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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

‘농기계 가격표시제’ 법률적 문제의 소지 보인다

‘농업기계 및 부품가격표시제 실시요령(안)’의 허점과 모순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기계 및 부품가격표시제 실시요령(안)’을 만들어 “국내에서 제조되거나 수입되어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농업기계와 ‘별표1’의 부품을 대상으로” 적용하려 하고 있다. ‘별표1’의 부품은 농업용 트랙터와 콤바인 등 총 7개 기종과 작업기(트랙터 작업기로서 농업용 쟁기와 로타베이터, 로더)의 1만원 이상 모든 부품을 말한다. 그런데 이 규정은 기획재정부 소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3조, 가격의 표시 조항의 위임행정규칙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현재 이 조항의 위임행정규칙은 종자가격표시 관리기준(농림축산식품부고시 제2014-53호) 등 4개가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행정규칙이란(경찰학사전) “행정기관에 의하여 정립되는 법규로서의 성질을 가지지 않은 추상적 명령이다. 이는 행정조직내부관계에 의한 것이므로 일반국민의 권리, 의무에 관한 것을 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고 있으며 “행정규칙의 성질은 준법규성설이 통설이다.” “한편, 행정규칙은 행정기관이 법령의 개별적·구체적 수권 없이 그의 직무권한의 범위 내에서 재량이 인정된 경우에 제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권리 의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할 수 없으며(사항적 한계), 법령과 상급기관의 행정규칙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법규상 한계), 규율목적에 적합(목적상 한계)해야 한다.”라고 한정짓고 있다.


결국 농식품부에서 제정하려고 하는 ‘농업기계 및 부품가격표시제 실시요령(안)’ 위임행정규칙은 해당하는 관련된 다른 법에 우선하지 않으며 이들에 의해 규정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표시제의 업종 결정권은 산업부장관에게 있다
현재 우리나라 물가, 가격에 관련된 최상위법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기획재정부)이며 여기에서 법의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한 가격표시의 주무장관은 기획재정부장관이다. 즉 기재부장관은 “소비자의 보호 또는 공정한 거래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물품을 생산·판매하거나 물품의 매매를 업(業)으로 하는 자 또는 용역의 제공을 업으로 하는 자(이하 “사업자”라 한다)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물품의 가격 또는 용역의 대가를 표시할 것을 명할 수 있”다.  


또한 기재부의 동 법률을 현장에서 실시하는데 필요한 제도로 산업부의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이 있다. 이 실시요령 내 표시대상품목(제3조)은 “별표1의 업종을 영위하는 점포로서 다음 각호…”로 되어 있다. 법에 의해 대상의 업종이 명확하게 제한되어 있으며 농기계는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업종을 포함시키려면 어떠한 방법으로든 산업부장관과의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에 따르면 가격표시제 실시에 관한 기본지침을 수립해 시행하려면 산업부장관은 가격표시제 실시에 관한 기본지침을 수립해 시ㆍ도지사 및 한국소비자원장에게 시달할 수 있(제13조)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동 실시요령 표시대상품목 별표1의 업종에 포함돼 있지 않은 농기계를 여기에 포함하려면 산업부장관과의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법률적인 내용만을 가지고 볼 때 여기에 관련된 내용을 농식품부의 고시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오류의 소지가 있다. 왜냐하면 별표1의 업종 결정의 권한은 산업부장관에 있기 때문이다.


농기계는 권장소비자가격표시 금지대상 아니다
농식품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기계 권장소비자가격의 폐기와 관련된 것으로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의 하위규정인 ‘공산품에 대한 [권장소비자가격 등]의 표시금지를 위한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 지정 기준’이 있다. 그러나 이 지정기준에서도 농기계를 권장소비자 가격표시 금지대상으로 규정해 놓고 있지 않다.


권장소비자 가격표시를 금지하는 경우는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상품에 권장소비자가격 등을 표시하여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고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로 보기”(제3조) 때문이다. 이 각호의 1은 농식품부의 관련 자료에도 적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장가격표시 금지 대상이 아닌 농기계의 현행 권장소비자가격의 표시를 농식품부의 고시에 의해 금하게 하려면 소관 산업부장관이 일정 절차를 거쳐서 해야 할 것이다. 제4조, 표시금지 대상품목의 선정·고시의 규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 왜냐하면 적어도 현재 농기계 사업자가 제3조의 부당한 행위를 판정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장관의 권한이 아님에도 지금과 같이 일정한 절차 없이 농기계가격을 제공하는 것을 금하는 것은 ‘공산품에 대한 [권장소비자가격 등]의 표시금지를 위한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 지정 기준’과 다른 것이며, 이는 결국 상위 ‘가격표시제 실시요령’,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과도 상치된다.


사실상 지금 농기계는 가격표시제 의무대상도 권장소비자가격표지 금지대상도 아니다. 이러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산업부장관과의 사전협의와 법에 의한 결정을 한 연후에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종적인 결정은 기재부장관과 협의해야 할 필요성도 보인다.


소비자기본법 표시기준에 가격도 포함돼 있다
한편  공산품 표시에 관련된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소비자기본법’이 있다. 여기에서는 거래적정(제12조)화를 위한 하나의 사항으로 표시의 기준(제10조)이 만들어져 있다. 여기에 “국가는 소비자가 사업자와의 거래에 있어서 표시나 포장 등으로 인하여 물품 등을 잘못 선택하거나 사용하지 아니하도록 물품 등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한 표시기준을 정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으며 1호에 상품명을 비롯해 가격도 포함되어 있다.


‘소비자기본법’ “제12조 제2항에 따라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업자의 부당행위의 유형과 기준을 지정함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가 하위 규정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부당한 행위의 금지에 대한 종류와 규정이 보다 상세하게 나와 있다(제3조). 또한 금지행위 판정은 이 법의 소관기구인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러한 판정 권한이 농식품부장관에게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적법한 절차 거쳐 문제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결론적으로 현재 농식품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업기계 및 부품가격표시제 실시요령(안)’은 관련된 법의 범위를 벗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보인다. 하위 “행정규칙의 성질은 준법규성설이 통설이다.”와 배치돼 오히려 하위 규정이 상위법을 지배하는 모습으로 비춰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농기계 권장가격의 표시를 금지하고자 한다면 먼저 기재부, 산업부,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금지해야 하는 사업자의 농기계가격을 둘러싼 상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즉 ‘공산품에 대한 [권장소비자가격 등]의 표시금지를 위한 사업자의 부당한 행위 지정 기준’ 제4조, 표시금지 대상품목의 선정·고시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아니라면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내 부당한 행위의 금지에 대한(제3조) 판단을 먼저 얻어야 할 것이다. 이 판단은 아마도 ‘소비자기본법’ 제23조, 소비자정책위원회의의 소관업무가 아닐까 여겨진다. 이런 다음 이를 근거로 권장소비자가격을 금지하는 것이 법적 절차의 올바른 순서가 될 것이다.


비슷한 논리로 가격표시제도 내에 농기계와 부품을 포함시킬 경우에도 관련된 부처와의 협의 이후에 상위와 관련법과의 배치 여부 등을 살펴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가격표시제 실시요령 별표 1의 업종에 농기계와 부품을 포함시키려면 산업부 장관과의 협의 후 결정, 일정한 절차를 거쳐 시행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농기계가격표시제가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반대로 농기계기업들이 정해온 권장소비자가격을 없애는 것 역시 그로 인한 파급이 크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현장 진단에 앞서 법률적인 차원에서 농기계가격표시제에 문제가 없는가를 살펴봤다. 그 결과 적지 않은 우려가 있다는 것이 나타났다. 따라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가 또 다른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은원 l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