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순환 사회를 지향하는 다양한 제도와 정책 가운데 폐기물과 관련된 대표적인 것으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들 수 있다. 포장재(기타 복합재질 필름·시트형 포장재)를 생산하는 생산자가 의무적으로 이를 수거하고 재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 Extended Producer Responsbility)는 제품생산자가 제품 설계에서 제조, 사용의 전 과정에 걸쳐 친환경적으로 대응하도록 유인해서 감량과 재이용, 재활용을 촉진하려는 제도로서 2002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하여 2003년 1월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도입했다.
2003년부터 시행해온 EPR은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제품 내지는 포장재에 대해 재활용 강제를 통해 자원의 소비량을 최소로 줄이거나 재활용을 최대로 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 과정에서 해당 제품과 포장재 등에 대해 최적의 방법으로 수거, 재활용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생산업자가 부담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합성수지 포장재를 사용하는 업체 중 연간 매출액 10억 원 이상 포장재의 연간 출고량이 4톤 이상인 경우, 제품에 사용되는 포장재의 일정비율(당해년도 재활용의무율)을 의무적으로 재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재활용의무생산업체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6조(제조업자 등의 재활용의무) 제2항에 의거 농수산재활용공제조합에 재활용분담금을 납부하여 재활용의무율 달성을 이행하며, 공제조합은 업체가 납부한 재활용분담금을 재활용업체 지원 등 재활용의무율 달성을 위해 사용토록 하고 있다.
EPR은 자원 낭비 막고 재활용 촉진 목적
지난 2013년 이전까지 유기질비료(퇴비포함)의 합성수지 포장재는 일반플라스틱폐기물로 분류되어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이었고, 감면규정을 적용받아 업체 평균 약 28만 원 정도의 소액 부담금만을 납부해 왔다. 그러나 2013년 말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의 개정(2013.11.23.개정, 2014.1.1.시행)으로 유기질비료(퇴비포함)의 합성수지포장재가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대상 품목으로 편입되면서 재활용의무율에 따른 재활용분담금을 부과 받게 되었으며, 폐기물부담금 대비 10배 이상의 재활용분담금을 납부하게 됐다.
폐기물부담금의 경우 연매출액 20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감면과 재활용 원료 사용에 대한 감면이 있었으나, 합성수지포장재는 EPR로 전환되면서 감면에서 제외되어 납부 금액이 폭증했다.
현행법상 재활용분담금 면제기준은 ‘연 매출액 10억 원’이거나 ‘포장재의 연간 출고량 4톤’으로 설정하고 있다. 상당수의 유기질비료업체는 EPR 대상 업종과 무관한 양계·양돈 등 축산 겸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현행 법률은 EPR 무관 업종분의 매출액을 합산한 ‘연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관계로 과다한 재활용분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비합리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EPR제도는 법률 개정(2013.11.23.)에서 시행(2014.1.1.)까지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져 예고기간 및 법률 시행 후의 통상적인 적응기간을 통한 충분한 사전 고지 및 교육이나 홍보도 없이 갑자기 시행됨으로 인해 폐기물부담금의 10여배에 달하는 재활용분담금이 부과되었고, 인지가 안 된 상태에서 미처 납부하지 못한 업체의 경우 분담금의 약 5배에 해당하는 부과금을 떠안았다.
이처럼 합성수지포장재의 갑작스런 EPR 대상 품목 편입 과정에 대한 불충분한 해명, 불분명하고 비합리적인 재활용의무율과 분담금 산출 근거에 대한 끈질긴 저항감, 높은 재생 원료 사용율과 재활용율, 갑작스럽게 증가한 과도한 경비 부담에 따른 재정 운용과 경영 적응에의 타격 등으로 인해 집단적인 납부 거부 및 부과금부과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제기 사태를 야기했다.
시장거래품목’…EPR 대상에서 제외
분담금 면제기준 대폭 상향조정 절실
농산업계 경영악화…“분담금 최소화”
정확한 실태파악…개선책 마련 시급
EPR제도는 재활용의무 대상 제품이 시장을 통해서 원활하게 수집, 재활용되지 않아 여러 가지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비시장거래 품목을 대상으로 재활용 촉진을 위해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시행하게 된 제도이다. 그러나 유기질비료의 포장지처럼 시장에서 환금성을 가지고 예전부터 활발하게 거래되어 재활용되고 있는 시장거래품목에 대해 충분한 사전 고지 및 설명없이 EPR대상 품목으로 편입되고 추가로 재활용분담금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정서적 저항감이 매우 크게 작용하여 집단적으로 납부 거부 사태를 불러왔다.
유기질조합은 이에 따라 부과금 부과의 법적 근거인 ‘자원재활용법’ 제29조 제1항 ‘제16조에 따른 분담금의 산정기준, 납부절차, 그 밖의 필요한 사항은 조합의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 이에 2016. 11. 2. 서울행정법원이 헌법재판소로 위헌여부제청을 최종 결정했다.
합성수지포장재 EPR 편입 근거 부족
합성수지포장재는 2013년까지 일반플라스틱폐기물로 분류되어 있었고, 이에 따라 폐기물부담금을 납부하여 왔으나, 정부는 2013년 말(11.23.) 갑자기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하면서 EPR 대상품목으로 편입시키게 된 이유 및 사유에 대한 어떠한 설명 및 교육도 하지 않았다. 사전고지가 없는 가운데 전혀 예상치 못한, 납득할 수 없는 엄청난 재용분담금(약 490만원)을 부과받게 된 업체로서는 당연히 이에 대한 타당한 근거 및 해명을 요구했으나 납득할 만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합성수지포장재의 EPR 대상 품목 편입은 형평성과 평등성에 맞지 않는다. 보편적인 정서와 법 제정 논리상으로도 환경오염의 위험성이 있어 환경부담이 큰 폐기물에 대해서는 국가적인 정책과제로서 지속적인 노력과 비용을 투입하여야 하는 해결 과제인 것이며, 반면 환금성이 있어 자율적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높은 재활용율(95%이상)을 달성하고 있는 가운데 환경오염의 위험성이 적은 합성수지포장재는 관련 법률 제정 시에도 이를 충분히 고려한 신중한 접근의식이 필요하나 아무런 설명 및 사전 고지없이 날치기식 법률 개정 강행(2013. 11.23. 개정, 2014.1.1.부터 시행)과 함께 오히려 막대한 처리비용을 부과케 하는 것은 법 제정상의 형평성과 평등성에도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반면 폐기물처리에 필요한 폐기물부담금의 경우 연간매출액 30억원 미만은 전액 감면해 주는 등의 면제기준이 2016년까지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관련 규정을 재차 개정하여 2018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처리가 시급한 환경오염의 위험성이 큰 폐기물을 무방비상태로 계속 방치해 두겠다는 것으로 합성수지포장재의 날치기식 EPR 편입과는 너무도 다른 안이하고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EPR제도의 근본적인 취지와 목적은 재활용을 촉진하여 자원의 절약과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것인데 이미 재활용율이 거의 100%에 달하고 환경오염의 위험성이 거의 없는 합성수지포장재를 타당한 이유와 명분도 없이 EPR대상 품목으로 편입한 것은 EPR제도의 근본적인 취지와 목적과도 맞지 않는 모순성을 가지고 있다.
EPR 정착위한 정부의 주도적 역할 필요
정부의 역할 또한 너무나도 미비한 상황이다. EPR제도가 자원의 낭비를 막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시행하게 한 제도라면 당연히 정부가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옳다. 정부는 그러나 법 개정 후(2013.11.23.) 지금까지 뒷짐만 진 채 대리인으로 공제조합을 설립케 하고 아무런 정책 효과나 법 개정 취지에 대한 설명 및 설득없이 마구잡이로 재활용분담금만을 강제로 거둬들이는 등 정부가 해야 할 역할과 부담을 전부 공제조합에 떠넘기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정부의 수수방관하는 태도로 인해 재활용분담금의 용처와 사용 행태에 대해 문제가 불거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다루어지는 상황이 되었으며, “환피아들의 지상낙원 순환자원유통센터”라는 제목(한정애 의원 국정감사 보도자료)으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기도 했다.
“EPR 대상 품목 제외”…감면기준도 개선
합성수지포장재는 법률적인 규제 없이도 예전부터 환금성을 가지고 활발하게 자율적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재활용시장이 안정화 되어있고 원활하게 운용되고 있는 품목인 만큼 EPR대상 품목에서 반드시 제외되어야 한다.
아울러 EPR제도에 대한 안정적 정착 및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연매출 20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감면책 도입 및 시행이 절실하며, 재활용분담금 감면기준 중 출고량 기준을 현행 4톤에서 30톤으로 확대해 매출액기준과의 차이 해소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포장재 원료의 일정 비율(예: 80%)을 재활용원료로 사용할 경우 재활용분담금을 감면하고, 재활용분담금 감면기준 중 매출액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중소기업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 특히 분담금 부과 대상에서 EPR 대상 업종 이외의 양계·양돈업 등의 매출액은 제외한 분담금만을 부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