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
복숭아탄저병, 어린 과실 초기감염 늘고 있다
이상기후와 함께 노지작물 곰팡이·세균병 집중 발생
국내 복숭아병 2009년 20종→2023년 29종으로 늘어
예측 어려운 ‘도깨비장마’ 병 발생 유리한 환경 만들어
어린 과실 탄저병 감염, 세균구멍병으로 오인 주의
핵과류 병 공유, 매실→자두·살구→복숭아 순서 감염
복숭아 탄저병균수 2종에서 최근에는 5종 이상 확대
프루티콜라 보다 강력한 피오리니아에로 우점종 바껴
내 과수원 주요병해 초기발생일, 피해율 데이터 확보
2020년대 들어 이상기후와 함께 예전보다 늘어난 복숭아 탄저병의 발병 양상이 농가와 전문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5일 경주에서 개최된 ‘2025 농업기술박람회’에서 경북복숭아수출농업기술지원단 등이 마련한 ‘복숭아 수출 촉진을 위한 병해 방제 및 수체 관리 기술’ 심포지엄에서 백창기 단국대 바이오융합대학 환경원예학과 교수는 ‘고품질 과실 안전 생산을 위한 병해 방제 전략-복숭아 탄저병을 중심으로-’을 발표했다. 국내 복숭아에 발생하는 곰팡이병(14→16), 세균병(2), 바이러스·바이로이드(4→11) 등은 2009년 20종에서 2023년 29종으로 늘어났다. 국외도 마찬가지로 2015년 26종에서 2022년 51종(곰팡이 33, 세균 4, 바이러스 14)으로 늘었다. 백 교수는 “2020년대 들어 집중호우, 연속된 강우 등 이상기상에 따라 다양한 노지작물에서 곰팡이병, 세균병에 의한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여 농가가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 병해 중 탄저병은 고추, 사과, 복숭아, 감 등 다양한 노지작물에서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도깨비 장마’라고 불릴 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형태의 장마도 병 발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탄저병이 심각했던 2023년 경북 청도군의 강수량을 보면 5~8월 강수량이 많았으며 탄저병 주요 발생시기인 6~8월 감염에 알맞은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잦은 강우로 인해 방제용 약제 살포시기를 놓친 것도 탄저병 확산의 원인이 됐다. 청도군의 역대(2016년~2023년) 강우일수를 보면 6월부터 평균 10일을 초과하고, 2023년 7월의 경우 약 16일을 기록했다. 4~8월간 강우일수는 2021년 56일, 2023년 53일 등이며, 다른 해에는 50일 미만이었다. 복숭아 탄저병의 특징은 과실에 주황색 분생포자를 형성해 과실이 함몰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발생하는 복숭아 탄저병의 병징은 여러 개의 병반, 다량의 분생포자, 물방울처럼 형성되는 포자퇴 등이 특징이다. 백 교수는 예전보다 이르게 발병하는 현상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2021년 5월 무대재배 복숭아 농가에서 탄저병 증상이 발생해 10% 이상의 감염률을 보였고 6월 이후에 전체 과수원에 번져 큰 피해가 났다. 2024년은 전남지역에서 어린 과실에 탄저병이 발생했다. 과거에는 어린 녹색 과실엔 탄저병 감염이 잘 되지 않고 당도가 올라가면서 비로소 병원균에 감염되었는데 이제는 탄닌성분에도 불구하고 탄저병에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 시기에 발병하는 복숭아 병인 세균구멍병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어 세심한 관찰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균병인 세균구멍병과 곰팡이병인 탄저병은 적용약제가 다르므로 더욱 구분이 필요하다. [사진1] 복숭아 등 핵과류가 병을 공유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매실→살구·자두→복숭아의 순서로 감염되곤 한다. 매실을 먼저 따고 나서 강우 등으로 그 줄기를 통해 복숭아로 병이 확산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복숭아 탄저병의 다발생 원인은 잦은 강우와 고온, 과원 내 다량의 전염원이 월동체에 상존하는 환경 등이라고 밝혔다. 비용절감을 위해 소형 봉지를 이용하거나 동계방제 미실시, 과원 바닥의 미흡한 청결성도 원인이 된다. 적정시기에 살균제 살포가 어렵다거나 동일 계통 살균제의 반복 사용도 발생 원인이 될 수 있다. 백 교수는 병원균을 정확하게 진단·동정하는 것이 탄저병 관리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병균의 종이 다르면 생육온도부터 살균제에 대한 감수성까지 다르기 때문에 병원균에 대한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200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복숭아 탄저병균은 2종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 는 최소 5종 이상의 탄저병균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도 우점하는 종이 생겼는데 85% 정도가 피오리니아에(C. fioriniae)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숭아 탄저병 수집균주 동정 및 지역별 우점종 분석 결과, 전남 화순이나 경북 상주에서 피오리니아에가 압도적으로 나타났으며 충북 옥천이나 강원 춘천의 경우 절반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피오리니아에는 프루티콜라(C. fructicola)보다 병원성이 더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와 함께 탄저병균 우점종의 변화까지 탄저병의 피해를 늘리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습실시간 및 온도에 따른 병 발생 양상 분석과 감염 한계기 및 감염중단한계기분석에서도 피오리니아에가 프루티콜라보다 병 발생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병원균의 월동처에 대한 방제도 중요하다. 살균제의 살포프로그램에 대한 점검도 필요한데 방제시기와 방제용 약제의 선정이 핵심이다. 기존에 사용했던 살균제 중에서 효과가 미미한 것은 없었는지 검토하고 작용기작과 일반명, 단제·합제 확인도 필요하다. 복숭아 탄저병 방제용 살균제는 102종(전착제 4종 포함)이 등록돼 있는데 작용기작이 한 곳에 치우쳐 있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제위주로 사용할 경우 다음에 어떤 약제를 쓸 수 있는지 판단할 때 유리한 면이 있다. 한편, 복숭아 탄저병균 방제용 살균제에서 합제가 42%를 차지하는 등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향후 합제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2024년 충남 공주시에서 경봉 품종 등의 탄저병균을 수집해 실험실 기내에서 4종 살균제의 효과를 검정한 결과 작용기작별 균사생육억제 효과에 차이가 나타났다.[사진2] 복숭아에서도 작물보호제 체계처리의 이로운 점이 두드러진다. 백 교수는 농가가 기본 방제력을 운영하고 긴급방제, 추가 살포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일부 살균제에 치중하는 것보다 다양한 살균제를 활용해 약제저항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11월 이후에는 월동기 방제를 통해 월동중인 병원균의 밀도를 줄여야 한다. 살균제 살포프로그램에 병해 발생률을 조사, 추가한다면 차년도 방제 프로그램을 구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일례로 전체 과원 중 10~15그루 나무를 선정해 탄저병, 세균구멍병, 잿빛무늬병 등으로 병든 과를 조사해 적용하는 방법 등이다. 최소 2~3년의 살포프로그램, 주요 병해 초기발생일, 피해율의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내 과수원에 맞는 살포프로그램의 발굴과 개선 운영이 가능하다. 과수원에서 발생하는 주요 병해 원인균에 대한 약제저항성 유무 조사도 탄저병 다발생 과수원의 경우 더욱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또한 과수원 내 이병 잔재물 제거로 병원균의 밀도를 최대한 낮추고, 월동기 방제로 과수원 초기밀도를 낮추어야 생육기 방제가 수월해진다. 과수원 주변 이종 기주식물 제거와 생육기 동시방제도 진행한다. 재배 지형이나 농가의 방제 노력의 정도에 따라 병해 발생 양상이 달라진다. 작물 생육과 병원체 감염시기에 맞는 방제를 하고, 내 과수원의 주요 방제대상 선정에 따른 작물보호제 살포가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