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생물학은 표준화된 생물학적 구성 요소를 조합해 새로운 생명체를 합성하는 기술이다.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유전자 편집, 공학 등과 융합해 설계-제작-검증-학습을 자동화한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함으로써 바이오산업의 대량화‧저비용화‧고속화를 실현할 수 있어 미래 바이오산업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초기의 합성생물학은 세포와 유전공학에 기반한 기술로 살아있는 세포의 시스템을 재사용 하거나 재프로그래밍 하여 유용 물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됐다. 예를 들어 모르핀, 아르테미시닌 등 효모를 이용한 의료용 소재나 플라스틱, 바이오부탄올 등 바이오 균주를 활용한 산업용 소재 생산 연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유전자변형생물체(LMO)법의 규제를 받으며, 부정적인 인식으로 활용에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인공 세포를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2021년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에서 개발한 인공 세포 JCVI-syn3A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 기관만 가진 합성 세포로 유전자 수는 492개에 불과하다. 유전자 수가 4000개인 대장균이나 3만개인 인간 세포보다 훨씬 적어 유용 유전자를 삽입하는 것이 수월하단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무세포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이것은 세포의 기본 요소인 유전자나 단백질 수준에서 합성생물학을 구현한 것으로 무세포이므로 복제나 진화와 같은 생물 오염 위험이 없고, 빠른 설계-제작-검증-학습 주기가 가능해 효율적이며, 신진대사와 같은 세포 과정에 의해 제한되지 않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
이러한 특징들을 기반으로 합성생물학은 여러 산업 영역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커 관련 시장 또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22년 기준 114억 달러였던 시장 규모는 2027년 35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 의료 응용 분야가 산업, 식품, 농업과 환경 응용 분야와 비교해 가장 큰 점유율을 보이는데, 2022년 기준 52억 달러로 전체 응용 분야 중 절반에 달한다. 특히 최근 유전자 가위 기술의 발전으로 세포 제어기술 수준도 높아지면서 질병 기전 구명과 표적 유전자 조절이 가능해져 신약 발굴과 치료제 개발, 인공 조직, 조직 재생 연구 등 다양한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내년부터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구축사업’ 시행
합성생물학의 급격한 기술 발전과 시장 규모의 성장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합성생물학을 중점 추진 분야로 정하고 관련 지원 정책을 경쟁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합성생물학 분야에 세계 최초로 ‘국가 합성생물학 로드맵’을 수립하고 정부가 주도하여 바이오파운드리 3개, 합성생물학 센터 7개를 설립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국가 생명공학‧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약 2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과 일본도 각각 ‘바이오 중점 전문 프로젝트’와 ‘NEDO(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 스마트셀 프로젝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합성생물학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5년부터 5년간 1263억 원을 투입해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 및 활용기반 구축사업’을 시행한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실험 자동화와 고속분석을 바탕으로 우수한 세포나 재료를 개발하고 합성생물학 관련 최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우리나라 합성생물학은 미국의 75% 수준이다. 이 격차를 빠르게 따라잡아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려면 지속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