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칼럼( 2025.01.01.), “제안된 개정 농안법은 ‘농망법(農亡法)’일까”에서 필자는 국회가 제안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과 재해대책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태도, 즉 농망(農亡) 4법이라는 발언과 재해대책법은 법 자체가 재해수준이라고 비판한 점을 우려한바 있다. 법이 시행되면 농업은 망한다는, 간담(肝膽)이 서늘할 정도의 협박성 표현을 공식화한 장관의 매우 잘못된 경솔함을 꾸짖었었다. 그리고 지도자의 덕목으로써 지혜를 바탕으로 하는 절제와 심모원려(深謀遠慮)를 권유했었다.
여전히 그 자세를 견지하고 있던 전임 농정의 수장을 이재명 정부에서 연임시켰다. 농림식품부장관의 유임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황당한 발언, 극단적 표현을 동원하여 반발하던 그 정책을 현 정부에서 수용하고 있다. 정 반대의 상황에 대한 장관의 입장이 묘하다. 왜냐하면 장관 유임 뒤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춰 쟁점 법안과 정책들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농망법’을 ‘희망법’으로 만들겠다고 말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장관의 태도를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반응은 관련된 수많은 사람, 조직과 단체의 반발이 만만하지 않음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정치에 관련된 논어의 몇 구절을 소개하고 싶다.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입니까”하고 물으니,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이다. 정치를 바르게 한다면 누가 바르지 않게 하겠는가(政者正也子帥以正孰敢不正)”라고 대답한다. 섭공(葉公)이 묻자, “가까이 있는 자들이 기뻐하며, 멀리 있는 자들이 오게 하는 것(近者說遠者來)”이라고도 말하였다. “지도자는 스스로 바르면 명하지 않아도 따른다(其身正不令而行)”라고도 말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요시하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민주공화적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적용하면, 농림축산식품부라는 정부는 농민(민중)에 의한 지배가 이뤄져야 하고, 이 과정에서 공공의 선, 즉 농민과 농촌공동체의 이익을 최우선 해야 한다. 정책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은 봉사자로서 농민들이 부여한 역할을 수행하고 농민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농업정책의 기본은 바로 농민(爲農人之政)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많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농업정책의 주요 내용을 대통령과 집권당이 결정하고, 집행을 장관 책임 아래 시행한다면, 만연한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니 새 정부 처음 내각 구성과 농민을 위한 정책 시행에 힘을 보탠다는 의미에서, 장관의 연임을 수용했으면 좋겠다. 연임하는 장관은 자신의 과오를 분명히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새로운 국정 철학에 기반한 농업정책의 개발과 시행에 백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더불어 농림식품부장관에게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농정의 주인은 농민이다. 소비자가 아니다. 5%의 농민들은 95%의 비농민을 위한 머슴이 아니다. 농민을 위한 농정(農政)이어야 한다. 둘째, 모든 농정의 기본 틀을 “기후 스마트 농업”에 두고 기존의 정책과 조직을 전면 쇄신하길 바란다. 미래농업의 기본적 구조와 내용을 잘 짜야 한다. 셋째, 중요 농업정책들이 나열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들은 제각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시행된다. 그러다 보니 숲의 차원에서 보면 비효율과 비효과가 심하다. 개별정책들을 수평적 통합차원으로 바라보고 통합해 나가야 한다. 넷째, 농촌 공간과 같은 허무한 이야기는 그만두고, 농민들의 실질적 소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어처구니 없지만 요즈음 신본주의(원시시대 무속(巫俗)을 포함한)에서 인본주의로 변했던 “르네상스”란 말이 떠오른다. 앞으로는 인본주의에 생태주의(ecocentrism)가 결합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변화무쌍한 미지의 세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현재의 비난을 딛고, 농민들이 바라는 성과를 이루며 장관직을 내려놓는 날, 박수를 받고 떠나는 송미령 장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