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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분석

[톱니바퀴로 맞물린 ‘PLS'와 '농약판매기록제'] 농약업계엔 ‘윤활제’가 필요하다

PLS제도 시행이후 농약시장 ‘급랭’
등록시험비용 부담은 갈수록 ‘태산’
‘농약판매기록제’…또다른 시장규제
“접근방식·제도보완대책 마련 시급”

 

PLS(농약허용물질관리제도)와 ‘농약 안전관리 판매 기록제(이하 판매기록제)’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농약업계 전반에 심각한 몸살기운이 감돌고 있다. PLS로 인해 농약 매출은 급감하는 반면 등록시험비용은 갈수록 늘어나는데다, 판매기록제는 농약제조업계와 판매업계에 ‘규제를 위한 규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다양한 농약의 개발과 사용에 따라 잔류기준이 없는 농약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방안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에 ‘잔류허용기준이 없는 경우 작물에 일률기준 0.01ppm(농약 불검출 수준)을 적용’해 농산물의 먹거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가 PLS이자 도입·시행의 배경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2018년까지는 안전사용기준을 위반했더라도 잔류허용기준을 CODEX기준, 유사농산물 최저기준, 해당 농약의 최저기준을 적용했으나, PLS가 본격 시행된 올해부터는 안전사용기준을 위반하거나 미등록 농약을 사용할 경우 일률기준(0.01ppm)을 적용받아 힘들게 생산한 농산물을 사실상 폐기처분해야 하는 만큼 농업인들은 피해 예방을 위해 농약안전사용기준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농진청은 이러한 식약처 방침에 따라 농업인들의 농약사용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소면적 작물을 중심으로 농약 품목별 적용대상작물에 대한 직권변경등록을 실시하고 있다. 농진청은 이를 위해 지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2~3억원의 예산을 들여 작물별 농약잔류시험을 시작한 이래 2013~2017년에는 연간 25~30억원, 2018년에는 127억원을 투입해 182개 소면적 작물에 대한 농약품목 직권변경 등록시험을 실시했으며, 올해에도 120개 품목에 대한 등록시험을 이어가고 있다.

 

PLS 본질 벗어난 규제 일변도가 문제
문제는 PLS의 본래 취지만 놓고 보면 농산물에 대한 작물별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해 먹거리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적용대상작물 및 병해충에 등록되지 않은 농약을 판매(농약제조회사·판매인)하거나 사용(농업인)하면 범법행위가 된다는 것으로 이해 또는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현재 PLS는 농약제조업계와 판매업계가 감당하기 힘든 규제로 작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농업인들 역시 한동안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물론 PLS 시행목적 및 배경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겠으나 오로지 농산물의 안전성 확보에만 초점을 맞추는 식약처의 시각이나 적정한 여과장치도 없이 일방적으로 편승하다시피 하는 농진청의 정책실행은 현재 여러 문제점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 PLS와 함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판매기록제는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할 만큼 필요 이상의 규제로 받아들여지면서 다시금 살펴볼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농약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농약업계 및 농업인 등 농업환경을 감안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식약처와 농약에 대한 재인식이 부족한 일부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에 떠밀린 농식품부와 농진청이 현실과 괴리감이 많은 정책을 입안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라고 풀이했다.

 

동일품목도 제형에 따라 적용 각각
우선 PLS는 시행 이후 본질을 벗어나 왜곡·변질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약 품목별 적용대상작물 등록여부를 기준으로 적용대상이 아닌 농약을 판매했을 경우 판매인에게 과태료를 물리고, 농업인에겐 생산된 농산물을 폐기처분 시키는 제도로 받아들여지면서 농약 판매상이나 농업인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특히 동일한 성분이라도 제형에 따라 품목별로 적용대상작물 및 병해충이 등록되어 있지 않을 경우 판매자 및 사용자는 과태료 및 농산물 폐기를 해야 하는 형편이다. 가령 ‘아족시스트로빈’의 경우 제형이 ‘액상수화제’냐 ‘수화제’냐에 따라 어떤 품목은 문제가 없고 또 어떤 품목은 위법이 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아족시스트로빈 액상수화제’와 ‘에마멕틴벤조에이트 유제’의 경우 동일 품목인데도 제조회사별로 적용대상작물 및 병해충을 달리 적용함으로서 제조회사별로 각각의 적용대상작물에 대한 확대시험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PLS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개별 주성분만으로는 해당 적용대상작물 및 병해충에 등록되어 있더라도 이들 품목의 혼합제인 경우는 단제와 다르게 적용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아족시스트로빈 액상수화제+테부코나졸 수화제(유제)’나  ‘아족시스트로빈 액상수화제+테부코나졸 액상수화제’를 꼽을 수 있다.

 

MRL 설정기준도 ‘모순덩어리’
현재 설정되어 있는 MRL에서도 모순점을 보이고 있다. 식약처의 ‘식품 농약잔류허용기준’ 책자에 따르면 ‘프로사이미돈(Procymidone) 수화제’의 경우 엽채류는 잔류허용기준치를 0.05ppm으로 설정해 놓고서는 당연히 ‘엽채류’로 분류되는 상추, 양상추, 청경채의 MRL은 5ppm으로 돼있다. 그러나 농식품부와 농진청은 이러한 모순에 대해 납득할만한 명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현재 농진청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소면적 작물에 대한 직권변경등록시험의 개선점은 없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농진청은 지난해 182개 작물과 올해 120개 작물의 직권변경등록시험을 위해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이들 작물 중에는 농약품목등록을 위한 약효·약해시험 및 잔류시험이 불필요하거나 굳이 필요한지를 따져볼만한 작물들도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약제조회사에서 등록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현재 직권변경등록시험이 진행 중인 소면적 작물 중에는  어수리, 익소라, 방아, 라벤더, 마카 등 이름도 생소한 작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이들 작물은 재배면적도 파악되지 않을 정도고 실용성 면에서도 전혀 불필요해 보이지만 품목당 3000만원에서 5000만원씩 들여가며 굳이 시험을 해야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 스스로 모든 농산물에 PLS 제도를 실시한다는 방침을 정해놓다 보니 그 명분에 사로잡혀 합리성이 부족한 작물들도 적용대상작물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라며 “농약회사들이 돈도 안되는 소면적 작물에까지 적용확대를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농진청이 대신 직권등록을 해주면 농약회사로서는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더라도 조금은 과하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힘들다”고 거들었다. 그는 덧붙여 “사실상 PLS 시행 이후 CRO(시험연구기관)들만 살판난 것 아닌가 싶다”는 쓴웃음을 지었다.

농약업계 몇몇 관계자들의 지적을 종합해 예로 들면 “가령 방아 잎에 A농약을 등록한 후 B농약도 등록해 달라하거나 제조회사에서 왜 우리 품목은 소면적작물 적용확대 시험에서 제외되었는지 등의 컴플레인을 제기하면 농진청은 무한정 시험을 확대할 것인지를 묻고 싶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농업인들이 재배하고 있는 작물이라도 재배면적이 미미하고 실질적으로 농약살포는 하지 않는 작물이 분명히 있을 텐데도 충분한 사전조사도 없이 시험만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농약관리법으로 판매기록제 대체가능
올해 7월부터 실시 중인 ‘농약 안전관리 판매 기록제’는 PLS와 맞물려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국내 농약시장에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농식품부와 농진청이 주장하는 판매기록제의 법률적 주요내용 및 기대효과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판매기록제의 주요내용은 우선 농약 판매업자는 농약 구매자의 이름, 주소, 연락처, 품목명(상표명), 판매일자, 판매량, 사용농작물명 등 7가지의 농약판매정보를 기록보존 하도록 하고 있다. 또 농약구매정보의 이력관리를 목적으로  농진청이 구축한 농약안전정보시스템 또는 이와 연관된 민간 농약판매 재고 프로그램을 이용해 구매자별 거래이력을 농약안전정보시스템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특히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판매기록제 시행에 따른 기대효과로 ‘해당 농작물, 병해충에 적합한 등록농약만 추천·판매하도록 유도해 부적합한 농약판매·사용 관행 개선’을 꼽고 있다. 


농약유통에 직접 종사하는 관계자들은 한마디로 ‘사람이 먹는 의약(제약)보다도 식물에 살포하는 농약의 관리시스템이 더 포괄적이고 까다로워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농약은 농협중앙회 계통구매 및 지역단위농협에서 50~60% 정도가 유통되고 있고, 나머지 절반 가량은 전국의 3500여 일반 시판상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연하면 현재 유통되고 있는 농약은 전국의 시판상들과 지역농협 구매담당자 및 방제처방사들의 오랜 경험을 통한 처방과 제조회사에서 제공하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농업인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기존 농약관리법상에도 안전사용기준 및 취급제한기준으로 적용대상 병해충 및 사용용도에 맞지 않게 판매·사용할 경우 규제할 수 있게 되어있다. 다시 말해 기존의 농약관리법에서도 충분히 해당 농작물 및 병해충에 적합한 농약을 판매할 수 있는데도 멀쩡한 관련법을  외면하면서까지 굳이 판매기록제를 도입해 농약업계, 판매업계 및 농업인들에게 심각한 규제를 가해야 하는지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덧붙여 시판상들은 이달부터 7가지의 구매자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농약구매 농업인들의 ‘개인정보 이용동의서’를 받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인들의 각각을 들여다보면 소규모 경작농업인에서부터 기업농까지 다양한 농업인들이 존재하는데, 소규모 경작농민의 경우 농약 1~2병을 구매하기 위해 갖은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행위가 타당한지를 되묻고 있다.


농약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의 경우 전국민 의료보험이 적용되어 국민이 직접 혜택을 보고 또 거래내용 역시 철저히 관리되고 있지만, 농약의 경우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제조업자, 시판상, 농업인에게 규제보따리만 한가득 펼쳐 놓은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지적을 숨기지 않았다.
아무튼 PLS 및 농약판매기록제는 본격적인 시행시기가 2020년부터라고 보면 정부는 남은 기간 중에라도 다시금 제도의 필요성 및 접근방식,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농약업계에 번지고 있다. 

 
이은원 기자 |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