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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순 칼럼

‘농약사고’ 책임…누구의 몫인가?

‘사고’ 부주의·오용 결과, 고유 안전성과 달라
자동차·총기사고 책임 제조 업체에 묻지 않아
문명 利器 보는 과학적이고 균형된 시각 중요

최근 한 인터넷 매체가 보도한 모 지자체의 ‘숲길 농약 살포’ 관련 기사로 업계가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한 지자체가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맨발 걷기 숲길에 맹독성 농약 살충제를 출입금지 조치나 사전 공지 등 안전조치 없이 무분별하게 살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논란의 기사로 인해서다.


군데군데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자극적 기사가 결국 농약 이미지 실추는 물론 시민들의 불안을 한껏 유발한 셈이 됐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해당 지자체가 그것도 시민들의 아침 활동시기에 고지 없이 농약을 살포한 점, 사용 관련 기본지침 등 관리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점 등 안전불감증이 놀랍다. 부실 살포를 자인했지만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국내 보급 농약의 독성현황을 도외시한 무성의와 무감각, 최악 위험성을 전제로 한 소비자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등 첨단 농업자재 효과를 오도케 할 수 있다는 점, 산업계가 가장 우려한 보도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아쉽고 유감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다.

 


서너 종의 금번 숲길 사용약제 중 1종이 보통독성일 뿐 모두 저독성약제임에도 ‘맹독성 약제’로 표기하는가 하면 ‘고농도 노출’시 신경계 이상 증상까지 동반하거나 ‘심한 경우’ 호흡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등의 워스트 케이스의 위험성을 한껏 부각했다. 고농도 노출시와 심한 경우를 가정했을 때 과연 안전한 물질이 있을까?


이뿐 아니다. 어독성 1급의 위험성을 시민 건강의 직접적 위협과 연계한 부분이나, 농작물 중 수확 14일 전 살포라는 PHI의 사용시기를 맹독성을 지닌 물질로 살포 후 14일간은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등 비과학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달라지지 않은 언론보도의 전형이랄까? 이런 류의 정보를 접한 독자들의 농업자재 인식이 어떨지는 명약관화하다. 농약의 진보와 소비자 인식 간의 괴리를 발생케 하는 ‘과학적 오류’의 본보기다.


맹독성이란 용어가 가져다주는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신, 공포를 생각하면 무엇보다 사실 확인이 우선이어야 했다. 비록 사실이라 해도 핵심은 오용에 기인한 사고이지 자재 고유의 독성 문제가 아니므로 문제제기 방식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굳이 1급 맹독성농약을 생활물질과 비교해 보면, 식중독균인 보틀리누스나 복어독, 광대버섯독과 같은 부류다.


반추해 보면, 국내 유일(唯一)했던 맹독성 농약은 솔잎혹파리 방제약제인 테믹입제로 산림청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해 오다 35년 전인 1991년 6월 모습을 감추었다. 그럼에도 보도에 따르면 맹독성농약은 여전히 존재한다. 소비자 머릿속에도 부지불식간 무서운 약으로 환생한다. 문제는 이런 부정적 인식은 종식되기보다 일정 기간 유지되며 여타 농약과 연계되기 십상이다. 산업계는 이런 방식의 순환을 가장 우려한다.


매체 의도를 모르는바 아니다. 허나 의도가 선하고 좋다 해도 결과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부정 파장이 큰 보도일수록 팩트와 절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용의 폐해로 모습을 감추기는 고효율, 이분해성, 저가의 장점으로 무장한 고독성 농약도 마찬가지다. 3년간의 유예를 얻어내기는 했지만 결국 지난 2011년 12월 모두 등록 취소됐다. 일반 국민은 물론 농업인도 그 유용성을 향유할 수 없게 됐다.


독성구분은 투여경로나 발현 속도, 급성강도에 따라 분류하게 되는데 특히 맹독성·고독성·보통독성·저독성의 독성구분은 ‘급성독성’ 강도별로 분류하는 것이어서 금번 숲길을 걷는 시민의 건강을 위하는 지적이라면 ‘맹독성 농약’ 표현은 더욱 아쉽고 큰 오류로 다가온다.


반면 농약 살포 중 노출경로인 경피(經皮), 경구(經口), 흡입(吸入) 중 경구와 흡입독성의 위험성이 훨씬 큰 만큼 시민들의 건강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의 근거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금번 사용 약제가 살포 중 가장 중독되기 쉬운 살충제라는 점에서도 살포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 벌레를 죽이는 메카니즘이 우리 인간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 농작물은 물론 특히 도심지에서의 농약 사용 작업은 더욱 보수적이어야 하며 사용지침을 간과하는 등의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차제에 올바른 관리 체계하에 농작물 안전사용은 물론 살포시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금번의 헤프닝은 올바른 사용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단순 사고이지 독성과 안전성 등의 농약 고유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사고가 대수롭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부분의 자동차나 총기사고의 책임을 제조업체에 묻지 않듯, 사고를 보는 과학적이고 균형된 시각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농약사고를 올바르게 평가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규제강화를 유도하여 기업은 물론 농가경제도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개발 과정에서의 고유 안전성은 제조업체의 몫이고 실제 정부에서 그 안전성을 엄격하고 철저하게 평가해서 등록해 준 정밀화학제품이 농약이다. 제2의 안전성이라 할 수 있는 올바른 사용 및 보관, 취급 등의 준수는 ‘사용자의 몫’이다. 문명 이기는 사용방법을 준수할 때 안전성이 담보되는 것임을 재차 강조하고자 한다.


과거와 달리 최근들어 ‘농약 이슈’가 대두되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모두의 희생과 노력 덕분이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산업계의 가일층 노력 위에 팩트에 기반한 절제된 보도가 더해진다면 농업의 약제인 농약을 보는 대중의 심리는 한층 안정궤도에 들어설 것이다.


인간사회의 병화(病禍)는 의약으로 대처하고 작물집단, 즉 농작물의 병화는 농업의 약제인 농약으로 대처해 인류 생존을 지키는 것이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의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서는 화학물질의 위험성과 한계를 배우고 익혀 잘 이용하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