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사라짐에 대한 우려는 우리만의 염려가 아니다. 세계 모든 나라에서 줄어드는 수분매개체의 개수와 그들에 의해 이뤄지는 수분 서비스의 감소는 기본적으로 식량 생산에 위협이 되며, 이는 곧 농업의 지속가능성 저하, 인류 빈곤의 확대라는 문제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늘어가는 인구를 부양할 식량 생산의 유지 내지는 확대를 위해서, 그리고 현존하는 기아의 퇴치와 인간생존, 건강 유지를 위해서 이들 수분 매개체의 지속적인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UN에서는 “Resolution adopted by the General Assembly on 20 December 2017”(제74차 본회의, 2017년 12월 20일)을 통해 5월 20일을 세계 꿀벌의 날(World Bee Day)로 지정하기로 결정하였다. 세계 모든 국가와 사람들에게 벌을 포함한 꽃가루 매개자들의 보호가 필요하며, 여기에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UN에서 2015년에 제시한 “Transforming our world: the 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을 위해서 꽃가루 매개자 서비스를 강조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2022년에 ‘양봉산업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제시된 주요 방책으로 ① 밀원 확충 및 채밀 기간 확대, ② 병해충 관리강화 및 우수 품종 개발과 보급, ③ 사양관리 신기술 개발과 보급 및 인력육성 등을 통해 이상기후, 환경변화에 대한 양봉업계의 대응력 제고, ④ 전략 연구개발(R&D), 실증시험 등이다. 이러한 정책수행을 통해 2026년까지 양봉 농가소득 5000만 원, 양봉산업 규모 1조 원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양봉산업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이에 대한 평가가 미흡하다.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고 있는지도 알기가 어렵다. 각종 언론에서도 꿀벌을 살려야 한다든지, 위기에 처해 있다든지, 조만간 수입 개방되면 양봉 농가들의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랄지,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회자될 뿐이다. 어찌 보면 매년 반복되는 이러한 지적에 대응한 적절한 정책이 지원되었는가에 대한 긍정적 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근본적으로 화분매개자로서 동시에 농가 소득원으로써 그들의 중요성과 사라져가는 원인 규명, 대응책 강구를 촉구하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사실, 꿀벌이 사라져가는 문제의 원인을 잘 살펴보면 개선이 상당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근본 원인이 사람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개발과 그 욕망의 강화, 지속에 있기 때문이다. 도시화 팽창과 개발 면적의 확대는 벌들의 서식지를 줄여왔다. 그나마 경제림 조성이 앞질러 가다 보니 밀원의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하여 기상이변으로 인한 동시 개화와 무밀기의 장기화, 잦은 비와 극단적인 온도변화 등은 벌의 삶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한다. 이 근원적인 인간의 활동이 줄거나 멈추지 않으면, 건전한 생태계 복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라져 가는 벌을 다시 불러오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매년 문제라는 지적만이 봉두난발(蓬頭亂髮)처럼 회자될 뿐, 멸종에 대응한 실효적인 조치는 미흡하다는 평가이다.
어렵지만, 근원적인 원인을 알았다면, 하나, 둘씩 개선해 가면 된다. 말이 아니고 정부가 만든 ‘양봉산업 5개년 종합계획’을 이루기 위한 사업을 차근차근 만들고 실효적으로 집행해 나가면 된다. 물론 원하는 대로 모두 이행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요소들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후변화와 연계되는 사업들이 그러하다. 그래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양봉을 둘러싼 어려운 상황에서나마, 비록 규모는 작지만,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벌에 대한 다양한 사업은 긍정적이다. 비록 연구개발 예산이 줄었다는 우려가 있지만, 그래도 양봉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필요한 과업을 추진하다 보면 조금의 희망이라도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인 전략과 과업은 이미 제시되었다고 본다. 어떻게 충실하게 이행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가 아닌가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