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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의 農 에세이] ‘앎’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앎이란 무엇인가
옛날 옛적, 진시황이 수많은 책을 불태우고 선비들을 땅에 묻어 죽였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었던 이 사건을 일컬어 ‘분서갱유(焚書坑儒 ; 책을 불태우고 유학자를 묻어 버림)’라 한다. 그때 시황제가 했다는 ‘썰’ 한 토막(어디까지나 ‘설’일 뿐이니 오해 마시길). 

 
“번지르르한 책속의 말들을 아이디어라 주장하는 무리들에 지쳤다. 내가 이 책들을 다 어떻게 읽겠는가, 최대한 줄여서 핵심만 가져 오라.”


나름대로 학식 있다 하는 이들이 밤을 새워 줄이고, 줄이고, 또 줄여서, 한 줄로 압축을 한 뒤, 이 세상의 모든 책들이 말하는 요지를 이렇게 정리했다고 한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한 가지 더, 시황제가 ‘당대의 모든 책을 불태운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몇 가지 예외를 두었다(이것은 ‘썰’이 아니라 역사적 기록이요, 팩트다).

‘의약과 점복 그리고 농업에 관한 책들은 태우지 말라.’
잔혹한 진시황마저도 하나는 알고 있었으니, 곧 일상에 필요한 실용서적의 중요성이다. 그 실용서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농업에 관한 책이었다.


#앎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한국 현대 농업의 아버지라 불리는 우장춘 박사는, 나이에 따른 앎의 과정을 이렇게 정리했다.
‘20대는 이각형, 30대는 삼각형, 40대는 사각형, 50대는 오각형… 그렇게 원형으로 다가가는 게 인생이다. 20대 때는 이분법적으로 생각하고, 30대 때는 삼각형으로, 40대 때는 사각형으로 모나게 살다가 50대에는 오각형, 60대에는 육각형으로 점차 원형에 다가서면서 다방면의 원리를 이해하게 되고, 결국 죽음에 이르러 원형이 되는 게 인간의 앎이다.’
우 박사는 이를 반대로도 이야기했는데, “20∼30대에 원형적 사고로 둥글둥글해지면 청년이라 할 수 없고, 50~60대까지도 여전히 모나게 사는 인간들은 얼마나 어리석은가”라고 애석해 했다는 것이다. 앎이란 결국 경험을 통해 진화하며 그것이 진정한 앎이라는 썰. 

 
#앎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저기 멀리서 개가 짖으면 왜 짖는지 알게 되고, 산 너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그 빛깔만 보고도 무엇을 태우는지 알게 되고, 바람이 불어오면 그 방향과 세기와 온도를 느끼면서 작물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게 될 때, 비로소 농사가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농사를 제법 안다고 하는 사람의 말이다. 앎이란 그리 간단한 게 아니라며 그는 자기 농장의 세 가지 원칙을 들려주었다.

“우리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첫째, 기본에 충실하고, 둘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셋째, 즉각 행동해야 합니다.”


그가 아직 죽음의 문턱에 이르지 못하였으니 농사를 온전히 안다고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앎의 원형에 가까이 다가갔음을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사실 앎의 완성은 없다. 지금처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시대에는 더욱 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이가 없다. 그러니 안다고 자신하는 이를 의심하게 되고, 알았다고 확신하는 자신마저 의심하기 일쑤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해야 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며, 알았다고 생각될 때에는 즉시 행동에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