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즉 유통기한이 지나 효과가 보증되지 않는 유기농업자재를 시료 채취해 검사 후 행정 처분을 내리거나 지난해 기준에 맞춰 생산된 지난해 제품을 올해의 변경된 기준으로 평가해 처분하는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기농업자재의 공시 기준은 매년 강화되는 추세이므로 지난해 기준에서 적합한 제품들도 경우에 따라 올해에는 불량 유기농업자재가 될 소지가 높다.


이렇게 기준에 대한 충분한 숙지 없이 단속이 진행될 경우 판매금지나 공시 취소의 행정처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회사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또 유기농업자재와 비료를 동시에 사업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업체는 대관 업무를 농진청과 농관원 두 곳에서 봐야 한다. 결국 영세한 업체들은 인력 부족이라는 걸림돌로 인해 한쪽은 소홀할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사업에도 차질이 생기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기농업자재 관리 업무가 농관원으로 이전되면 가장 힘든 것은 업계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농관원과 공감대 형성으로 자재의 품질이 올라가고 산업도 활성화 될 수 있다면 좋겠으나 희망사항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심경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