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 퇴비 배송 부담 ‘심각’…업계 골병 든다

2024.05.01 08:25:52

20kg 1포당 3700원으로, 생산부터 농가 공급까지 ‘독박’
운송인력 부족으로 매년 오르는 배송비와 사고 불안까지
배송 과정서 사고…생산업체에만 책임 묻는 소송 진행중
업계 배송 부담 정부는 ‘나 몰라라’…지원사업 의미 퇴색

“20년 넘게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업체가 제품생산부터 농가 공급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 유기질비료공급 참여업체이지 실제 정부지침에 따른 공급체계 상에는 아무런 권한과 책임도 없이 단순한 농협중앙회 물품공급계약만으로 20kg 1포당 3700원 전후의 가격으로, 물건 생산에서부터 농가 공급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습니다.”  

 

지원사업의 부숙유기질비료 배송과 관련된 업계의 어려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가축분퇴비 업체 대표의 토로이다. 가축분퇴비와 퇴비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농협으로부터 전가된 비료 배송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사고 불안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비 배송하는 기사들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데 새로운 인력은 들어오지 않습니다. 배송 기사를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비용도 매년 올라가고 있습니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이 20년이 넘는 정부 사업인데 이해가 안되는 것이 현재의 배송 행태입니다.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가 10포, 20포 소량까지 집집마다 배송하면서 비료 한 포 가격의 20%에 육박하는 배송비를 감당하고 있어요.” 


“퇴비 배송하는 길은 좁은 길, 비탈길이 대부분이어서 안전사고의 문제가 항시 존재합니다. 게다가 겨울철 눈길에서 빙판을 타면 지게차가 넘어지는 등 큰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으로 가축분퇴비와 퇴비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매년 배송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적은 포대 수의 퇴비까지 농가마다 일일이 배송해야 하는데 배송 기사를 찾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퇴비 배송’은 운송업계 내에서도 매우 힘든 배송으로 인식되고 있어 한정된 인력이 종사해 왔다. 그런데 고령화 등으로 인력이 줄고, 그 반면 배송해야 할 곳은 늘어나면서 업계는 매년 홍역을 치르고 있다. 농가 역시 고령화로 비료 다루는 일이 힘들다 보니, 단 1~2포까지도 농지 현장까지 배달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배송 업무의 피로도 역시 극에 달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업체가 떠안아야 하는 배송 비용 문제가 심각하다. 가격 산정 기준은 기사가 배송하는 퇴비 포당 가격 또는 1일 운송비 등 몇 가지가 있는데, 1포당 배송비가 500원~800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축분퇴비 1포 가격이 3700원인데 포당 배송비가 제품 가격의 약 20%를 차지하는 불합리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와 더불어 퇴비 배송을 위해 필요한 지게차 임대 비용도 공급업체의 몫이다. 생산 원가에는 반영되지 못하면서 매년 늘어만 가는 배송비 부담으로 인해 업계는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이다. 2022년 강원도 내 퇴비 운송 과정에서 사람이 지게차에 치어 다리를 절단하는 큰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 업체는 지게차 등 장비의 관리 소홀 명목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그런데 이 사고가 지난해 다시 기소되면서 해당 비료생산유통업체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사고 현장에는 생산업체 관계자가 없었지만, 업체가 현장에 있었던 배송 기사와 고용관계가 성립된다는 명목이 부여되면서 산업안전관리법 미준수를 법정에서 따지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의 회원사들이 탄원서를 제출해 “업계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고 “현재의 퇴비 배송은 고용관계가 아닌 분업화로 이루어지는 업무이므로 생산유통업체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탄원했다. 산업안전관리법의 적용이 점점 강화되는 현실에서 배송을 둘러싼 업계의 불만은 앞으로 점점 가중될 수밖에 없다.

 
공급업체의 배송 부담을 나 몰라라 하는 정부의 무관심은 지원사업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활한 배송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에서 비용 부담과 사고 시 책임까지 떠안아야 하는 업계는 이미 고사 지경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처럼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업계는 살아남기 위한 무조건적인 원가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고, ‘지속 가능한 친환경농업 육성’을 위한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에 걸맞는 제품 개발과 생산·공급이 이뤄질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은원 기자 wons@newsf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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