農&산업의 리더를 만나다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이사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는 한국 종자산업계의 뉴스메이커로서 존재감이 뚜렷한 인물로 불린다. 수출중점 종자기업 아시아종묘의 코스닥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고, 도시농업 활성화에 대한 평소의 꿈을 담은 채가원을 오픈해 도시텃밭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꿈을 현실로 만들어온 류 대표에게 현실은 또 다른 꿈의 시작이다. 세계인의 먹거리를 정성과 노력으로 일궈가고 있는 아시아종묘의 새로운 도약은 이미 준비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이 많았던 2021년이 저물어간다. 수출확대가 일순위였던 아시아종묘가 최근 도시농업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19년 경기 하남시에 문을 연 도시농업백화점 채가원의 성과가 궁금하다.
오랜 꿈이었던 채가원을 오픈하고 2개월만에 코로나가 왔다. 다행히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 9월 결산 결과 올해 42억 매출을 일궜다. 아시아종묘가 채가원을 통해 주말농장 텃밭도우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기쁘다.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격리가 텃밭 참여율을 높인 측면도 없지 않다. 특히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이 흙을 만지고 씨앗과 모종을 심으면서 농업을 이해하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뿌듯하다. 어린이들이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인식을 하고 미래 농업의 참여자로 성장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도시농업을 주제로 한 다양한 농자재를 만날 수 있는 채가원의 장점도 주목된다.
회사에서 매년 20~30개국의 해외바이어 70여명을 맞이하곤 했다. 우리 종자에 대한 소개만 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농자재산업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도 채가원의 출발점이 됐다. 종자와 함께 우리 농자재를 가져가라는 것이다. 한편 해외농자재와 교류하는 창구 역할을 하면서 더욱 품질 좋은 텃밭 농자재 개발의 동기가 되길 바랬다. 요즘도 매일 한 차례씩 채가원을 들러 직원, 소비자들과 대화하며 신규 아이템과 마케팅 방법에 대해 구상하고 있다. 향후 강북에도 신규 오픈을 하고 싶고, 우리에게서 힌트를 얻은 ‘미니 채가원’들도 생겨나 함께 도시농업을 이끌어가는 상상도 해보곤 한다.
수출종자 기업을 지향하며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는 아시아종묘에게 올해는 어떤 해였나.
올해는 신품종이 평년보다 많이 나왔다. 고추, 오이, 토마토, 멜론, 무, 배추, 여주 등 기능성채소 등에서 신품종이 나와 연구소에 갈 때마다 희망이 보였다. 일례로 올해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 배추 무름병 피해가 컸는데 연구소에서 만난 신품종 배추가 깨끗하게 자라는 걸 보니 감격스러웠다. 현재 105명의 R&D 인력이 국내용·수출용 신품종 연구를 하고 있다. 가장 큰 희망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수출 증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적극적인 해외진출 확대는 어떻게 추진해 나갈 계획인지.
베트남 법인과 연구소를 설립해 투자를 해나가고 있는 도중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 어려운 가운데 직원들의 노력으로 사업과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시장을 넓히고 그 지역에 맞는 열매채소 강세품종을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인도 법인과 연구소에서 축적해온 경험을 보태 동남아·중앙아시아 진출을 넓혀나갈 것이다. 문 정부 초기에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러시아·CIS 국가 등을 방문하기도 했다. 양파 등 양념채소류 시장의 규모가 커서 시장 진출을 위한 기초품종을 이미 수출하고 있었으며 앞으로 좀더 활성화시킬 여지가 많은 큰 시장이다.
기능성채소 품종도 아시아종묘의 아이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들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토시아닌, 라이코펜, 베타카로틴, 글루코시놀레이트 등 기능성 성분을 함유한 여러 작물들을 개발하고 있다. 혈당강하 성분인 AGI가 풍부한 ‘미인풋고추’, 항산화 물질 안토시아닌 성분이 다량 함유된 자색고추 ‘미인보라’, 항산화 작용과 피부 미용에 좋은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배추 ‘오렌지마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종자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준비도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
원종, 원원종이라 불리는 최고급 유전자를 장기적으로 잘 보존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원종증식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가농업기관에도 종자은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상업적으로 바로 쓸 수 있는 가용유전자원을 축적하며 보안을 유지하고 빅데이터화 해나가야 지속가능한 종자산업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전한 생산기지의 확보와 생산 R&D 진행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매년 부족한 물류창고도 새롭게 세팅해야 할 시점이다.
코로나19가 종자산업계에 남긴 교훈이 있다면 무엇인가.
현재 우리 종자업계는 열매채소 종자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아시아종묘도 중국 탈피 노력을 시작했지만 의존도가 상당하다. 종자업이 안고 있는 유전자원 유출문제와 함께 최근 중국의 원자재 수출제재 등을 보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생산기지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식량안보와도 맞물려 있는 만큼 관계당국의 관심이 너무나도 아쉽다.
올해로 정부가 지원해온 골든시드프로젝트가 마무리된다. 정부의 종자산업 투자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농업분야 R&D 예산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소재부품장비산업 분야에 정부의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종자야말로 농업의 소재부품장비가 아닌가. 종자산업이 자본만을 투자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업종이 아닌 시간 투자가 최우선돼야 하는 산업인 만큼 장기적인 지원이 가장 관건이다. 10~15년 투자해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연구를 무산시키면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골든시드프로젝트(GSP)의 일몰을 앞두고 그나마 가졌던 종자산업에 대한 관심마저 사라져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먹거리 확보와 수출종자 육성, 안정적인 해외 생산기지 확보 등 종자강국을 위한 정부의 정책입안이 신중히 이뤄지고 관련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고 본다.
작게는,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 씨드밸리 입주 기업에서 시험연구 면적이 부족한 회사들이 있다. 근처의 사용하지 않게 된 비행장 건설부지를 종자시험·생산을 위한 곳으로 분양·임대해 달라는 요청을 공동으로 하고 있지만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쉼 없는 ‘자전거경영’을 설파하신 적이 있다. 이제 회사의 규모와 체계가 달라졌다. 아시아종묘의 새로운 모토는 무엇인가.
본사, 연구소, 공장에서 늘 ‘세계인의 먹거리를 우리의 정성과 노력으로 만들어가자’고 말한다. 우리 씨앗을 통해 농작물을 생산한 농가들이 제값을 받고 도시 소비자들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기능적이고 농사짓기 편리한 복합내병성 품종들을 출시해서 도시와 농촌에 도움 되고 인류 건강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코스닥 상장기업이 된 만큼 우리의 많은 부분이 오픈되므로 이에 걸맞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타 업종과의 협업을 통해 윈윈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에 새롭게 관심을 두고 있다.
또한 씨드머니를 축적해 농업벤처캐피탈의 역할도 하고 싶다는 바램이 있다. 가능성 있는 농업 스타트업에 투자해 그분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면 매우 보람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