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밭농업 기계화율은 56.3%에 머물고 있지만 2019년까지 7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올바른 정책 방향과 밭농업 기계화 도입과 발전 전략, 실용화촉진을 위한 산학연 협력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지난 10일 농업공학부 강당에서 ‘밭농업 기계 현황 및 발전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시험포장에서 ‘신개발 밭농업기계 연시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업기계학회, 대학, 산업체, 농업인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학술토론에서는 △밭농업기계화 정책 방향(조장용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장) △일본의 밭농업기계 개발과 실용화 정책(강창호 농과원 연구관) △밭농업기계화 연구현황 및 전망(전현종 농과원 연구관) △밭농업 기계화 발전 전략(김대철 전북대 교수) △실용화 촉진을 위한 산학연 협력 강화 방안(김경수 농기계조합 이사) 등 모두 5개 주제로 나눠 전문가 발표가 진행됐다.
연시회에서는 농촌진흥청이 새로 개발한 밭작물 트랙터 및 부착작업기를 비롯해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상용화된 고구마정식기, 비닐피복복토기, 잡곡파종기, 마늘파종기와 산업체에서 개발한 양파정식기 등 총 6대의 밭농업 기계들을 선보였다.
농업공학부 밭작물기계화팀 신설…연구역량 집중
이진모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원장은 인사말에서 “한중 FTA로 값싼 중국 농산물의 국내 시장 잠식을 막고 국내 밭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 절실하다”며 “농진청은 지난해 11월 밭농업기계화연구팀을 신설해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중 FTA는 ‘밭농업 FTA’가 될 것이라는 말처럼 중국 농산물이 저렴한 생산비와 운송비를 무기로 대량 수입될 경우 우리 밭농업 생산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농진청 밭작물기계화팀에서는 고구마를 비롯해 고추, 마늘, 양파, 배추 등 14개 주요 밭작물을 중심으로 기계들을 집중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각 작목별로 파종부터 수확까지 생산 전 과정을 기계화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또 여성친화형 농기계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파종·이식 기계화율 5.0%로 저조, 밭 기반정비 미흡
조장용 농식품부 농기자재정책팀장은 이날 밭농업기계화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밭작물산업은 다품목 소량 생산구조로 영세하며 수도작이나 시설 농업에 비해 생산기반이 취약하다. 또 농촌인구감소와 노령·여성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생산력이 감소돼 밭농업기계화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밭농업 기계화율은 56.3% 수준이나 작목 및 작업단계별로 기계화 수준이 크게 상이한 것도 어려움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작목별 기계화율은 감자 71.2%, 마늘 61.1%, 콩 61.0%, 무 58.6%, 양파 58.4%, 배추 57.5%, 고추 50.0%, 오이 47.4% 등이다.
정식 및 수확 작업의 노동강도가 높은데 이 부분의 농업기계 개발과 보급이 저조한 것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파종·이식의 기계화율은 5.0%로 매우 저조하며 수확 부분의 기계화율도 13.3%에 그치고 있다.
R&D와 실용화에서 밭농업 환경 및 시장수요를 반영한 기계 개발이 미흡한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기술과 자본력을 갖춘 제조업체가 채산성을 이유로 기술이전 밭농업기계 개발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정식기·수확기 등은 낮은 수익성으로 개발이 저조했다.
기계화에 적합한 재배양식이 보급되지 않아 밭기계 범용성이 낮고 이용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용수개발, 농로개설 등의 기반정비도 아직 전체 밭면적의 14% 수준으로 밭농업 기계화 인프라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밭작물 일관기계화에 10년간 200억원 지원 계획
이에 따라 주요 밭작물 주산지 중심으로 일관기계화 생산집적화 단지를 조성해 고능률 저비용 생산으로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파종부터 수확까지 작업단계별 밭농업기계 공급을 통한 일관기계화를 위해 올해부터 매년 20개소(개소당 국비 1억원)에 10년간 지원된다.
농기계 임대사업소 운영 내실화와 농기계 공동이용 확대, 여성친화형 농업기계 보급확대에도 적극 나선다.
2010~2014년 밭농업기계 개발에 1033억원이 투자됐으며 2016~2019년에는 1079억원이 투자될 계획이다. 농식품부, 농진청 등 정부 R&D를 통해 340억원이 지원되고 민간기업 R&D로 739억원이 신규 투자될 예정이다. 또한 최근 출범한 밭농업기계개발연구센터(경북대)는 밭농업 기계개발 R&D 장기지원으로 주요 작물별 단위작업 미래유망 핵심원천기술 확보를 목표로 2016~2023년 총 24억원이 지원된다.
주산지별 규모화를 위한 영농 인프라 구축사업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10ha이상으로 대상요건을 완화해 진행하고 있으며, 18만ha로 사업규모를 확대했다. 농기계 진출입로 정비, 밭 경지정리 등 밭기반 정비 추진도 2017년 12만4000ha, 2019년 14만2000ha를 목표로 잡고 있다.
주요 작목 기계화 로드맵 설정…고성능·범용화 추진
전현종 농과원 연구관은 밭농업기계화 연구현황 및 전망 발표에서 농기계 범용화·전과정 기계화, 기계화 적응성 품종·재배양식 표준화, 현장실증·보급확대를 강조했다.
밭농업 기계화율은 2000년 45.9%에서 현 56.3%로 10여년간 1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와 같은 밭농업 기계화 장애요인은 작목이 많고 재배양식과 재배방법이 다양하며 전체 밭면적 74만ha의 2/3가 7%이상 경사지로 농기계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갖고 있다.
농진청의 밭농업기계화 연구는 14개 작목에 대해 기계화 로드맵을 설정하고 기계화가 미흡한 파종·정식·수확기를 우선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전과정 기계화 및 규모별 기계화 모델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과정 기계화 기술개발은 콩(2007), 마늘·양파(2012), 조·수수, 고구마(2015) 등이 연구됐으며 감자(2016), 무(2017), 배추·고추·잡곡(2018~2019)이 진행되고 있다. 비닐피복용 정밀파종기, 고속정식기, 정밀방제기, 채소수확기, 도정기 등 기계화가 미흡한 현장애로 농기계도 개발중이다.
승용형, 복합형, 여성친화형 농기계 개발과 기개발 농기계의 범용화 기술 개발을 통해서도 밭농업 기계화율을 높여가고 있다.
농기계 공통핵심 애로기술 해결…공동연구센터 설립 제안
김경수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는 실용화촉진을 위한 산학연 협력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농기계 기술은 압축성장에 따른 반향으로 핵심원천기술에 대한 경험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품질 불안성, 내구성 저하, 선진기술로의 도약에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이는 개별기업이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므로 완성품업체와 부품업체의 협업을 통해 개발한 기술의 공유와 공동사용으로 업계의 중복투자를 지양하고 자동차, 건설기계, ICT분야의 기술 접목에 의한 애로사항 해결노력이 있어야 한다.
농기계 분야의 공통핵심 애로기술 해결을 위해서는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향후 5년간 민간부담금 500억원, 정부 500억원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센터를 통해 기술의 융복합화, 부품의 전문화와 규모화, 농기계완성품의 품질제고 등을 뒷받침할 핵심기술개발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이날 연시회에서는 농진청이 개발하고 산업체에 기술 이전해 상용화 한 6종의 농기계에 대한 생산업체 관계자의 설명과 작업시연도 펼쳐졌다.
이은원 l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