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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분석

[기획&연재] “과수원은 지금 ‘입제’가 필요하다”

②PLS에 발목 잡힌 토양살충제

사과밭에 값싼 입제 2~3회만 뿌려주면
손쉽게 나방 밀도 낮춰 한해농사 ‘수월’
PLS 시행 이후 입제 사용은 ‘화중지병’
농가 불편해소 위한 농진청 대안 절실


“해마다 사과밭 토양해충 방제제로 사용해왔던 입제를 더 이상은 살포할 수 없다니요.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경북 영주에서 사과밭을 일구고 있는 강씨(58세)는 매년 이맘때쯤 토양살충제(입제)를 구입해 2000평의 사과밭에 골고루 뿌려준 뒤 토양과 잘 섞어주는 작업을 반복해 왔다. 겨우내 땅속에서 월동하다 깨어나는 심식나방 등의 토양해충 밀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토양살충제(입제)를 사러 관내농협에 들렀다가 헛걸음만 했다. PLS 시행 이후 어떠한 입제 제품도 사과밭에 사용할 수 없다는 방제처방사의 설명과 만류가 너무나 황당하더라는 반응이었다.


토양살충제는 잔류걱정 없고 효과 우수
그동안 대다수의 사과재배 농가들은 매년 3월과 5월 하순, 7월 하순 쯤에 2~3회 정도 토양살충제(입제)를 뿌려주고 토양과 잘 섞어주면 나방 밀도가 낮아져 한 해 동안 나방 방제에 그다지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러나 PLS 시행 이후 과수에 등록된 토양살충제가 없어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PLS 시행 이후 기존에 방제가 잘되던 나방들이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으며, 나방 밀도와 개체수가 많아지자 근거 없는 약제 저항성이 이슈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편승한 몇몇 제조회사와 농협, 시판상인들은 과학적, 학문적 근거가 부족한 나방 저항성을 전면에 내세워 고가의 신규제품 홍보 및 판매에 나서면서 원예용 살충제(경엽처리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 《본지 제89호(2020.2.10.) 1면 ‘나방 저항성 따라잡기’ 기사 참조》


“농진청 탁상행정이 ‘벽’…등록기준 긴요”
이러한 문제는 PLS제도 시행 주체인 농촌진흥청이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농약업계에 따르면 농진청은 토양살충제(입제)가 나방 방제를 위한 현실적인 방법이나 제품이 아니라는 탁상행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진청의 유권해석을 그대로 옮기면 “토양살충제(입제)로 해충을 직접 방제하는 것도 아니고, 농약관리법상 과수에 아직까지 그런 시험을 할 수 있는 기준이나 사례가 없는데다 실제로 방제가 되는지도 확인이 쉽지 않기 때문에 등록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과수농가 토양살충제 등록·사용 요구 팽배
그러나 농약제조회사나 과수 재배농가들은 농진청의 유권해석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동안 과수 재배농가들이 토양살충제(입제)로 사용해왔던 여러 제품들은 과수에 등록되지 않았을 뿐이지, PLS 시행 이전에는 토양 및 작물 잔류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더러 값싸고 손쉽게 나방 밀도를 줄일 수 있는 효과 좋은 제품으로 각광받아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농약제조회사들은 PLS 시행 이후 과수 재배농가들로부터 과수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토양살충제를 개발해 달라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농약제조회사들은 ‘농진청의 벽’에 막혀 아무런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농약업계 전문가들은 “농진청은 과수 재배농가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요구하는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귀기울여야 한다”며 “농약관리법만 운운할게 아니라 현실적인 나방방제체계를 확립해 농가에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무런 문제없이 손쉽게 병해충을 방제할 수 있는 토양살충제(입제)를 지나치게 법과 제도로 얽어매 오히려 병해충을 유발시키는 결과를 만들어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또 다른 농약전문가는 “모든 병해충은 토양에서 유래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최근 살충제는 물론이고 살균제도 입제 등록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는 말로 농진청의 미온적 태도를 꼬집었다.


“잔류걱정 없는데…사용해도 무방?”
15년 전 농약회사를 나와 경북 포항에서 시판상을 운영하고 있다는 최씨(52세)가 전해주는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안타깝다. 최씨는 “최근 코로나19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사과밭 토양살충제(입제)를 구입하려고 직접 찾아오는 농민들이 많아졌다”면서 “PLS 이전에 토양살충제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농민들은 판매기록제까지 설명하면서 토양살충제(입제) 사용을 만류해도 막무가내로 떼를 쓴다”고 어려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