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예산을 6번째로 많이 쓰는 대표적인 국가연구개발기관인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과제의 99%를 ‘지정공모’에 할애해 민간의 창의성이나 우수한 농업기술 개발을 사실상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농진청을 이직한 퇴직자에게 연구개발과제를 몰아주는 등 퇴직자 챙기기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성동(강릉) 의원은 지난 13일 농촌진흥청 국정감사에서 “농진청은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R&D 예산의 3.1%인 6467억원을 집행하면서 연구개발과제 공모방식은 99%가 ‘지정공모’이고, ‘자유공모’는 단 1%에 불과하다”며 “민간의 창의성을 도모하고 우수한 농업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자유공모’ 비율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홍성 예산)도 이날 농진청의 연구과제개발사업과 관련해 “최근 10년간 농진청 퇴직공무원 중 117명이 대학교수 등 타기관에 이직한 후 농진청으로부터 1인당 평균 4억3800만원(총 513억원)에 달하는 연구과제를 수주 받았다”며 퇴직자 챙기기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먼저 권 의원은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의하면 자유공모 형태인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지원사업’의 투자를 2017년 1조2600억원에서 2022년 2조5200억원으로 확대하는 등 하향식 지원방식을 늘리는 추세”라며 “과기부의 경우 건수기준으로 ‘지정공모’ 32.3%, ‘자유공모’ 59.1%로 자유공모의 비율이 훨씬 높고, 농식품부도 자유공모가 29.3%에 이르는 등 타부처들 모두 자유공모 비율이 20~50% 수준인데 반해 유독 농진청만 지정공모를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의 최근 3년간 지정공모-자유공모 현황 (단위 : 건, 백만원, %)
연도 | 전체 | 지정공모과제 | 자유응모과제 | |||
과제수 | 출연금 | 과제수 | 출연금 | 과제수 | 출연금 | |
2018 | 736 | 185,452 | 367 | 121,078 | 369 | 64,374 |
(100.0) | (100.0) | (49.9) | (65.3) | (50.1) | (34.7) | |
2019 | 746 | 200,685 | 409 | 145,576 | 337 | 55,109 |
(100.0) | (100.0) | (54.8) | (72.5) | (45.2) | (27.5) | |
2020.9 | 618 | 193,726 | 383 | 143,209 | 235 | 50,517 |
(100.0) | (100.0) | (62.0) | (73.9) | (38.0) | (26.1) | |
전체 | 2,100 | 579,863 | 1,159 | 409,863 | 941 | 170,000 |
(100.0) | (100.0) | (55.2) | (70.7) | (44.8) | (29.3) |
□농촌진흥청의 최근 3년간 지정공모-자유공모 현황 (예산단위 : 억원)
연도 | 과제수 | 예산 | 지정공모 | 자유공모 | ||
과제수 (비율) | 예산 (비율) | 과제수 (비율) | 예산 (비율) | |||
2018 | 1,003 | 2,225 | 971 (96.8%) | 2,204 (99.1%) | 32 (3.2%) | 21 (0.9%) |
2019 | 1,084 | 2,331 | 1,052 (97%) | 2,310 (99.1%) | 32 (3%) | 21 (0.9%) |
2020.8 | 1,019 | 2,551 | 986 (96.8%) | 2,527 (99.1%) | 33 (3.2%) | 24 (0.9%) |
합계 | 3,106 | 7,107 | 3,009 (96.9%) | 7,041 (99.1%) | 97 (3.1%) | 66 (0.9%) |
권 의원은 특히 “민간·농산업체들이 독자적이고 획기적인 기술개발 역량을 가지고 있지만 수요조사도 형식적이어서 과제 수요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농진청이 원하는 과제, 농진청이 미리 정해 놓은 아젠다에 포함되어 지정과제에 선정되지 않으면 과제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전북 김제·부안)도 농진청 연구과제개발사업과 관련해 “농진청 예산은 지난 5년간 16%가 증가했지만, R&D를 통한 특허출원 생산성은 5년 평균 1.37건에 불과하다”면서 “농진청의 R&D 연구성과 도출이 미진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재갑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도 “최근 5년간 농진청이 수행한 연구과제 중 중단하거나 실패한 사례가 없고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연구과제도 70% 이상”이라며 “이런 수치만 보면 세계 일류연구기관인데, 실패 위험이 높거나 까다로운 연구는 회피하고 연구가 용이한 과제만 연구하는 것 같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허태웅 농진청장은 이날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농진청의 연구과제는 현장으로부터 기술수요를 분석해 확정된 과제제안요구서에 대해 지정공모를 실시하고 있다”며 “다른 부처와 농진청 R&D 사업의 차별성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