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잔디를 깎고 남은 부스러기인 예지물(刈芝物) 처리방안을 두고 업계가 여전히 민감하며 보다 현실적 근본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골프장의 잔디 예지물은 ‘폐기물관리법’상 ‘사업장폐기물’로 분류되어 처리 절차가 복잡하고 재활용이 제한적이다. 또 위탁처리시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데다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인 처리 규정 때문에 법적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는 등 이로 인한 골프장의 고충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행법상 잔디 예지물은 폐기물처리업자를 통한 위탁처리나 퇴비재활용을 위한 농가반출, 유역환경청 승인 후 퇴비화시설 설치를 통한 자체 재활용, 사업장 부지내 제초작업 후 풋거름(녹비)이나 잡초억제용 피복제 재활용, 처리 전 임시보관 창고에 보관하는 등의 합리적 처리방법이 있다. 그러나 여타 조건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대부분의 골프장에서는 많은 처리비용을 감수하면서라도 비교적 손쉬운 처리방법인 위탁처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평균 70% 정도의 골프장에서 그린, 티잉구역, 페어웨이, 러프 잔디 예지물을 위탁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처리비용은 평균 2500만 원 이상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전국적으로는 처리비용이 1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보관시설 부족이나 침출수 문제, 처리기간 제한 등 관리상 제반 어려움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일부 업체가 독점적으로 처리하면서 비용이 더 증가하는 문제도 나타나는 등 자원 선순환과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한국잔디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건의와 각 골프장 현장여건을 고려, 골프장 폐기물 보관기준을 합리화 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 시행(2024.12.27.) 하기에 이른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일선 골프장에서 제초, 전정, 이식 및 그와 유사한 작업에 의해 발생하는 초본류나 나뭇가지 및 그 부산물은 작업기간 내에 다른 사업장 일반폐기물과 달리 임시창고 등 별도의 시설에 보관할 필요 없이 사업장 내에서 합법적으로 임시 야적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완화, 허용한 것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낮고 작업 특성상 임시창고 보관기준을 준수하기 어려운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환경부의 규제개선 허용으로 읽혀진다.
물론 이 같은 규제개선 허용 조건이 하루아침에 출현된 것도 아니고 줄곧 요구된 업계 숙원사항이었음을 감안하면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며 업계는 반기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행위로는 잔디 예지물, 잔디 뗏장과 그 토사잔여물, 수목전지물, 에어레이션코어물 등(‘초본류’와 ‘나뭇가지’ 뿐만 아니라 ‘그 부산물’ 포함)을 대상으로 한 제초, 전정, 이식에 한정하지 않고 ‘그와 유사한 작업’에 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적시했다. 허용기간은 제초, 전정, 이식 등의 작업(공사)기간 중 또는 그와 유사한 여러 코스관리 작업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해당 작업을 마치기 전까지로 정했다.
비록 임시적 미봉 조치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의미에서 나름 평가하며 고무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원재활용 위한 예지물 ‘유기질비료화’ 절실
그럼에도 골프장 업계는 이에 그치지 않고 몇 가지 잔디 예지물의 유해성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예지물의 ‘유기질비료화’라는 근원적 대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첫째, 골프장의 잔디 예지물이 농약과 중금속 측면에서 환경친화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유기질비료로의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과 둘째, 골프장의 단위면적당 농약사용량은 일반 농가보다 절반가량 낮으며 검출된 농약도 저독성약제들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 셋째, 예지물 자체가 주로 유기물과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칼슘, 마그네슘 등 식물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도 포함하고 있고 중금속 함량은 유기질비료 기준치의 1/100 수준으로 환경오염 우려가 거의 없다는 점 넷째, 더욱이 잔류농약은 대부분 자연적으로 분해되므로 녹비는 물론 퇴비로 활용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유기질비료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예지물은 지난 2005년 비료관리법에 의해 유기자재 즉, 퇴비원료 가능물질로 지정, 고시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실제 현실적 어려움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오래된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따라서 부담 없는 예지물의 처리를 위해서는 유기질비료 원료로 지정 또는 등록하는 ‘유기질비료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골프장과 처리업자 공히 비용 부담 없는 상생이 가능하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자원 재활용을 위한 길을 터주어야 한다는 요구인 셈이다.
이에 (사)한국골프장경영협회 한국잔디연구소는 올해 처리비용 최소화를 위한 합법적 효율적 제도개선 일환으로 ‘예지물 유기질비료화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는 한편 이슈 공론화하는 세부 사업계획을 마련, 추진하기로 하는 등 제도개선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규열 한국잔디연구소 소장(농학박사)은 이와 관련, 잔디 예지물의 효율적 규제개선을 위한 실효적 제언을 내놓아 그 실현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골프장 예지물의 폐기물 분류의 불합리성, 재활용 위한 절차 간소화 및 처리량 제한 해제, 퇴비화 시설의 설비 및 신고절차 간소화, 법적용 완화 및 명확한 사용범위 규정, 재활용률 제고 위한 유기질비료 원료로의 지정, 보식 폐잔디 및 통기작업 후 코어물의 폐기물 제외, 예지물처리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등이다. 효율적 근원적 규제개선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