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람과 작물 지키는 ‘농약 안전관리’

  • 등록 2025.03.14 13: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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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농업연구사 (농촌진흥청 독성위해평가과)
농약 안전성 평가는 국민건강 보호와 식량확보의 발판

 

우리가 아프면 약을 먹듯, 농약은 작물을 해충으로부터 보호하고 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藥)이다. 잡초 방제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1/90 이하로 줄일 수 있었던 것도, 병해충으로 재배할 수 없었거나 수량이 충분히 나지 않던 작물들을 키워 밥상 위에 올릴 수 있었던 것도 농약 덕분이다.


이렇듯 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이지만 ‘농약’을 향한 사람들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이는 잔류농약, 농약 중독사고 등 농약 오남용과 관련한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도 약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간독성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듯 이는 농약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농약의 잘못된 사용으로 일어나는 문제다.


농약은 해충, 세균, 잡초 등의 생육 억제를 목적으로 개발된 약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사람이나 환경생물에 어느 정도 독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따라서 농약은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독성시험을 하며, 독성이 지나치면 제품개발을 취소한다.


모든 독성시험자료는 제품 등록단계에서 인허가 기관인 농촌진흥청에 제출해야 하며, 제출된 자료들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독성전문가들이 자세히 검토한다. 이렇게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농약 독성의 등급이 설정되고, 사람이 평생 매일 섭취해도 안전한 기준값인 ‘1일 섭취허용량’과 ‘잔류허용기준’이 도출된다.


2024년 기준 국내에는 약 3764개 제품의 농약이 등록돼 있다. 그중 84.3%가 저독성 농약, 15.5%가 보통 독성 농약이다. 고독성 농약은 모두 4종이 등록돼 있는데, 마그네슘포스파이드 판상훈증제, 마그네슘포스파이드 훈증제, 메틸브로마이드 훈증제, 알루미늄포스파이드 훈증제로, 이들은 사용을 허가받은 방제업자만 취급할 수 있는 검역용 농약이다.

 


농촌진흥청은 농약을 안전하게 사용하고 관리하기 위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라 2011~2012년 고독성 농약의 등록을 대대적으로 취소한 바 있다. 이 시기에 오남용 음독사고가 종종 발생했던 농약 그라목손(패러쾃 성분)의 등록이 취소됐으며, 대체 물질로 개발된 동일 계열 제초제인 다이쾃디브로마이드 농약 등록이 반려되기도 했다.


농촌진흥청은 이와 함께 농약병에 안전마개를 추가하고 독성등급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색깔 띠 표시를 의무화하였다. 또한, 포장지에 식음용으로 오인할 수 있는 그림 표시를 금지하고, 특이적인 냄새와 색깔의 부자재를 추가하도록 제도화했다.


이러한 조치 이후 농약 음독사고로 인한 피해는 최근 10년간 70% 이상 줄었다. 촘촘하고 세밀한 안전관리가 사고를 예방하는 데 얼마나 중요하게 작동하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고독성 농약 외에도 이미 등록돼 사용하고 있는 농약에 대해 10년 주기로 재등록 제도를 운용 중이다. 이 과정에서 위해성이 확인되면 재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학계, 관련 기관과 협력해 안전하게 농약을 등록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농약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이에 근거하여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식량자원 확보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관리자 기자 newsfm@newsf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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